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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철화-동화… 조선백자 대표 다 모인 ‘챔피언스 리그’
|도자기만 주제로 한 특별전, 2.28~5.28
|국내 8개 기관, 일본 6개 기관 협력…31점 국보ㆍ보물 포함한 조선백자 명품전185점 전시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리움미술관이 2004년 개관이래 도자기만을 주제로 기획한 첫 특별전을 선보인다. 2월 28일 개막해 5월 28일까지 열리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백자 명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로, 국가지정문화재 59점 (국보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 소재한 수준급 백자 34점을 포함하여 총 185점을 선보인다.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은 그간 조선 백자의 장식적 측면에 집중해 기획됐던 전시와 달리, 조선백자 안에 투영된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살펴보는 데에 힘을 실었다. 동시에 방대한 조선백자를 총괄해 소개하는 자리로 구성한다.
‘청화백자’에서 품격과 자기 수양의 의지를, ‘철화·동화백자’에서 곤궁함 속에서도 잃지 않는 굳센 마음을, ‘순백자’에서는 바름과 선함을 찾아 조선백자 안에 조선인이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기던 ‘군자(君子)’의 풍모가 담겨있다는 해석을 더해 조선백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상법을 제안한다.
✺ 조선백자 국보·보물 한자리에…“전대미문의 전시” [문화광장] / KBS 2023.02.27.
조선백자 국보·보물 한자리에…“전대미문의 전시” [문화광장] / KBS 2023.02.27. - YouTube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 2~4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백자 달항아리(白磁 壺, 국보 제309호), 17세기후반∼18세기전반, 삼성미술관 리움
백자 달항아리는 보통 높이가 40cm 이상 되는 대형으로, 둥글고 유백색(乳白色)의 형태가 둥근 달을 연상하게 되어 일명 ‘달항아리’라고도 불린다. 조선 17세기 후기~18세기 전기의 약 1세기 동안(특히 18세기 전기 50년간) 조선왕조 유일의 관요(官窯) 사옹원(司饔院)의 분원(分院) 백자제작소(경기도 광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광주지역에 산포해 있던 340여 개소의 가마 가운데 금사리 가마에서 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기가 대형인 탓에 한 번에 물레로 올리지 못하고 상하 부분을 따로 만든 후, 두 부분을 접합하여 완성한 것으로 성형(成型)과 번조(燔造)가 매우 어렵다. 순백의 미와 균형감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백자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형식이다.
국보 백자 달항아리는 높이 44cm, 몸통지름 42cm 크기에 구연부가 짧고 45°정도 경사진 것으로 몸통의 곡선이 둥글며 매우 풍만한 형태를 하고 있다. 몸통의 중심부 이어붙인 부분에 일그러짐이 거의 없어서 측면 곡선은 거의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다. 구연부의 외반 정도와 수직 굽이 조화되어 풍만하면서 안정적이며 전반적으로 완전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조선 중기 백자 호의 특징을 보인다. 몸통 전면에 성형 흔적 없이 표면이 일정하게 정리되어 있어 최고수준의 환경에서 제작되었음을 보여주며, 굽은 수직에 가깝고 깎음새도 매우 단정하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국보-보물 31점 등 183점 최대규모… 외부 빛 차단 ‘블랙박스’ 공간 압권
|전문가 강연-심포지엄도 연계 개최, 내일 개막해 5월 28일까지… 무료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의 1부 ‘절정, 조선백자’가 펼쳐지는 리움미술관 블랙박스에서는 암흑 속에 백자 42점과 조명만 반짝여 장관을 연출한다. 리움미술관 제공
조선시대 백자라고 하면 흔히 ‘달항아리’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백자에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동화백자, 순백자까지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500여 년간 만들어진 수많은 백자 중 대표 명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화백자 매죽문 항아리(靑華白磁 梅竹文 壺, 국보 제219호), 조선 15-16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이 조선 청화백자 항아리 아가리는 안으로 약간 오므라들었으며, 몸통 윗 부분이 불룩하고 아랫 부분이 잘록하게 좁아졌다가 살짝 벌어진 형태이다. 아가리 맨 위쪽에 두 줄의 가로선이 있고, 그 아래에 꽃무늬와 이중의 원무늬를 번갈아 그렸고 아래쪽으로 다시 한 줄의 가로선을 둘렀다.
어깨 부위에는 장식적이면서 화려한 연꽃무늬가 있고, 굽 바로 위쪽에도 같은 문양을 배치하였다. 중심 문양으로는 매화와 대나무가 몸통 전체에 그려졌는데, 가지가 교차하는 매화와 그 사이사이의 대나무 표현이 세밀하며 뛰어나다. 특히 윤곽선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색을 칠하는 구륵진채법이 돋보인다.
이 백자는 문양의 표현 기법과 색, 형태 면에서 아름다운 항아리이며, 구도와 소재면에서 중국 명나라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 중엽 초기에 경기도 광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하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에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조선 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수준급 백자 34점을 비롯해 국내외 14개 박물관·미술관의 백자 183점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란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백자 청화‘홍치2년’명 송죽문 항아리(白磁 靑畵‘弘治二年’銘 松竹文 立壺), 국보 제176호), 조선(1489년), 동국대학교 박물관
조선 성종 20년(1489)에 만들어진 청화백자 항아리로 소나무와 대나무를 그렸다. 크기는 높이 48.7㎝, 입지름 13.1㎝, 밑지름 17.8㎝이다.
아가리가 작고 풍만한 어깨의 선은 고려시대 매병(梅甁)을 연상케 한다. 어깨로부터 점차 좁아져 잘록해진 허리는 굽부분에서 급히 벌어져 내려오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로는 백자 청화송죽인물문 항아리(보물)와 순백자 항아리를 비롯한 몇 예가 있다.
조선시대 궁중의 연례를 비롯한 여러 의식에서 꽃을 꽂아둔 항아리로 사용된 듯하다. 문양은 아가리 부분에 연꽃 덩굴무늬를 두르고 몸통 전체에 걸쳐 소나무와 대나무를 대담하게 구성하였다. 꼼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청색의 농담으로 회화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이 항아리는 오랫동안 지리산 화엄사에 전해져 왔던 유물인데 2번이나 도난당했던 것을 찾아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옮겨놓았다. 주둥이 안쪽에 ‘홍치’라는 명문이 있어 만든 시기가 분명한 자료이다.
● 백자 ‘챔피언스리그’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백자철화 운룡문 호(白磁 鐵畵 雲龍文 壺). 조선시대 17세기,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백자 달항아리(白磁 壺, 국보), 리움미술관/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白磁 銅畵蓮花文 八角甁), 조선시대 18세기 전반, 大華文華館
백자 청화매조죽문 유개호(白磁 靑畵梅鳥竹文 有蓋壺, 국보 제170호), 조선 15세기 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만들어진 높이 16.8㎝, 입지름 6.1㎝, 밑지름 8.8㎝의 뚜껑있는 백자 항아리이다. 뚜껑의 손잡이는 연꽃봉오리 모양이며, 어깨는 벌어졌고 잘록한 허리의 선은 바닥에서 약간 도드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굽의 접지면 바깥둘레는 약간 경사지게 깎아내렸다. 뚜껑의 손잡이에 꽃잎 4장을 그리고 그 주위에 매화와 대나무를 그린 것이, 조선 전기 회화에서 보이는 수지법(樹枝法)과 비슷하다. 아가리 가장자리에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덩굴무늬를 그리고, 몸체의 한 면에는 한 쌍의 새가 앉아있는 매화와 들국화를, 다른 한 면에는 V자형으로 뻗어나간 대나무를 그렸다.
그림 속에 농담의 변화가 보이는 것이 전문 화가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항아리는 조선 초기의 고분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지며 이 무렵 백자 항아리의 형태와 문양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백자 철화 운룡문 호(白磁 鐵畵 雲龍文 壺). 17세기, 리움미술관/ 백자 청화 ‘함풍년제’ 명 구름 용 산수 무늬 다각접시, 조선 1851-1861년, 높이 2.9cm, 입지름 21.3cm/ 백자청화 운룡문 호(白磁靑畫 雲龍文 壺), 18세기, 리움미술관 소장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일단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는 외부 빛을 차단한 약 661㎡(약 200평) 규모의 ‘블랙박스’에 백자 42점을 펼쳐놓았다. 가벽이나 칸막이가 없다 보니 드넓은 암흑 속에 조명과 흰 백자만 반짝인다. 마치 관람객들에게 인증샷을 남기라고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최근 관람객들은 자신이 화려한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시 초입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고미술도 군집을 통해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총 42점이 청화백자, 철화백자, 채색백자, 상감백자와 순백자의 순으로 전시됐다. 이 연구원은 “1부 전시는 백자의 대표 선수들을 모은 ‘챔피언스리그’”라고 강조했다. 달항아리는 단 3점만 전시됐다. 이에 대해 그는 “조선백자 토털전이라는 취지에는 좋은 작품 석 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가장 깊은 곳으로 가면 전체 백자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계단이 마련돼 있다.
● 개구쟁이 같은 철화백자
백자 철화포도원숭이문 항아리(白磁 鐵畵葡萄猿文 壺, 국보 제93호), 조선시대.18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로 적당한 높이의 아가리에 어깨부분이 불룩하고 아래로 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모양이다. 크기는 높이 30.8㎝, 입지름 15㎝, 밑지름 16.4㎝이다.
직각으로 올라 선 아가리 둘레에도 무늬를 두르고 몸통에는 능숙한 솜씨로 포도 덩굴을 그려 넣었다. 검은색 안료를 사용하여 그린 포도 덩굴의 잎과 줄기의 생생한 표현으로 보아 도공(陶工)들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전문 화가들이 그린 회화성이 짙은 그림임을 알 수 있다.
몸통 전면에 푸른색이 감도는 유백색의 백자 유약이 고르게 칠해져 있는 이 항아리는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있는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국보)와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백자 항아리이다.
백자철채 통형 병(白磁鐵彩 筒形 甁), 19세기, 현대 추상 회화. 삼성미술관 리움/ 백자 반합(白磁 飯盒), 15세기, 호림박물관 리움/ 백자 반철채 호(白磁 半鐵彩 壺), 16세기, 백자 본연의 순백색과 진은 회갈색 대비의 아름다움, 삼성미술관 리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白磁 靑畵鐵彩銅彩草蟲文 甁, 국보 제294호). 18세기. 국보. 간송미술관 소장/ 백자 철화초화문호(白磁 鐵花草畵文 壺), 17세기 후반, 무다 토모히로 촬영. 사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백자청화 인물문 병(白磁 靑畵 人物文 甁), 19세기, 리움미술관
백자 양각 연판문 병(白磁 陽刻 蓮瓣文 甁), 18세기 후반,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이병창 박사 기증, 사진: 무다 토모히로/ 백자 동화 국화접문 소호(白磁 銅畵 菊花蝶紋 小壺) - 국화와 나비가 그려진 작은 항아리, 리움미술관 이건희 회장 기증/ 청화백자 연화당초문 병(靑華白磁 蓮花唐草紋 甁), 15세기. 작지만 형태와 문양이 아름답다. 삼미술관 리움
청화백자 백자청화 서수문 각병(백白磁靑華 瑞獸紋 角甁)/ 백자 호(白磁 壺),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송하호작문 호(白磁靑華 松下虎鵲文 壺)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2부 ‘청화백자’, 3부 ‘철화·동화백자’, 4부 ‘순백자’가 이어진다. 초창기 청화백자는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청화 안료인 코발트가 수입해야 하는 값비싼 재료였기 때문이다. 이후 청화백자는 점차 사대부 계층으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사군자나 자작시가 문양으로 들어간 작품을 볼 수 있다.
철화·동화백자는 조선 중기 일본, 중국과의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재로 철 안료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청화백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만 제작된 데 비해 철화백자는 지방에서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 철화백자를 만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지방 백자는 거의 민속품이기에 자주 전시하기 어렵다”며 “지방 백자는 (왕실의) 제약 없이 직접 만들어 소비한 것이기에 개구쟁이 같은 자유분방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단정한 백자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지방 백자 섹션을 마련해야 관람객이 비로소 웃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호’,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연계해 조선 백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감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일 2주 전부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5월 28일까지.
출처: 동아일보 2023년 02월 27일(월) (김민 기자)/ 중앙일보 2023/ 조선일보 2023/ KBS1 뉴스·문화광장/ 문화재청 문화유산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