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밥과 국을 나르는 일에는 스님과 기관장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
4월9일, 어르신 1500여명에 점심공양 대접 선물 증정도 신도회·복지관·지역단체 등 봉사자 150여명 함께 준비 금곡 스님 주지 취임 후 매연 4~5차례 정기 행사 ‘한 끼 공양’ 소박히 시작 입소문 인근 지역까지 확산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지난겨울 건강하게 보내셨습니까. 어르신들 잘 지내시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흥천사를 다시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자주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봄꽃 소식보다 어르신들의 안부가 더 궁금한 금곡정념 스님의 환대에 어르신들은 스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매번 불러줘서 고마습니다. 스님 덕분에 이 동네 사는 재미가 아주 좋아요.”
따뜻한 기운 흠뻑 버금은 살랑바람에 연등이 흔들흔들 출렁이던 날, 때마침 핀 개나리까지 노란 빛을 뽐내며 도량 장엄을 거들었다. 그 화사한 봄빛 아래 흥천사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오르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4월9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경로잔치는 올해도 돈암동에 봄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축포이자 겨울의 흔적을 털어내는 흥겨운 마당이다.
‘공경하는 마음, 나눔의 실천’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흥천사 회주 금곡 스님을 비롯해 주지 정관 스님,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석우 돈암2동장, 김문수·이윤희·목소영 서울시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해 흥천사를 찾은 어르신 1500여명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했다.
가설법당인 관음전을 비롯해 공양간과 마당까지 빼곡하게 공양상이 차려졌다.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자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떡과 과일을 비롯해 잡채와 도토리묵, 갖가지 봄나물까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밥과 국을 나르는 일에는 스님과 기관장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혹시라도 음식이 부족할까,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어르신들의 공양을 챙기는 솜씨가 능숙하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북구 그 어느 곳의 봄보다 이곳 돈암동의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흥천사 덕분”이라며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애쓰는 흥천사와 금곡 스님이 있어 성북구가 더욱 살기 좋은 고장이 되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 | ▲ 회주 금곡 스님은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앞으로도 힘닿는데 까지 어르신들을 공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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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숨은 일꾼은 1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특히 흥천사 신도들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도왔다. 이른 새벽부터 나와 음식을 준비했지만 누구 한 사람 피곤한 기색 없이 얼굴가득 웃음으로 어르신들을 맞았다.
경내에서 어르신들을 안내하는 일은 중림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와 직원들이 도맡았다. 혹여 조금 늦게 도착한 어르신들이라도 불편함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빈자리를 찾아 안내하고 부족한 점은 없는지 살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성북구자원봉사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최종원씨와 연극협회 회원들이 찾아와 도량안내를 맡았다.
|  | | ▲ 이날 행사에는 성북구자원봉사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최종원씨와 연극협회 회원들이 찾아와 도량안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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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뒷마당에서는 거사신도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선물보따리를 챙기기 위해서다. 모두 1500개의 선물을 상자에 담아 나르는 일은 거사들이 도맡았다.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음식이며 선물포장이 모두 흥천사 신도님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됩니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것이 내 부모를 모시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원봉사에 동참합니다.” 이철영 흥천사신도회장도 어느 틈에 양복 윗도리를 벗어 들고 뒷마당에서 빈 상자를 정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선물주머니에는 봄 향기 머금은 쑥떡과 커피, 그리고 어르신들을 위한 간단한 상비약이 담겼다. 어르신들의 식사자리를 살피고 나온 금곡 스님도 일일이 선물을 전달하며 환송했다. “가을에 또 모시겠습니다.” “건강하셔야 됩니다.” 한 명, 한 명 손을 붙잡고 선물을 전달하며 인사를 건네는 스님의 모습에 어르신들 얼굴에서는 다시 한 번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회주 금곡 스님은 “지역의 어르신들은 사찰의 역사를 지켜보신 산 증인이며 어려운 시절에도 사찰을 지켜준 외호 신장이었다. 이분들의 관심과 정성이 있었기에 흥천사의 역사가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강조하며 “지역의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앞으로도 힘닿는데 까지 어르신들을 공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이라고 강조했다.
|  | | ▲ 공양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선물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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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 스님은 지난 2011년 흥천사 주지 소임을 맡은 후로 매년 경로잔치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한 끼 공양을 대접하겠다는 소박한 취지였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돈암동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어르신들까지 흥천사를 찾아오며 점점 규모가 커졌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봄, 가을 4~5차례씩 꾸준히 어르신들을 초청했다. 대웅전과 대방 복원불사 관계로 어르신들을 모실 자리가 부족할 때도 있었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보문동에서 흥천사를 찾아온 김경순(82) 할머니는 “요즘엔 흥천사 경로잔치를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나들이 오듯이 찾아온다”며 “한 끼 공양에도 흥천사 스님들과 신도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다른 어떤 경로잔치보다 즐거운 날”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성진(76) 할아버지도 “돈암동에서 반평생을 살았지만 요즘같이 동네 분위기가 좋은 적이 없었다”며 “흥천사 주변이 깨끗해지고 정비가 잘 돼서 산책하기도 좋고 동네도 훤해졌다”고 흥천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  | | ▲ 흥천사는 성북구청에 이웃돕기 사랑의 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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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흥천사는 성북구청에 이웃돕기 사랑의 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경로잔치에 이어 4월16일에는 전국병원불자연합회(회장 류재환) 소속 회원 30여 명이 흥천사를 찾아 의료봉사를 펼친다. 내과, 산부인과, 안과, 한의과, 통합의학과 등 각 분야의 전문 의료진들은 혈액검사기, 심전도기 등 의료기기를 이용해 폐질환 및 치매검진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  | | ▲ ‘공경하는 마음, 나눔의 실천’을 주제로 열린 경로잔치에서는 어르신 1500여명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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