시내버스 54번을 탔다. 윤상윤의 옆 자리에 앉아 갔다. 내렸는데 나종만과 김영부도 같은 버스에서 내렸다. 부곡정에는 윤정남과 이용환이 와 있었다. 이어서 강공수와 박남용도 도착하였다. 모두 8명이 10시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날씨가 춥다고 하여 옷을 단단히 차려 입었는데 뜻밖에 포근한 날씨였다.
지난 17일(일요일) 내 초등학교 동창생의 부음을 받았던 생각이 나서, 우리 광주사범학교 동창생들의 근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 중에서도 우리와 같이 오랜 기간 동행하였던 김종국이 생각이 났다.
2005년 내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지인들을 따라, 주로 근교(近郊) 만을 돌아다니다가, 우리 목요산우회의 부름을 받고 함께 산행을 한 후로, 김종국이라는 인간 네비게이션이 기아자동차인 9인승 카니발에 우리를 태워 전국을 누비고 다니고 있었다. 나는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를 따라 다녔다. 위도 상으로 가장 북쪽인 화천군의 <평화의 댐>으로부터 가장 남쪽에 있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거의 안 가본 데가 없을 만큼 돌아다녔다. 하루 여행일 때에는 전남북 지역을 갔지만, 2박 3일일 때는 수학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 경기 강원과 경남북으로 갔고, 카페리호를 타고 카니발을 카페리에 싣고 제주도 각 지역과 한라산 등반을 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5박 6일짜리 중국 여행도 여러 번 하였다. 중국의 서부에 있는 <신강성>을 갔을 때도 그의 곁에는 어김없이 내가 동행하고 있었다. 신강성 어느 사막에서 60~70도의 경사를 짚을 타고 요동치면서 올라가다가 허술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흘러 나와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혀 버렸을 때, 스마트폰 속에는 각종 비밀 사항들과 예금계좌 및 증권관계 사항이 들어있어서 걱정하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주었고, 같이 수습할 방법을 제안해 주기도하였다.
그렇게 정년퇴임 후 약 15년 동안을 김종국과 목요일이면 함께 동행(同行)하다가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는 우리 <목요산우회>에서 빠져 나갔다가, 요양병원 생활을 하더니, 얼마 전에는 낙상하여,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나 술을 좋아하여 1년 365일 중에서 술 안 먹었던 날이 5~6일 뿐이었다고 하니, 알만한 일이 아닌가! 매주 목요산우회 날이면, 카니발을 운행하면서도 점심시간에는 꼭 술을 마시게 되니까 오후 운전은 항상 주취(酒醉) 운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운전대를 맡기지 않았다. 언젠가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만취가 되었는데, 숙소까지 카니발을 운전하여야 하였는데, 나에게 운전대를 맡긴 일이 있었다. 그가 주취를 핑계로 운전대를 맡긴 것은 아마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나를 그만큼 신뢰하였던 것이다.
어떻든 나는 김종국의 덕으로 전국의 주요(主要) 지역(산과 강, 호수, 공원, 사적지, 철새도래지 등)을 거의 빼놓지 않고 돌아볼 수 있었다. 지금도 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건강이 옛날과 같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다. 그의 건강이 회복되어, 내가 자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런 나의 소망이 기적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으니, 참 슬프고 우리의 삶이 허무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약사암 주변은 이제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고 있어서 가을의 막바지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하산하다가 장휘부를 만났고, 음악정자에서 김상문과 최성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김상문이 <밤만쥬> 30개를 사와서 주인을 빼고 10명이 3개씩 나누어 먹었다. 김상문이여! 고마우이! 지난주에 불렀던 <한강>을 복습하였고, 오늘은 이병기 작사 · 이수인 작곡의 <별>(첫 소절, “바람이 서늘도 하여~”)을 두 번 불렀다.
부곡정에서 11명이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였다.
지난주에는 이용환이 주문한 김치찌개가 너무 늦게 나와서(다른 사람이 다 먹고 난 뒤에 나옴) 뒤집힌 속을 식당 주인장에게 큰 소리 내지 않고 완곡하게 전달하여 주인장의 마음이 매우 뜨끔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오늘은, 나온 음식들이 다른 날보다 더욱 맛이 있었다.
지나가는 가로수들이 스쳐지나 가는데, 이제 가을은 겨울을 향하여 줄달음질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오늘의 장소 : 무등산 약사암
일 시 : 2024.11.21(목)
참 가 : 강공수 김상문 김영부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용환 장휘부 최성연 등 11명
불 참 :
회 비 : 11만원
식 대 : 92,000원(애호박찌개 6, 김치찌개 2, 청국장 1, 매밀전병 1, 공기 1 등),리정훈 선배 협찬 사이다 2는 별도
금 일 잔 액 : 18,000원
이월 잔액 : 575,000원
총 잔 액 : 593,000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