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제주에 갔을 때 맛보았던 그 감귤이 저를 뒤따라 왔나 봅니다.
월말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바쁘게 동동거리다 들어 와 보니 지난 번에 윤순자님네서 밀감포장할 때 눈에 익은 포장이 와 있는겁니다.
박스만 봤는데도 반갑더군요.
물론 그 안에는 노랗게 익은 윤순자님의 결실이 아신이 웃는 모습처럼 벙긋 웃고 있었죠.
바로 포장을 뜯어 되는대로 집어 들고 씻어 와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말했습니다.
이 귤은 5년 이상 약 하나도 치지 않은 무공해 감귤이니까 꼭지 부분만 살짝 떼어 내고 그냥 껍질 째 씹어 보라고.
첨엔 조심스럽게 조금씩 베어물더니 이내 덥석 덥석 물어댑니다. 향이 참 좋다고 한마디 씩 하네요.
그 동안 맛이 더 들었는지 아니면 벌써 입에 동화된건지 나도 아주 맛있게 몇 개 뚝딱 해버렸습니다.
미처 들어 오지 못한 직원들 몫으로 얼마간 남겨 놓고 둘러 앉아 맛있게 까 먹었습니다.
한 쪽 구석에 저번에 가져 가라고 애써 준비해줬었던 강민희님의 제주벌꿀도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생달나무 꿀일까요?
이 글을 쓰면서 온수에 한 컵을 타서 마셨는데 강렬하지 않으면서 은은하니 좋습니다.
생달나무 꽃을 찾아 보니 제주에서 흔히 '마늘꽃'이라 부르던 제주 수선화의 꽃과 비슷한 것 같네요.
봄에 마을 담길이나 밭가에 둘러쳐진 현무암 울타리 밑에 청초하게 피어 있던 수선화의 추억이 생생한데 말입니다.
봄비를 머금고 검은 흙바닥을 배경으로 희거나 베이지색으로 피어 난 모습이 제 친구 읊어 대는 정가 시조창을 연상케 합니다.
작은 병에 밀랍과 꿀,꽃가루 그리고 로얄제리 등을 혼합한 게 두 병이 호위하고 왔네요.
어떻게 먹어야 하는건지...?
다시금 제주의 진한 향과 정을 느끼게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합방을 해서 한 비행기로 날아 온 정성이기에 다시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