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 2012년 7월 14일(토), 맑음, 불볕
- 프랑스, 발렌솔(Valansole), 무스티에르 생트마리(Moustiers Sainte Marie), 베르동 대협곡
(Grand Cannon de Verdon)
알프스를 향하여 전진한다. 중간 기착지는 베르동 대협곡이다. 오늘 ‘뚜르드 프랑스 자전거대
회’가 이곳 퐁생떼스프리 시내를 관통하므로 길을 막을 것이란다. 내비게이션은 그런 줄을 모
를 터. 어정어정하다가는 빠져나가느라 애 먹는다. 서둘러 길 떠난다. 시내의 주도로에는 벌
써부터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의 진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늘어서 있다. 큰 구경거리 났다고
고개 빼고 금줄 너머로 텅 빈 도로를 들여다보며 자전거 행렬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
정이 재미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이다.
민박집 주인과 작별 인사하며 우리의 행선지가 베르동이라고 하자 그 방면의 들릴 곳으로 2
곳을 추천해 준다. 라벤더 마을인 발렌솔과 도자기 마을인 무스티에르 생트마리.
아내는 민박집 주인(고운 새댁이다)에게 비로소 묻는다. 이 먼 곳에 주재원으로 왔냐고. 그러
자 주재원이 이런 시골에도 오냐고 반문한다. 프랑스로 시집 왔는데 와 보니 이런 시골이더라
고 …. 새댁이 외로울 생각에 가슴이 짠하다. 우리가 있는 동안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 널
어주고, 선물로 라벤더 향수도 주고, 조용한 배려가 고맙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시속 130㎞를 육박한다. 액상 프로방스 북쪽 외곽으로 돌
아 시골길로 든다. 보라색 벌판이 보이고 갓길에 차들이 구경하느라 즐비하니 서 있다. 라벤
더(lavender) 밭이다. 꽃밭이 대체 이러할 수도 있구나! 지평선까지 온통 보라의 물결이다. 가
도 가도 보라의 세상이다. 볼만하다. 라벤더의 향 또한 그윽하다.
가다 차 세우기 수 회. 라벤더 밭에 들어 골 따라 거닐어도 본다. 대평원에 펼쳐진 환상적인
광경에 이내 기가 질린다. 입안 침이 다 밭는다. 엊그제 고르드 마을 옆 세낭크 수도원
(Sénanque Abbey)에서 보았던 라벤더 밭은 텃밭이거나 화단이었다.
시골길 내쳐 달려 멀리서는 희끗희끗하던 민둥산이 가까이 다가가자 기암괴석이 운집한 기
봉들이다. 암봉 밑자락에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다. 도자기로 유명한 무스티에르 생트
마리 마을이다. 이 마을도 프랑스 정부에서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하였다. 아름다우려면 아무
래도 바위가 있어야 하는가 보다.
주차장마다 만차여서 그냥 돌아갈까 차를 돌리는데 운이 좋았다. 1대분 공간을 발견하였다.
주차하는 것이 곡예다. Notre-Dame de Beauvoir 예배당은 협곡 중턱에 있다. 아내와 아들은
마을에서 도자기 구경하고 나는 산으로 간다. 골고다 언덕을 닮았는지 길옆에 예수가 십자가
를 매고 가는 일련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협곡은 더 들어갈 수 없게 예배당이 가로 막았다.
왼쪽 슬랩의 소로 따라 50m 정도 오르면 암굴이 나온다. 산양들의 아지트인가 보다. 그들의
배설물이 널려있다.
1. 발렌솔 가는 길에서

2. 라벤더(lavender, Lavandula angustifolia)
꿀풀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60cm 정도이며, 잎은 타원형이고 겉에 흰 솜털이 덮
여 있다. 여름에 보라색의 꽃이 수상(穗狀) 화서로 핀다. 온 그루에 좋은 향기가 나고, 꽃을
증류하여 라벤더 향유(香油)를 채취하는데 향수와 향료로 쓰며 약용하기도 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품종이 많다.

3. 라벤더

4. 무스티에르 생트마리에서

5. 무스티에르 생트마리에서

5-1. 무스티에르 생트마리

5-2. 무스티에르 생트마리

6. 베르동 대협곡 입구와 생트 크와 호수

협곡 건너는 구름다리 옆으로 치워놓은 바리케이드에 다음과 같은 팻말이 붙어있다.
VENDREDI
MARCHE
de 6 a 14H
무슨 뜻일까? 나에게는 암호다. ‘6시부터 14시까지만 입장을 허용한다’는 말인가?
사전을 찾았더니 ‘금요일 장터 6시부터 14시까지’ 뜻이었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이 좁은
산비탈에 장이 서나? 저 아래 광장에 있던 바리케이드를 팻말 붙은 채 이리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무스티에르 생트마리에서 베르동은 가깝다. 대협곡 사이 생트 크와(Sainte-Croix) 호수는 별
천지다. 무척 넓다. 뱃놀이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나 부잡한 하동들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그예 기어 올라가 다이빙한다. 호수 옆 갈참나무 숲속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우리도 끼어든다.
숙소로 가기 전에 베르동 대협곡 산길의 드라이브를 맛본다. 대협곡을 사이에 두고 산허리를
도는 것이다. 전장 50㎞가 넘는다. 해발 1,000m를 넘어서자 시야 더욱 넓어 점입가경이다만
고소의 위압에 더불어 거대한 산괴의 중압, 암봉들의 기압에 눌려 차창 밖으로 내려다보기가
겁난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움찔움찔한다.
도로는 폭이 좁아 교행할 때에는 속도 늦춘다. 도로 바깥쪽은 그다지 힘 받을 성 싶지 않지만
가드레일을 설치하여 적지 아니 맘이 놓인다. 간이 주차장이 있는 곳은 경점이다. 다 들린다.
고개만 빼고 들여다본다. 이렇듯 교악(喬嶽)이 산재한 것은 알프스의 자락이어서다.
숙소인 베르동 협곡 뒤편 Aup에 있는 ‘칼라루 중세의 요새(Bastide du CALALOU)’라는 바스
티드 호텔을 찾아간다. 산속의 호젓한 숲속 길을 한참 달린다. 산속 외진 마을에 호텔이 있다.
요새다. 고풍고가(古風古家)의 품위가 느껴지는 호텔이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내부 또
한 정갈하다. 창만 열어놓아도 시원한데 천장에는 큰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잔디 깔린 정원에
는 고목의 올리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그 주위에는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세월을 낚기에
아주 그만인 곳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룻밤만 묵는다.
짐을 방으로 들이자마자 호텔 수영장으로 뛰어든다.
7. 베르동 대협곡 입구와 생트 크와 호수

8. 베르동 대협곡

9. 베르동 대협곡

10. 베르동 대협곡

11. 베르동 대협곡

12. 베르동 대협곡

13. 하룻밤 숙소인 호텔 후원에서 찍은 나무 열매, 교목인데 나무 이름을 모르겠다

첫댓글 멋진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수고에 비하여 너무 편하게 감상하는 군요^^
그러게요... 넘 멋진 그림 잘보고갑니다.... 좋은 곳만 여행다니시나 봐여...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