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짬밥을 알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3년혹은 2년 2개월 지긋 지긋하게 짬밥을 드셨을 것이고 예비군 마크달고 제대하기까지 이런저런 군생활 속에서 짬밥 먹는 이야기로 지루하고도 긴긴 군생활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런 고난(훈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지 않습니까?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장 71절)
저는 나중에 26개월 현역으로 군대 가기 훨씬 전부터 4년간을 짬밥을 온 몸으로 경험하며 살았습니다.
필자가 농장에서 일을 했을때의 짬밥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가 일했던 농장의 옆길 위쪽은 군부대였는데 그 쪽에 군인들이 식사하는 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부대에서 농장으로 긴 통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짬밥이 배출 되었습니다.
처음에 농장에 와서 짬밥을 삽으로 퍼내는 일이 가장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수 많은 군인들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에 숟가락, 젓가락도 빠져있고 사발면 껍데기, 라면 봉지, 담배 꽁초등, 거기에다가 수 많은 벌레들이 달려들어서 하나의 커다란 오물 전시장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난히 비유가 약했던 필자는 한삽푸고 우웩하며 헛구역질하고 또 한삽푸고 우웩하고 헛구역질하고 한 통을 다 푸기까지 수백번을 헛구역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농장 일을 시작한후 3개월후) 오히려 짬밥의 내용물을 보고 오늘은 무슨 반찬이었구나 하며 입맛을 쩍쩍 다실 정도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떨땐 수저와 젓가락만 가져오면 그냥 저 짬밥 통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 집어내고 지렁이 한 마리 주욱 잡아 내고 군인들이 버린 담배꽁초 골라내고 짬밥통 속 살코기 듬뿍 한 숟가락에 담아 한입 먹을수도 있을 정도로 비유강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벌레 우글거리는 짬밥 통 옆에서 한끼 식사 뚝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비유도 넉살도 강해졌습니다. 언젠가 후배 녀석이 내 사는 모양 보러온다고 내가 일하는 농장에 온적이 있는데...
농담으로 "짬밥 한 숟가락 들어보지 않겠어" "되게 맛있겠네" 하며 쩝쩝 입맛을 다시니까 후배가 정말 먹으려는줄 알고 질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짬밥을 푸면 바퀴 하나짜리인 외 수레에 짬밥을 가득 싣고 가마솥이 있는 곳까지 백여미터 정도수레를 밀고 가야 되는데 고된 일 힘든 일을 해본적 없는 나에겐 처음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외수레 자체 무게와 수레에 담긴 짬밥의 무게가 만만치않게 무거웠고 더군다나 익숙치않은 일솜씨라 외수레 중심을 잡지 못해 수십 수백번 넘어뜨렸던 기억이 납니다.
온 얼굴에 몸에 짬밥 국물이 튀어올라 범벅이된 짬밥 건더기와 내용물을 몸에서 얼굴에서 닦아내며 땅바닥에 넘어진 수레를 다시 일으키고 흙범벅이 된 짬밥을 다시 퍼 담다보면 왜이리 내 신세가 서글프고 고달픈지...
그땐 하나님이 해도 해도 너무 무심하시다 생각하며 원망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만큼 농장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너무나 슬프고 괴롭고 세상이 모두다 내게 등을 돌리고 나라는 존재는 하나님에게서 버림받고 세상에게서도 철저히 버림 받은 듯하여 하나님이 세상이 모두 원망스럽게만 여겨졌습니다.
농장 일을 시작한지 얼마후에는 (6개월후) 휘파람을 불며 외수레를 끌고 달려도 넘어지지 않고 그 일을 능숙히 해 내게 되었습니다.
군부대에서는 그 때 그때마다 배급된 부식재료를 다 먹거나 쓰거나 배출해야 했는데 짬밥통위로 조리를 하지않은 생선 묶음이나 생선 박스들을 통째로 내던지곤 했는데...
그 생선들을 가져다가 잘씻어서 조리해 먹으며 우리 식구들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곤 했습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생선박스라 할지라도 벌레 우글거리는 짬밥 통에 떨어진 음식을 누가 먹으려 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가족은 그 음식을 하나님이 주시는 만나로 알고 맛있게 먹으며 어려운 살림 가운데에서도 비싼 생선 고기를 먹여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몇 년이 흘러 하나님의 예비하심인지 신학교를 졸업하고 현역으로 군입대하게 되었는데 군대에서 처음엔 보병으로 근무하다가 일병 계급장 달고부터...
그러니까 군입대하고 6개월후부터 제대할때까지 1년 반동안 취사병으로 근무하며 전우들과 함께 먹을 짬밥을 직접 만들며 또 짬밥과의 뗄레야 뗄수없는 절친한 인연을 이어가며 하나님의 도우심과 섭리를 온 몸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법입니다.
또한 이러한 역경을 통하여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선한목자 고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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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짬밥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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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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