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옥편/ 김성곤 지음/ 김영사/ 2018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때 틈틈히 꺼내 읽는 책이 있다. 리더의 옥편, 책 이름부터가 고급스러운데 실제 내용 또한 새겨할 문구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쓴 김성곤 교수는 서울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 고전문학 전문가다.
저자 특유의 입담과 필치로 딱딱할 수 있는 고사성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중국어 실력도 원어민에 가까울 만큼 좋다.
여기서 리더란 지도자나 대표를 말한다.
어떤 단체를 이끄는 회장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 아니면 회사를 운영하는 CEO도 리더다. 저자는 이런 리더들의 리더십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런 리더가 될 그릇이 안 되기 때문에 천상 독자로 만족하는 reader면 충분하다.
요 며칠 마음이 착찹했다. 내 아내는 마음이 흔들리거나 흐트러진 감정을 추스릴 때면 늘 성경을 읽는다.
아내는 성경을 읽고 나면 평온함이 찾아온다고 했다.
종교적 믿음이 없는 나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흔들릴 때면 이런 책을 읽는다. 예전에 읽었던 것임에도 다시 읽고 나면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흐트러진 마음을 토닥거려 준다.
저자는 고사성어를 역사 속에서 명멸해 간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사유가 네 글자로 집약된 지혜의 저장소라고 했다.
글이 안 써지는 오늘은 내 감정을 투입해서 글을 쓰기보다 이 책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대신하려 한다.
내 생각이 일부 들어가긴 했어도 많은 부분이 김성곤 선생의 문장임을 밝힌다. 예전에 한자사전을 왜 옥편이라 하는지가 궁금했다.
구슬로 엮은 책이라서 옥편인가. 구슬 같은 내용이라서 옥편인가. 스마트폰과 AI가 선도하는 시대임에도 나는 지금도 이 두꺼운 옥편을 갖고 있다.
모르는 한자를 찾다가 옥편 속에서 빛나는 문구를 만날 때면 희열을 느낀다. 모래밭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주운 것처럼 말이다.
1.해군지마(害群之馬): 무리를 해치는 말
모든 조직에는 이성적이지 않은 구성원이 있기 마련이다.
교묘하게 사리를 추구하며 구성원 간의 화합을 방해하는 이런 사람 때문에 조직은 비효율적이게 되고 성과는 부진하게 된다.
외부 환경에 특별한 변화가 없음에도 조직의 효율이 떨어지고 성과가 부진하다면 십중팔구 이런 질 나쁜 구성원 때문이다.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상고시대 전설 속 황제가 구자산에 살고 있는 대외(大隗)라는 현자를 만나러 갔는데 도중에 길을 잃었다.
황제는 한참을 헤매다가 말(馬)을 방목하는 목동을 만나 길을 물었다.
"구자산으로 가는 길을 아는가?"
목동이 말했다. "압니다."
황제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현자 대외가 있는 곳도 아는가?"
"예, 압니다."
황제는 이 목동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임을 간파하고는 다시 물었다.
"기이하도다. 구자산을 알 뿐 아니라 대외 현인의 거처도 알다니, 그대는 보통사람이 아님에 틀림없소. 한 가지만 더 묻겠소. 어떻게 천하를 다스려야 하오?"
그러자 목동은 자신이 알 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황제가 간곡한 얼굴로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거듭 묻자, 목동은 그제야 마지못한 얼굴빛으로 말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뭐 별거 있겠습니까? 말을 방목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말무리를 해치는 나쁜 말을 가려 쫓아내면 그만입니다."
황제는 그 말에 크게 깨달아 엎드려 재배를 하며 말했다.
"그대는 나를 가르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스승, 천사(天師)이십니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무리를 해치는 말이라는 뜻의 해군지마는 한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조직에 위해를 끼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느 집단이나 있기 마련인 못된 말을 가려내고 분리하는 일이야말로 그 집단의 성장과 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2.번간걸여(墦間乞餘):무덤 사이에서 빌어먹다
2-1.제인교처(齊人驕妻): 제나라 사람이 처첩(妻妾)에게 교만했다는 뜻으로, 사소한 권세나 부귀를 가지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제나라에 처첩을 거느리고 거드름을 피우며 사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외출할 적마다 항상 얼큰하게 술에 취해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의 부인이 물었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랑 술을 마셨습니까?"
그러자 이 사람이 뽐내면서 말했다.
"모두 돈도 많고 권세도 혁혁한 권문세족들일세."
얼마 후에 부인이 어린 첩을 불러 놓고 말했다.
"남편이 매번 외출할 때마다 권문세족들과 어울린다 했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껏 우리 집에 신분 높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찾아온 적 있었는가."
"아무래도 이상하니 내가 몰래 따라가 봐야겠네."
다음 날 아침 부인은 집을 나서는 남편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부인이 뒤따르는 것도 모른 채 남편은 하루 종일 성내를 이리저리 쏘다니는데 이상한 점은 누구 하나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쏘다니던 남편은 식사 때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성 동쪽에 있는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무덤 사이를 다니면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여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가.
한 곳에서 배를 채우지 못하면 다시 다른 곳에 들러 식은 밥과 남은 술을 구걸했다. 이런 남편의 모습을 본 부인은 기가 막혔다.
부인은 집으로 돌아와 첩을 붙들고 통곡하며 말했다.
"우리가 평생 의지해야 할 남편이라는 작자가 이런 모양이니 앞으로 우리는 누굴 믿고 산단 말이오!"
어린 첩도 이 이야기를 듣고 부인과 함께 남편을 원망하며 통곡했다.
그날 저녁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여전히 의기양양한 표정과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문을 들어서서는 오늘도 부자들, 귀족들에게 잘 대접받았다며 허풍을 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무능하고 열등한 본모습을 그럴듯한 겉모습으로 포장하여 세상을 속이는 무리들, 아무런 부끄러움도 모른 채 허장성세를 일삼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 책에는 없지만 문득 노자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생각난다. 이 사자성어에서 파생된 문장을 이어서 풀이하자면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물은 가장 깊은 곳에 마음을 두고, 최고의 덕을 베풀며, 겸손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로 가장 이상적인 처세술이다.
고로 아무와도 다투지 않는 까닭에 물은 허물이 없는 것이다.
허물이 너무 많은 나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높은 이상이지만 이런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흉내라도 내려고 한다.
비록 리더(Leader)는 못 되지만 문장을 마음에 담는 리더(reader)인 것이 참으로 고마운 오늘이다. 나는 곧 평상심을 찾을 것이다.
뚜벅뚜벅,,
첫댓글
해군지마 ~~
삼성 이건희회장 비슷한 말씀
< 앞서가는 사람 절대 뒷다리 잡지 마라 >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걷기 싫으면 놀아라. 의식주 보장해주겠다. 안 내쫓는다
많이 바뀔사람은 많이 바뀌어서 많이 기여하라
적게밖에 못바뀔사람은 적게 바뀌어서 적게 기여하라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절대 잡지마라~~
그러니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 옆으로 돌려놓는가
(1993년 3월 도쿄회의,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서양의 비슷한 말
그레샴의법칙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
누가 뒷다리 잡는다고 탈퇴하지 마십시요 !!!
ㅎㅎㅎ
ㅎ 봉봉님의 다양한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병철 회장 어록이 처음 듣는 말이긴 하지만 새겨볼 만한 내용이네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야 경쟁심과 앞서갈 생각에 뒷다리 잡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서도 아무 이해관계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영문도 모른 채 발목이 잡히면 당황스럽긴 할 겁니다.
카페 생활도 내 즐겁자고 하는 것인데 행여 뒷다리 잡는 사람 있다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암튼 학술적인 비유로 해석해 주셔서 공부가 되었네요. 봉봉님의 카페 활동이 항상 즐겁기를 바랍니다.
걱정해 주신 것도 감사하구요.ㅎ
오늘또 새로운 사저성어를 현덕씨덕분에배워보네요.ㅎ
이 책에 나오는 고사성어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들이 아니라 생소한 사자성어가 많더군요.
오늘 글에서 언급한 사자성어도 처음 듣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서야 새롭게 익힌 고사성어가 여럿이랍니다.
저 또한 leader 는 언감생심인 reader 일 뿐인데,
그나마도 폰질하느라 책 덮은지 오래라서 reader 조차 아닐 때가 많네요. ^^
옥편, 영화 스크린을 가리키는 은막, 이라는 말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참 어감이 귀하고 맑고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우리 말 어휘의 70퍼센트 이상이 한자 어휘이니, 그 말들이 갈무리된 옥편은 구슬처럼 가치있는 책 맞습니다.
김성곤교수님의 귀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생소한 4자성어들도 접하고, 오늘도 유익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달항아리님이 한자 친화적이어서 동질감을 느낍니다. 한문을 많이 알면 우리 말 표현이 훨씬 풍요로워지지요.
이것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지금도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게 한자를 활용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자기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달님이 언급한 은막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듣고 귀가 솔깃해지네요. 저도 달님처럼 은막이란 단어를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다소 생소한 사자성어를 달항아리님과 곰감할 수 있어 참 좋네요.ㅎ
글 속 내용에 나오는 못난 사내 이야기는 들어 본 거 같은데 그걸 이렇게 넓게 해석해보니 사람의 못난 표상이구려
뒷다리 잡지마라 는 댓글도 의미 둡니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적은 사람입니다 그 적들로 인해 가라앉지 않고 더 높이 튀어 오를 수있는 능력 또한 인간만이 지닌 오기 끈기 아니겠어요 ㅎㅎ 좋은 책 비유 잘 들었습니다.
위 책 내용은 대부분 본보기가 되지 않는 사람들 예시에서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라 하겠습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사자성어에서도 누군가를 보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배움을 얻게 되는 경우이듯이요.
나이 먹는다고 다 현명해지는 것은 아닌가 보더라구요.
부족한 사람에게 조언을 하더라도 품격있게 하고 깎아내리기 보다 다독거려 준다면 저절로 나이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덜 숙성된 사람이라서 늘 다짐하고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직의 효율이 떨어지고
성과가 부진하다고
질 나쁜 구성원 차출해도
인간사 희안하게
또 누가 나쁜 구성원자리 차지하는 인간사더라는요
이런건 사자성어에 없을까?
엉뚱생각하는 정아
나쁜구성원이쥬? ㅎㅎ
옥과 같은 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지금 전세계에 물가폭등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지구 불량조직원
퇴출방법 없을까유? ㅎ
정아님의 댓글 또한 옥 같은 내용입니다.
세상사에서 옥석 구분을 잘 하는 것도 무난한 처세술의 한 방편일 테지요. 그래서 사람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이 카페에서도 아무 글도 쓰지 않고 조용히 구경이나 하면 겪지 않을 일을 사서 겪는 사람을 볼 때도 있습니다.ㅎ
전쟁 여파 불안이 갈수록 더하니 걱정이네요.
아들 미국에 유학 보낸 한 후배는 학비 보낼 적마다 고환율에 허리 부러지겠다며 아우성,, 나같은 잔챙이는 2천원에 휘발유 넣을 때마다 손이 덜덜,,ㅎ
정아님의 봄날이 평화롭길 빔니다.
리더라 하시니
제목만 읽고
문득
천명사상이 떠오르네요.
점심 시간이 끝나려하니
이따가 저녁 시간에
천천히
정독해보겠습니다.
책이라고 하면
옷 만큼이나 좋아하는 저이다보니
교보 영풍문고
반디&루니스
가면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예전부터 페이지님 글이나 댓글을 읽을 때면 페이지님께서 책을 좋아하실 거라는 느낌이 들긴 했더랬습니다.
책 읽은 티가 얼굴에서는 표가 안 나도 손가락에서는 나기 마련이거든요. 서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니 독서인이 확실합니다.
저도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훨씬 좋아하네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못하는 편이라서 가성비가 조금 떨어지지만 만족하면서 삽니다.
페이지님의 리더(reader) 생활을 응원합니다.
@유현덕 아마도 아버지가 출판사를 하셨기에
책 읽는 것이 일상이었고
온 집에 책이 가득했거든요.
결혼하고 딸들이 성장할때마다 기념일에 선물을 책으로 줬더니 딸들도
책읽는게 일상이더라구요.
오늘은 명랑운동회를 하는 날이라
과일 씻고
이제
제 몸단장 좀 하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