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센터 탑오브더락
김 성 문
1996년 여름, 뉴욕에 갈 기회가 있었다. 뉴욕! 내게 떠 오른 대명사는 뉴욕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록펠러센터의 전망대인 탑오브더락(Top of the Rock) 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맨해튼 시가지의 고층 건물들과 센트럴파크, 조지 워싱턴 브리지가 기억에 남아 있다.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시각 조금 전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뉴욕의 맨해튼은 바둑판처럼 구역화되어 보인다.
맨해튼의 지역은 박물관과 미술관 및 센트럴파크가 있는 어퍼타운, 핵심 명소가 많은 중심부인 미드타운, 고층 건물이 많고 상업의 중심가인 다운타운의 3등분으로 구분한다.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에는 볼거리가 꽉 차 있다.
미드타운에 있는 록펠러센터는 건축가 벤저민 모리스의 설계도에 따라 지었다. 1930년 존 록펠러 2세에 의해 짓기 시작하여 1939년에 완공되었다. 1987년에 미국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니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이다. 록펠러센터는 뉴욕 맨해튼 5번가 일대에 19채의 상업용 건물로 구성한 복합시설의 명칭인데 잘 몰랐다.
존 록펠러, 원어민은 존 라커펠러라 발음한다. 그는 언제 그 많은 돈을 벌어 19채나 되는 빌딩을 지었나. 30세에 은행에서 융자한 돈으로 사업을 하여 1백만 달러를 거침없이 모았고, 43세부터는 미국 최대 정유회사를 세워 돈을 벌었다. 53세에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대부호가 됐다. 그때 그는 알로페시아라는 병에 걸렸고 음식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져 몰골이 흉측했다고 한다.
록펠러는 어느 날 병원 로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환자의 가족은 너무 가난해서 병원비를 낼 수 없다고 하니 병원 직원은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눈물을 흘리며 병원 관계자에게 호소하는 어머니 옆에는 초라한 안색을 한 소녀가 조용히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록펠러는 비서를 시켜 누가 지급했는지 모르게 병원비를 지급했다.
얼마 후 록펠러가 병원에 다시 갔을 때 소녀의 회복된 모습을 본 것이 자기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더 행복함을 찾아볼 수 있는 회고이다.
이후 록펠러의 삶은 완전히 바뀌고 암 투병에 시달렸던 건강이 회복되어 1937년, 98세까지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 그는 55세까지는 항상 쫓기듯 살았지만, 나머지 43년은 베풀면서 산 것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5억 5천만 달러를 남에게 나누어준 천사이다. 돈을 나누어 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록펠러센터에서 가장 높은 GE 빌딩 70층에 있는 전망대인 탑오브더락에 올라가는 예약 시간이 되었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니 문이 닫히고 천정에 맨해튼 시가지 모습의 동영상이 나온다. 70층까지 잠깐 사이에 올라왔다.
전망대 가장자리는 가슴 높이 정도로 가려져 있어 사방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먼저 하늘을 오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이 함께 보이는 뷰가 멋진 전망대이다. 맨해튼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가슴이 펑 뚫린다.
전망대에서 남쪽을 보니 102층 381미터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인다. 이 전망대가 아니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체를 감상할 수 있었겠는가. 77층 319미터의 크라이슬러 빌딩과 맨해튼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47번가까지 포괄하는 구역인 타임스스퀘어 등이 빌딩 숲 사이로 보인다.
전망대에서 북쪽을 보니 뉴욕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가장 유명한 인공공원인 센트럴파크가 저 멀리 바로 보인다. 높은 빌딩 너머로 보이는 센트럴파크는 푸른 숲으로 싸여 있고 아주 넓고 어마어마하게 크다. 뉴욕은 센트럴파크 조성으로 도시와 사람의 건강을 미리 생각한 것 같다. 파크 중간에는 큰 연못도 보인다. 큰 나무들은 뉴욕 주민들에게 산소 공급의 원천이기도 하다. 또한 공기를 정화하는 데는 숲이 최고다. 50센트를 넣고 망원렌즈로 센트럴파크를 당겨보니 잔디가 있는 곳에 수많은 사람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뉴욕이나 우리나라나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좋아하는 감정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탑오브더락에는 각국의 관광객들로 붐빈다. 특히 동양인이 더 많다. 나는 동양인만 보면 반가워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한국인으로 뉴욕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무척 반가웠다. 어디에서 왔는가를 묻는 사람은 한국인뿐이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해 준다. 우리나라 사람은 친절한가. 아니면 정이 많아서인가.
전망대 저 멀리 왼쪽으로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경계를 이루는 허드슨강에는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을 가로질러 북부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들어오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가 현수교로 거대하게 보인다. 한국인들은 ‘조 다리’라 부른다니 코믹하다. 다리는 상층 8차선, 하층 6차선의 구조로 되어 있고 모두 왕복 차선으로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한다. 다리 위 북쪽 가장자리는 보행자만, 남쪽 가장자리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함께 탈 수 있는 통로가 있어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한 설계이다.
요즈음은 탑오브더락보다 뷰가 더 좋은 고층 건물 전망대가 세계 곳곳에서 많이 건설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2010년에 개장한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828미터이고 162층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인 서울 롯데월드타워가 2017년에 개장했다. 총 높이 555미터로 123층이고, 123층 전망대에서 맑은 날 서쪽으로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탑오브더락에서 바라본 맨해튼 시가지는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느낌이었다. 우리는 지상으로 더 높이 올리려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세계 곳곳에 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머지않아 탑오브더락은 다른 고층 건물에 밀려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뷰가 가려질까 걱정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뉴욕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중앙의 우뚝 선 건물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출처: 두피디아. 2022.4.11.)
첫댓글
저는 뉴욕의 탑오브더락도 가 보았고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도 가 보았는데,
서울의 롯데월드타워는 못 가 봤네요.
모두 어찌어찌하다 가 본 터라. ㅎ
선생님! 좋은 곳에 다녀오셨습니다.
고층 건물을 보았을 때
인간의 능력은 무한정인 것 같았습니다.
곧 달과 화성에도 갈 날이 ~~~. ㅎㅎ
동생이 미국에 사니까 언제 한 번 꼭 가보리라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뉴욕을 보니 그다지 입맛이 당기지 않네요. 저는 역시 자연과 문화가 좋아요. 록펠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입니다.
록펠러가 그렇게 훌륭한 분인지
몰랐어요ㅡ돈만 번 줄 알았는데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존경. 자녀에게는 구두쇠 정신으로
경제관을 심어 주었다 하네요.
읽어 주셔서 댕큐^^
김성문선생님,
작품으로 한 번더 따라 여행 했습니다.
늘 열심히 쓰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임선생님! 읽어 주시고
좋은 멘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