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과 조세 회피의 원천,
'차명거래' 금지법 발의
민주당 민병두 의원, 차명거래를 차명인에 대한 '증여 의제' 규정 법안 발의
민주당 민병두 의원(동대문 을)이 6월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차명거래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실명법(일명, ‘차명거래 금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법은 1993년 시행되었다. 당시는 실명이 아닌 거래(허명 또는 가명)만 규제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거대한 자금이 유통되는 지하경제의 기득권층들의 반발 때문에 철저한 실명제가 아닌 ‘반쪽짜리’ 실명제에 그쳤다.
그 결과, 차명거래-차명계좌는 부유층들의 비자금 조성과 조세회피의 필수코스로 자리잡게 되었다.
최근에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형 비자금, 탈세 사건의 본질도 차명거래이다. 뉴스타파의 조세도피처 공개,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사건, 전두환 비자금, 아들 전재국의 비자금 의혹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심지어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우리은행, 씨티은행, 부산은행 등의 임원들이 차명계좌를 불법으로 운영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CJ 이재현 회장이 숨겨놓은 차명계좌가 ‘수백개’이며, 심지어 금융기관의 임원이 차명계좌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이니, 다른 기업인들, 고소득 자영업자들 역시도 수개~수백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삼성X 파일 문제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사건은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삼성특검에서 이건희 회장의 ‘소유’로 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귀결되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은 금융실명제법에서 ‘차명거래 금지’규정이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법에서도 매우 미약한 처벌 규정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실명제법은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를 규제하지 못한다. 금융실명거래의 의무 주체에는 금융기관만 해당하기 때문이고 개인에게는 실명거래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의 징벌은 고작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한다. 사실상 금융실명제법은 ‘차명계좌 촉진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차명거래 금지법’의 주요내용은 모든 금융거래자에게 실명 의무를 부과하고, 차명인에게 ‘증여 의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원소유주가 누구이든 계좌 주인의 ‘재산’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4조를 차용했다.
이 조항은 과거 차명거래를 금지하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핵심적으로는 차명거래임을 ‘입증’하는 것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민 의원의 안에서는 ‘차명거래’임을 입증할 필요가 없이 그 계좌의 명의자, 차명인에 대한 증여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실제 권리자는 차명인 등에게 자신 및 이익반환 청구를 금지하고 있고, 차명거래로 확인될 경우 금융자산 전체 가액의 30% 내외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명의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1년 후에는 전체 가액의 10%,의 이행강제금, 2년차에는 2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민병두 의원의 차명거래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차명거래가 근절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름만 빌리려다가 원소유주의 자산 자체가 소멸되거나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간의 거래만이 아니라 한국 GDP 23% 수준의 290조원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효과는 낳고, 이에 대한 조세를 통해 상당한 세원 확대도 예상된다.
최근의 비자금, 차명거래 사건들에서 보듯이 재벌 등 기업인들과 고소득 전문인, 일부 정치인들의 차명계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