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방지·각국 규제 트렌드·구글 등 기존 대기업 발표 등
"제2의 FTX 막자" 공감대 형성…법률·규제 관련 세션 다수 마련
26일 미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컨센서스 2023'에서 케빈 워스
코인데스크 CEO(왼쪽)와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 편집장(오른쪽)이 행사
개막을 알리고 있다.
(오스틴=뉴스1)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Consensus) 2023'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오스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1만400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컨센서스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열린 행사다. 특히 올해 행사는 지난해 '테라 사태', 'FTX 사태' 등을 거치며 긴 '크립토 겨울'을 보낸 끝에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테라 사태, FTX 사태 등이 각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확립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컨센서스는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컨센서스를 포함해 그간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콘퍼런스들 대부분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나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분야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점이다.
<뉴스1>은 발표 세션의 주제와 참여 연사, 참가 기업의 전언을 토대로 컨센서스 2023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제 2의 FTX'를 막기 위한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세션이 다수인 점 △각국 규제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세션이 생긴 점 △기존 글로벌 기업 및 여성 리더의 발표가 늘어난 점 등이다.
◇"FTX 사태, 또 있어선 안돼"…컴플라언스 강조
"'제 2의 FTX'를 막아라(No more FTXs)".
컨센서스 2023 현장에선 'No more FTXs'가 일종의 '밈'으로 통한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FTX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점검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컴플라이언스에 대비하기 위한 세션들이 여럿 생겼다.
FTX 사태란 한때 거래량 기준 세계 2위였던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일주일만에 무너진 사건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했으나 현재까지 그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FTX에 자산을 보관해뒀던 여러 기업들이 줄도산했고, FTX 여파로 위기에 처한 기업 중에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 같은 가상자산 업계 주요 플레이어도 있었다. 컨센서스 행사를 주최하는 코인데스크 역시 DCG 소유 미디어다.
국내에서도 크게 알려진 사건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마주한 FTX 사태의 여파는 더 컸다. 지난해 컨센서스의 '간판 연사'가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창업자임을 생각하면 1년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컨센서스의 주요 발표 세션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 개막일인 26일에는 'No more FTXs'라는 문구를 걸고 △'셀프 커스터디(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것)'가 주류화되기 위해 준수해야 할 정책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커스터디 등 세션이 마련됐다.
FTX는 거래소 자산과 회원 자산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 보관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를 참고해 기업이 자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지 다루는 세션들이 마련된 것이다.
또 오는 27일에는 FTX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짚어보는 세션과, 바하마의 사례를 통해 FTX 사태 이후 규제 확립 과정을 살펴보는 세션 등이 마련됐다. 바하마 세션에는 필립 데이비스(Philip Davis) 바하마 총리가 직접 참석한다.
가상자산 규제를 일찌감치 확립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FTX 사태를 짚어보는 세션도 열린다. 해당 세션에는 우시다 료스케(Ryosuke Ushida) 일본 금융청(FSA) 핀테크 담당 수석이 직접 참여한다.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 편집장은 26일 개막 연설에서 "FTX 사태의 여파로 인해 이번 컨센서스 2023에선 규제에 대한 논의가 더 활성화됐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규제는 세계적 흐름…각국 규제 현황 공유
단순히 FTX 사태를 점검하는 것뿐 아니라 각국의 규제를 속속 들여다볼 수 있는 세션들도 다수 마련됐다. 오는 28일 컨센서스 내 부대행사로 열리는 '가상자산 정책 서밋'에는 세계 각국의 규제당국 인사가 참여한다. 가상자산 규제 강화가 전 세계적 흐름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하는 건 단연 미국의 규제다. 이에 이번 컨센서스에선 미 규제당국 및 의회 인사들이 참여, 규제 현황을 공유한다.
대표 연사로는 크리스티 골드스미스 로메로(Christy Goldsmith Romero)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미 공화당 하원 의원,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미국 상원 의원 등이 있다.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친(親) 가상자산 인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맥헨리 의원 역시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미국 규제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FTX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가상자산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에 리사 캐머런(Lisa Cameron) 영국 하원 의원을 비롯해 우시다 료스케 일본 금융청(FSA) 핀테크 담당 수석, 마리안느 베차라(Marianne Bechara) 국제통화기금 선임 변호사 등이 전 세계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세션도 마련됐다.
26일 미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컨센서스 2023'에서 참가자들이
네트워킹하는 모습.
◇웹3, 주류 되려면?…기존 대기업·여성 인력 참여 늘어야
올해 규제 관련 세션이 대폭 늘어났으나 본래 컨센서스는 블록체인 기술 진흥을 위한 행사다. 블록체인 기술 및 관련 서비스가 더 대중화되려면 기존 '주류 산업군'이 블록체인 기술을 더 많이 채택해야 한다.
또 여성 인력이 더 많이 유입돼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왓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웹3' 업계는 남성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번 컨센서스에서는 이 같은 문제 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기존 대기업 인사 및 여성 리더가 연사로 나서는 세션이 다수 마련된 것이다.
기존 대기업 중에선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츠의 제니 존슨(Jenny Johnson) 최고경영자(CEO)가 간판 연사로 나섰으며 LVMH, 구글 등 기존 대기업의 웹3 사업 담당자들도 연사로 참여했다.
루이비통, 디올 등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LVMH는 메타버스 및 NFT 분야에서 웹3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구글은 구글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웹3 산업에 진출한 상태다. 이외에도 마스터카드가 오는 28일 가상자산과 관련한 마스터카드의 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여성 인력 확대를 테마로 한 전용 라운지가 생긴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올해 컨센서스에서는 '웹3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Women Who Web3)' 라운지에서 여성 업계 종사자를 위한 워크샵이 마련됐다. 라운지에선 NFT 발행을 위한 워크숍, 웹3 분야 여성 영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워크숍 등이 열린다.
또 'Women Who Web3'의 일환으로 여성 리더들의 발표 세션도 다수 마련됐다. '크립토뱅크'로 잘 알려진 커스토디아뱅크의 카이틀린 롱(caitlin long) CEO, 워너뮤직그룹의 오아나 룩산드라(Oana Ruxandra)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이 간판 연사로 나선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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