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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장,
송이는 이번 휴일에도 민우성과의 약속을 잡아 놓은 것을 생각한다.
과연 자신이 하는 일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민우성의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다.
단순히 선배와 후배의 만남이 아님을 잘 안다.
민우성은 남자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임을 안다.
그러나 송이는 모른 척 선배로서 민우성을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민우성을 통해서 알아본 것은 민영진 회장의 세진그룹은 민회장이 결혼을 하고 나서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그 성장의 밑받침이 된 것은 민영진 회장의 부인이 넘겨받은 처가재산임을 알게 된 송이다.
세진기업은 자신의 기업보다 큰 처갓집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한 것임을 알게 된다.
민영진 회장의 아내 심수경은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아버지가 하는 사업에 관심이 없고 그런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고 그저 한 남자를 보필하면서 아이
를 키우고 집안 살림을 해 나가는 것으로 자신의 삶의 목표로 정하고 사는 순수한 여인이다.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건강상의 이유로 친정아버지는 딸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지만 심수경은
그 모든 재산을 남편에게 일임을 해 버린다.
세진은 그 모든 기업을 합병하는 식으로 인수를 받는다.
그러면서 점차 대기업으로 성장을 해 나간 세진그룹이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은 송이가 생각하는 대로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다.
상당히 모범적인 가장이고 자상한 남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살아가고
있는 민영진 회장이다.
송이는 세진그룹 민영진 회장에게 아무런 이상한 점도 찾아 낼 수가 없다.
소문대로 성실하고 노력을 하는 기업인이라는 확인만 할 뿐이다.
모든 것이 생모의 일기장에 나열이 되어 있는 이니셜과 모두 일치한다.
그러나 어느 곳 한 곳도 빈틈이 없이 완벽한 민영진회장의 사생활이다.
의심하고 파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대학역시 생모가 나열한 H대라는 것도 일치를 한다.
송이는 민우성과 약속한 장소로 나가면서 무모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가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자꾸만 알아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꼬집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포기하기엔 너무나 모든 것이 일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
민우성은 송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가식이 없다.
가식이거나 허영이 아닌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음을 느낀다.
송이는 가끔 그런 민우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일단 그를 만나고 나면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성으로 다가가기보다는 선배로서 그를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따끔 이성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부인 할 수는 없다.
민우성은 참으로 매력적인 남자로 보일 때가 있다.
재벌 이세답지 않게 모든 것이 순수하고 맑다는 느낌이다.
또한 모든 점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거부감 없이 바라볼 수가 있는 것이 자신이 그런 민우
성에게 매료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외모가 준수하고 훤출한 키에 남자 같지 않은 뽀얀 피부를 지니고 있는 민우성은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마음을 준다.
이미 약속장소에 나와 있는 민우성을 보며 그가 있는 곳으로 간다.
“도착한지 오래 되었어?”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바쁘신 선배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요.“
“고마워!”
“오늘은 제가 멋진 곳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멀리 나가는 것은 싫은데?”
“그다지 먼 곳은 아닙니다.
휴일 날만이라도 맑은 공기를 쏘이며 시원한 바람이라도 맞게 해 드리고 싶은 이 후배의 간절한 마음
을 알아주십시오.“
“호호호..........그렇게 소원이라면 시간을 줄까?”
“고맙습니다.
오늘은 이 후배가 선배님의 시간을 비렸습니다.
이제 차는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민우성은 차를 마시고 바로 송이를 모시다시피 하면서 찻집을 나와 자신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간
다.
민우성은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 나간다.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빠진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늘 붐비는 춘천가도나 양평 쪽이 아닌 수원 쪽으로 해서 충주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으로 가면 어딜 가는 것이지?”
“이쪽으로 가다보면 오히려 조금은 조용하고 산세도 좋아 공기도 좋은 곳에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아주 멋지고 조용한 식당이 있습니다.“
“언제 그런 곳을 다 알고 있어?”
“가끔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는데 제 아버진 그런 근사한 곳을 아시게 되면 늘 가족들을 데리고 다니
시길 좋아하신답니다.“
“큰 사업을 하시는 회장님께서 상당히 가정적인 모양이네!”
“네!
제 어머닌 늘 하시는 말씀이 아버지를 선택하신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고 하실 정도
입니다.“
“음!
참으로 다복하고 행복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아버진 온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따라주시려고 노력을 하시지요.
저는 지금까지 그런 아버지를 늘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성이 성품도 그런 아버지를 많이 닮은 모양이지?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성품이 느껴지는 것이 아버지를 닮아서인가?“
“그렇게 보아주시면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아버지를 닮아가기엔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운전을 해 나가는 민우성은 그런 송이의 말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지금까지 자신에게는 별 다른 느낌도 없이 자신에 관한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선배가 드디어 자
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조금씩 자신을 의식하며 남자로 생각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 기분이 상당히 좋아진다.
민우성은 또한 자신의 집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는 한검사의 마음이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온다
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께서는 연애결혼을 하셨나보지?”
“아니요!
두 분은 맞선을 통해서 만나셨는데 두 분이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서로가 첫사랑의 경험도 없이 그나마 맞선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보셨는데 서로 첫눈에 내 사람이로
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답니다.“
“그래?
서로 그렇게 끌리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인데?
더구나 민회장님께서는 대단한 인물이셨고 집안 또한 나무람이 없으셨는데 연애경험이 없으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데?“
“그건 제 아버님을 모르시는 말씀이십니다.
제 어머님 이외에는 절대로 한 눈 한 번 팔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지요.
첫사랑이고 첫 여자이고 마지막 여자라고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대단하신 분이시네!
그 정도의 위치면 연애경험 한 두 번은 누구나 다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우성이도 그런 점을 아버님을 닮아가겠군!“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마음을 한 번 정하고 나면 그 마음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지.
더구나 대 그룹의 후계자인 자네 같은 사람이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야!“
“아버진 결혼 전에 연애로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늘 말씀을 하시지요.
그리고 결혼은 연애결혼보다는 그렇게 맞선을 통해서 하는 것이 좋다는 지론이십니다.“
“그렇다면 우성이는 연애를 할 수도 없겠어!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니까!“
“아마 그러시겠지요?
그러나 한 검사님같은 선배라면 좋아하실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
이유는 뭐지?
내가 법조인이라서 그룹을 위해서 좋다는 것인가?“
“아마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는 그냥 법조인이라기보다는 아주 특별한 경우니까요.
대체 공부하는 방법이 뭡니까?“
“공부하는데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있어?
그저 최선을 다하고 죽어라 하고 파고드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어?“
“다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우리도 그 정도는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남들 잠을 자는 시간에 공부하고 놀러 다니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죽어라하고 공부하지만 선배님
처럼 그렇게 대단한 성적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아마 생각의 차이겠지?
내가 최선을 다하며 죽어라하며 하는 시간과 우성이가 그러는 시간들이 생각의 차이로 다를 수가 있
지 않겠어?“
“..................”
민우성은 한참을 그 말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말 그대로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한선배
는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덮어두고 오직 공부에만 전념을 다 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리라.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보통으로는 있을 수 없는 특별한 케이스가 바로 선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그저 보통이고 평범한 사람이지.
천재도 수재도 아니고 그저 남들보다 더욱 더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일 뿐 보통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공부를 하지 못합니다.”
“지금 아버지께서 우성이가 나를 만나고 다니는 것을 아시고 계신가?”
“물론입니다.
아직까지 아버지에게 숨기거나 비밀로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래?
그럼 내가 아들의 여자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인가?“
“글쎄요?
아마 아직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직은 결혼보다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선배로서 존경한다는 생각을 하실 뿐이지 싶습니다.“
민우성은 송이의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대답을 한다.
아버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크다는 걸 알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면 행여
자신을 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선배로서 존경하는 마음뿐이라고 생각을 하신다?
그런 생각을 해 주신다니 더욱 고마운 일이지.
서로 부담을 갖지 않고 만나도 되는 일이니까!“
“선배님!
제 마음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시지요?“
“......................”
송이는 민우성의 말을 듣지 못한 척 해 버린다.
민우성 또한 그런 송이의 마음을 안다는 듯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렇게 드라이브도 하고 점심을 먹고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 집으로 온다.
“휴일이라도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우리 검사님이 너무 피곤해서 어쩌지?”
김윤희는 집으로 돌아오는 송이를 보며 마음이 안쓰럽다.
거의 늦게까지 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송이다.
항상 사건에 매달려 일찍 제 시간에 퇴근을 하고 들어올 때가 거의 없다.
또한 일이 없다고 해도 송이는 생모에 관한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심중이 가는 곳은 세진그룹 민영진회장 뿐이지만 이렇다 할 아무런 이유가없다는 것이 민우성
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확실해지는 것이다.
민영진 회장의 결혼 전에 연애를 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포착을 할 수가 없는 이상 아무리 털어봐
야 나오는 것이 없다.
송이는 이 모든 일들이 한계에 부딪치는 것을 느낀다.
모든 이니셜이 맞아떨어진다고 그가 생부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민영진 회장은 칭송이 자자한 사람이다.
대기업의 회장으로서 흠잡을 곳이 없는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그런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
다.
송이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차근차근 다시 검토를 하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자신이 잘못 판단했을 수가 있을 것임을 생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자세하게 검토를 해 나
간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그리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알아낼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초조해진다.
세진그룹의 민영진회장을 생각하지 않고 다시 모든 것을 맞추어본다.
집에 들어오면 그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한다.
송이가 그렇게 생모에 대한 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름이는 아나운서 시험에
불합격이 된다.
자신보다 쟁쟁한 사람들이 널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아가면서 아름이는 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다
시 입사시험을 위해서 준비를 한다.
이제 졸업이다.
그러나 또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해 나가면서 자신의 몸매
를 가꾸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우선은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물과 몸매가 받쳐주지 않으면 낙방이다.
아름이는 모든 것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냉정했다.
냉정하고 차가운 사회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름이는 불합격이 된 것을 알고서도 실망하지 않는다.
다시 또 도전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철저하게 하리라는 각오를 다진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며 실력과 자신의 미모를 함께 갈고 닦을 준
비를 한다.
문정숙은 그런 아름이를 보며 더욱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한다.
아무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님을 안다.
경쟁률 또한 예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름이의 각오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
을 한다.
“에효!
아이들의 공부가 언제나 끝이 나는 것이냐?“
김윤희 또한 그런 아름이가 안쓰럽다.
그저 한 번에 턱하니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또 다시 공부를 하느라 매달려 있는 아름이가 안쓰러울 뿐이다.
이제 김윤희는 건강 또한 예전 같지가 않음을 느낀다.
예전처럼 밥맛도 별로 없다.
밖에 나다니는 것도 힘들고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은 송이가 있기에 쓰러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몸에 좋다는 건강식도 먹으며 보낸다.
송이를 제 짝을 만나서 보내기 전에는 조금도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딸을 대신해서 송이가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봐야 한다.
기영이를 대신해서 기영이의 몫까지 잘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고 그것을 보기 전에는 자리에 눕지도
않겠다는 김윤희의 다짐이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몸이 자꾸만 말을 듣지 않는다.
“어머님!
요즘에 기운이 너무 없어 보이십니다.
제가 병원에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냥 기운만 없을 뿐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 병원은 무슨 병원이냐?“
“어머님!
아직은 어머님께서 강건하셔야 합니다.
그러셔야 승규가 결혼을 해서 자손을 보는 것도 보셔야 하고 송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을 보셔야지요.“
“암!
그래야 하다마다.
승규와 송이 그리고 아름이가 결혼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
문정숙은 시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다.
이유 없이 기운 없어 하시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시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압이 조금 높고 심기가 늘 불안한 증상으로 나타날 뿐이다.
“할머니!
편안한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이제는 마음의 근심을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생활을 하시면 좋아지실 것입니다.“
의사의 말이다.
김윤희는 의사의 말에 그러겠다는 대답을 하지만 역시 긴 한숨을 내 쉰다.
어찌 죽어서도 딸을 잊을 수가 있을 수가 있을까?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서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