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 정연훈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은 선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쓸모 있는 선물이다. 잘 신던 운동화 밑창이 닳았는데 때마침 받은 운동화 선물이 그렇다. 또 하나는 쓸모없는 선물이다. 갖고는 싶지만 직접 돈을 주고 사기엔 필요 이상으로 과하다 싶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경우 모두 선물 주는 사람이 상대방의 상황이나 취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물 고르는 일은 늘 어렵다. 가정의 달 5월에는 고민도 늘어난다.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인데도 선물을 하려니 막막하다.
앞서 말한 두 경우 말고 기분 좋은 선물의 예외는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날 받는 뜻밖의 선물이 그렇다. 우리는 특별한 달, 특별한 날에 무언가를 주려고 한다. 선물은 특별한 게 되고, 선물 고르기는 부담이 된다. 이런 날은 상대방도 무언가를 받을 준비가 돼 있어 힘들게 고른 선물이 제 힘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 특별하지 않은 날의 선물은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선물의 크기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데니스 리건 미국 코넬대 교수는 실험을 통해 '뜻밖의 선물' 효과를 입증했다. 똑같은 환경의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쪽에는 깜짝 선물로 음료수를 줬고, 다른 한쪽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이어 자선단체가 복권을 팔았는데 음료수를 받은 사람들이 2배나 더 많이 샀다고 한다. 고작 음료수였지만 예상치 않은 선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해석이다.
최근에는 커피 쿠폰 같은 모바일 상품권을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뜻밖의 선물을 하기가 쉬워졌다. 흔한 커피 한잔이라도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간편하다고 해서 성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지인은 모바일 상품권을 보낼 때 상대방의 집, 회사 근처 브랜드를 일일이 찾아본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선물 가방을 손에 쥐었을 때 마음이 푸근해진다. 뜻밖의 선물은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의 하루까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는다.
기약 없는 "언제 밥 먹자" 대신 커피 한잔과 함께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다.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