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코로나19도 이 가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나보다.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들고 있어서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떠나야만 했다. 근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가평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평으로 가야만 했다. 어디를 둘러볼까 싶어 이곳저곳 둘러보던 차에 직장 상사가 남양주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를 추천한 것이 떠올랐다. 산 중턱에 위치한 이 절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가 절경이라는 말에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국 숙소 근처인 아침고요수목원과 수종사를 여행 코스로 결정하고 금요일 오후에 수많은 나들이 행렬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름난 명소 아침고요수목원
다음날, 인근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긴 후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너무 유명한 곳이라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신히 주차를 한 후 입구에서 티켓을 끊고 입장했다. 바로 눈에 띤 것은 '국화전시회, 꽃의 왈츠' 국화를 주제로 한 이 전시회를 둘러보았다.
원색의 국화가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는데, 하트, 피아노, 음표, 하프 등의 문양으로 꾸며진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단풍과 은행의 향연 와중에 국화전시회가 포인트가 되고 있었다. 입구에서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
하트로 조경된 국화의 모습
국화로 수놓여진 피아노와 음표의 모습
화려한 하프의 모습
가족여행단의 여행 정보 [ 아침고요수목원 편 ]
- 아침고요수목원은 축령산을 배경으로 하여 한국의 미를 듬뿍 담은 정원들을 원예학적으로 조화시켜 설계한 원예수목원이다.
- 1996년 5월에 개원한 이곳은 20개의 주제를 가진 정원은 아름답게 가꾸어진 잔디밭과 화단, 자연스러운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을 실제 한반도지형 모양으로 조성하여 최고 절정의 꽃으로 표현한 하경정원(Sunken Garden)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이다.
- 수목원에는 고향집정원, 무궁화동산, 고산암석원, 분재정원, 에덴정원, 시가 있는 산책로, 천년향, 석정원, 하경정원, 한국주제정원 등의 특색 있는 정원이 있다. 이외에 산수경온실, 알파인온실, 아침고요갤러리, 역사관, 추억공작소 등의 부대시설이 있다.
- 영화 ‘편지’를 시작으로 영화 ‘조선명탐정’, ‘중독’,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저글러스’, ‘군주’, ‘블랙’, ‘학교2017’, ‘왕은 사랑한다’, ‘내성적인 보스’, ‘구르미 그린 달빛’, ‘웃어라 동해야’, ‘미남이시네요’, ‘이 죽일 놈의 사랑’, 예능 ‘무한도전’, 다큐 ‘성공다큐 최고다’ 등의 촬영장소로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 입장료는 성인 : 9,500원 / 청소년(중고생) : 7,000원 / 어린이(36개월~초등생) : 6,000원
- 이용시간은 08:30 ~ 20:00(폐장은 일몰에 따라 유동적)
- 참고 자료 : 두산백과
우리 가족은 지도상의 번호 21번 야생화정원을 시작하여 달빛정원(18), 하늘길(16)을 거쳐 아침광장(15), 스트림가든(14), J의 오두막정원을 지나 서화연(11)을 반환점 삼아 한국주제정원(7), 천년향(5), 구름다리를 건너 되돌아오는 일정으로 둘러보았다.
야생화정원(21)으로 향하던 길에서 무궁화동산(22) 입구에서 본 나무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단풍놀이로 북적이는 이곳에서도 다들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다들 가을이 왔음을 느끼고 싶어 찾은 이곳 수목원에서 저마다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야생화정원과 침엽수정원을 둘러본 후 야외체험장에 설치되어 있는 미니어치 집에서 아들과 소꿉놀이 겸 역할놀이를 신나게 즐겼다. 역시 아이들은 이 같은 아기자기한 집들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들 또래들이 벌써 부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야외체험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하늘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목원에서 유명한 조그만 성당이 있다. 누구나 이곳을 떠올리면 생각하는 이 성당으로의 길에는 아름다운 흰꽃들이 조성되어 이곳을 더욱 순수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에는 하늘길(16)을 따라 아침광장(15)으로 이동했다. 하늘길 양옆에는 보라빛과 붉은빛 꽃들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길 이름처럼 하늘길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침광장은 푸르른 잔디가 펼쳐져 있어서 사람들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를 둔 채 안전하게 쉬면서 축령산 자락의 단풍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이가 마스크가 답답해하길래 잠시 벗겨주고 함께 달렸었다(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다).
아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서화연(11)을 관람하기 위해 스트림가든, J의 오두막정원을 둘러보며 이동했다. 광장 주변에 핑크뮬리 서식지가 있어서 잠시 관람했다. 어쩜 이런 색감을 나타내고 있을까 신기함을 느낄 정도로 색감이 아름다웠다.
서화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더욱 북적였다. 아름다운 연못에 자그마한 정자와 단풍들이 그 운치를 더해주었다. 잔잔한 연못과 달리 사람들은 이곳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기 여념이 없었고 우리도 그 레이스에 가담하여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 아들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칭얼거렸지만.
서화연을 반환점 삼아 입구로 돌아가던 중 아침고요수목원의 상징과 같은 천년향을 관람했다. 그 수령만큼 깊이감이 느껴지는 고목이었고 높고 푸른 하늘과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천년향을 끝으로 아침고요수목원 관람을 마치고 우리 아들의 소원이었던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출구로 이동했다.
두물머리가 한 눈에! 수종사
수종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다소 경사진 험한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야 했다. 오르는 길 곳곳에 등산객들이 세워둔 차들로 인해 커브 구간에서 내려오는 차들과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해야 했지만 절 입구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공간 넓지 않은 관계로 자칫 주차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오르는 길은 대체로 무난했다. 아들과 함께 오를 때 크게 힘들지 않았으니 성인이라면 가벼운 산보 정도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입주문을 지나면 계단이 놓여져 있는데, 이 역시 큰 체력을 요하지 않기에 접근성이 용이한 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단을 다 오르고 작은 문에 들어서면 규모가 크지 않은 수종사와 좌불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사찰의 고즈넉함을 배가시키고 있었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차분하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좌불상을 지나면 확 트인 두물머리 전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핫스팟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감히 절경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멋진 전망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고 더 높은 곳에서 절과 이 전망의 조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위쪽으로 향했다.
가족여행단의 여행 정보 [ 수종사 편 ]
- 수종사는 운길산 바로 아랫자락에 있다.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1439년(세종 21)에 세워진 태종의 다섯째 딸 정의옹주의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일 것으로 추정되며, 1458년(세조 4)에 왕명으로 크게 중창되었다.
- 일설에는 세조가 창건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금강산을 순례하고 돌아오던 세조는 날이 저물어 두물머리(현재의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날 저녁 한밤중에 세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생각한 세조는 날이 밝자 그 종소리를 따라 운길산을 올라갔다.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바위굴이 있었고 그 굴속에 18나한이 앉아 있었다. 굴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암벽을 울려 마치 종소리처럼 들린 것을 알게 된 세조는 그곳에 절을 짓게 하고 18나한을 봉안한 후 이름을 수종사라고 하였다.
- 현재 약사전 앞에는 아무리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물줄기가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여러 차례 절을 중수하였는데 한국전쟁 때 불타버린 것을 1974년에 다시 지었다. 맑은 날 수종사에 가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펼쳐놓는 산수화 같은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참고 문헌 : 네이버 지식백과
역시나 나의 선택은 적중했다. 아래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보다 더한 감동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수종사와 두물머리 간의 조화가 너무 절묘해서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같은 절경을 담고 있는 이곳이 남양주, 가평의 명소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안타까웠지만 나 혼자 알고 있는 비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흐믓함을 느꼈다.
가을의 절정에 떠난 여행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