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566호]
狂人이 나를 불러
황청원
狂人이 나를 불러
그대 사는 마을에
어떤 말들 함께 살아가느냐
눈 감고 물었습니다
狂人이 나를 불러
그대 사는 마을에
어떤 꿈들 함께 모여 사느냐
눈 뜨고 물었습니다
狂人이 나를 불러
그대 사는 마을에
어떤 시들 함께 살아가느냐
눈 감고 물었습니다
狂人이 나를 불러
그대 사는 마을에
어떤 가슴들 함께 모여 사느냐
눈 뜨고 물었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
어떤 말들
어떤 꿈들
어떤 시들
어떤 가슴들
함께 모여 살아가는지
참으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狂人이 나를 불러
가만히 눈 감고 눈 뜨고
노랫가락처럼 풀어내는 물음들
서러워 달래지지 않는
서릿발 슬픔이었습니다
- 『현대문학』(1987년 10월호)
*
스님이었던가 스님이 될려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환속한 시인, 탤런트 김혜정 씨와의 결혼 등으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던 황청원 시인.... 월간 태백 초대석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인데요... 그의 안부가 정말 궁금한 아침... 1987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그의 시를 띄웁니다.
전두환 군사 정권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해였는데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사는 마을에/ 어떤 말들/ 어떤 꿈들/ 어떤 시들/ 어떤 가슴들/ 함께 모여 살아가는지/ 참으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는 진술은 여전히 유효해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말할 수 밖에 없네요. 여전한 서러움과 여전한 슬픔들을 달래려면 얼마나 더 살아내야 할까요? 얼마나 더 살아내면 고운 말, 고운 꿈, 고운 시, 고운 가슴들 함께 모여 살아가게 될까요?
전윤호 시집, 『순수의 시대』가 곧 복간되어 나올 예정인데요... 시집은 복간되어 나오겠지만 순순의 시대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아닌가요?
2017. 8. 21.
월간 태백/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