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절
5월이 되어 양광이 넘치게 대지를 채우면 나는 그 기운을 먹고 일어선다.
일상의 어려움이 사라진다.
에너지가 차서 움직이는 것은 즐거움이며 그 즐거움이 평화와 웃음을 가져다 준다.
스승의 날 행사겸 봄 나들이로 안양 예술공원에 다녀온 날에도 나는 고단하지 않았다.
회원들이 사진을 하나라도 챙겨주고싶은 마음에 작업을 반복했더니 몰입으로부터 오는 출구가
생겨 묵은 기운이 물갈이를 하여 싱싱해졌다. 사랑의 에너지를 생산하면 몸의 기운도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연이어 영성학교에서 공감 백배 강의를 들으면서 하루에 5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했다. 그 힘을 빌려 미루어 두었던 행정일을 마무리하고나니 더욱 개운해졌다.
나는 여유가 있을 때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급할 때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어서 고쳐볼까
하지만, 길이 들어서 인지 덜 급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보약을 몇숟가락 먹은 즈음이다.
천녹정을 아마도 6숟가락째 먹는 것 같은데 내게는 효과가 있다. 기운 빠지는 현상이 사라졌다.
그 약 덕분이라고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아무튼 무엇을 먹든, 무엇을 하든,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는 몸이 되는 것은 복된 일이다.
혈액검사, 소변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나오지 않는 날만 해도 나는 행복했다.
성당에서 바자회를 한다고 할 때 내 몸이 부실하면, 짜증이 앞서면서 왜 자꾸 그런 일은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성당 타박을 했는데, 일단 내 몸 탓을 하고 관리를 하여 젊은 반장들과 같이
쳐지지 않고 대열에 같이 서서 봉사해볼 준비를 했다. 일요일까지 내리 서 있었는데도
몸이 고장난 것 같지 않고 흥겹고 재미가 났다.
먼지도 불사하고 누가 무어라 하건 말건 열정적으로 판매를 하고 집에 왔는데 몸이 오히려 좋은
것이다. 고인 물 나가고 새 물이 솟았는가보다. 집은 어지럽혀 놓고 성당일에 충실한 것이 잘못
사는 것같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치웠더니 집도 말끔해졌다.
신앙생활이 좋다는 것은 자기성찰의 시간이 반드시 찾아들고 고쳐 살고자 함이 분명해지는
기회가 자주 찾아온다. 방치하는 인생이 아니라 수정보완하려는 의지가 발동걸리는 생활을
하는데 나빠질 이유가 없다.
태양까지 나를 돌보는 5월에서 8월까지 나를 양생하리라. 뼛속까지 더운 기운을 저장하여
가을바람을 거부하지 않으리라. 지난 여름 냉방을 많이 불러들인 사람들이 초겨울부터 감기로
오래 고생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웬만한 더위는 견디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말해준다.
불두화에서 금낭화를 거쳐 쥐똥나무꽃, 오동나무꽃, 줄장미까지 피웠으니 이젠 녹색이 지배할
시기, 나를 살리는 때이다.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부시게 푸르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