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시내에서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 시형"
박사님의 '어른답게 삽시다'라는 책을 샀고 출간한지
한달 밖에 안된 박사님의 책에 흥분해서 이곳에다
글을 올렸든 적이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습관은
교과서 공부하든 습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한 장을 읽고 멈추고 읽은것은 유추하고 정리하고
그러노라 한권의 책을 완독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읽는 도중에도 또 다른 책이나 흥미
거리를 찾으면 쉽게 옭겨 다니기 때문에 온전한
독후감은 충실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어제 우연히 오랫만에 '어른답게 삽시다'를 다시
꺼내 들었고 펼친 장의 제목이 "나이에 대한 예우"
였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살면서 한번도 스스로의
나이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은 감히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충격을 받았고 제대로
자리 잡고 앉아서 정독을 하려고 애썼다. 몇시간이고
계속 읽고 되풀이 해서 또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인생을 대충 살아왔고 생각이란건 해본적이 없는
바보 같은 늙은이가 돼있는지 깨닫고서 슬퍼졌고
개업하는 음식점 앞에 세워져 있는 허풍선 인형
같다는 생각에서 많이 읽지는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조금 밖에 읽지 못했음에도 그저께도 멍하니
있었고 어제도 멍하니 있었고 그리고 더 읽지도 못하고
있다.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나이에 대한 예우'는 결론적으론
선물처럼 받았든 세월에 대한 감사함이다. 살아오도록
허락해준 세월과 삶에 대해서 온 마음 다하여 진심으로
감사하는게 나이에 대한 예우라고 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려하지도 못하고 넘쳐날 정도록 부유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한번도 밑바닥까지 가지 않았든 지나온 내
일생들에 딱히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입으로는 살아있으면 됐지, 뭐 하면서도 그건 입에 발린
말 뿐이고 마음으로는 아무 생각이 없었든 것이다.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다.
앞으로는 매일매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보도록
노력해야만 하는게 인간의 도리고 사람답게 살다
끝낼 수 있는 방법이란걸 희미하게나마 깨닫게 됐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반성도 하고 낙서로나마 깨달음을
글로 쓰고 있는 내게 감사한다.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