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삭제 놀부전.. 놀부는 온 동네 원성거리를 도맡아 했다. 남의 집 장독 깨기, 들창에 구멍 내기, 동네 우물에 오줌 누기, 호박에 목침 주기, 여식애 치마 들추기, 디딤돌 굴려 버리기, 길 복판에 똥 누기….
놀부 녀석에게 또 하나 별난 악취미가 생겼다. 어느 날 한동네의 어린 녀석이 헐레벌떡 놀부 집으로 달려왔다. “놀부 형, 빨리 나와. 회나무 아래서….” “알았다.”
놀부는 잽싸게 쇠죽솥 부지깽이를 들고 냅다 달려갔다. 회나무 밑에서 흘레를 하느라 낑낑대고 있는 동네 누렁이와 윗동네 검둥이를 본 놀부는 “으흐흐흐”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다가가 쇠죽솥 부지깽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안 떨어지려고 발버둥치는 암수를 사정 없이 매질하며 놀부는 낄낄거렸다.
세월이 흘러 놀부의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기고 이승을 하직하자 놀부는 선친의 유언을 깡그리 까뭉개고 온 재산을 독차지했다. 하나뿐인 동생 흥부에게는 초가삼간 한채와 밭뙈기 몇마지기를 내주었다. 착한 흥부는 군소리 한마디 못하고 쫓겨났다.
흥부가 장가를 갔다. 그 당시 어디 맞선이라는 것이 있었겠는가. 복불복 혼례를 올렸는데, 착한 흥부에게 옥황상제님이 상을 주었는지, 첫날밤 촛불 아래서 새색시의 얼굴을 자세히 본 흥부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천하일색이다.
옷고름을 풀자 목은 길고 젖무덤은 봉긋이 솟아올랐고 개미허리에 삼각지 숲은 무성하고 엉덩이는 터질 듯이 탱탱했다. 흥부의 양물을 기다렸다는 듯이 새색시의 옥문엔 벌써 물이 넘쳤다. 첫날밤부터 궁합이 맞아 세번이나 합환을 했다.
다음해 첫아들을 낳고 연년생으로 가을무 뽑듯이 매년 아이 하나씩을 낳았다. 세월이 가도 흥부 마누라의 색기는 수그러질 줄 모르고 흥부의 정력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런데 문제는 먹고사는 데 있었다.
허구한 날 쌀독이 바닥나면 흥부는 자식들을 데리고 형네 집으로 갔다. 아침부터 한부대가 마당에 들어서는 걸 본 놀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흥부에게 물었다. “네 자식이 전부 몇이냐?” “열하나예요, 형님. 젖먹이 하나는 집에서 젖도 안 나오는 어미젖을 물고 있고 여기 열명이 아사 직전에 있습니다.”
웬일인지 놀부가 선선히 보리쌀과 콩 자루를 내놓았다. “흥부 이놈아. 너희 집 문제 근본적으로 고쳐야 쓰것다.” 그날 밤, 흥부네가 저녁상을 치우자 놀부가 찾아왔다. “형님, 어쩐 일로?” “내 오늘밤부터 네 집에서 자야겠다.”
놀부의 대책인즉슨 이랬다. 위로 다섯 녀석은 건넌방에서 자고, 안방에서 흥부 마누라는 문쪽 끝에 눕고 흥부는 그 반대쪽 끝에, 그 사이에 아이들 셋은 어미 쪽으로 나머지 셋은 흥부 쪽으로 누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놀부가 누웠다. 그시절 예비군훈련만 있었어도 흥부네 역사가 바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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