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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장,
기영이를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자식이다.
기영이의 시신이라도 보기라도 했다면 체념을 하고 잊을 수가 있을 것이다.
서리서리 한이 되어 응어리가 진 이 가슴의 한을 어찌 풀어낼 수가 있더란 말인가?
김윤희는 체념을 하자 하면서도 체념이 되질 않고 있다.
죽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다.
아니,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엄마를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당신의 정신이 온전할 때 기영이는 반드시 엄마를 찾아 올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윤희는 이제 당신 수중에 있는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기영이가 곁에 있다면 아들과 똑 같이 배분을 할 것이다.
이제 기영이가 없는 이때 기영이를 대신해서 송이에게로 기영이의 몫을 주려고 생각을 하지만 아들
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망설인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다 물려주고 송이를 기범이의 상속녀로 두는 것은 불안하기도 하려니와 언제든
돌아올지 모르는 기영이를 위해서라도 당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굳힌다
건물의 소유주를 아들인 기범이와 송이로 두 사람의 이름으로 명의 변경을 해놓고는 그 안에서 나오
는 임대료 또한 두 사람이 똑 같이 배분하도록 한다.
그리고 현제 살고 있는 집은 며느리의 이름인 문정숙의 명의로 한다.
또한 당신과 남편의 통장에 있는 현금은 세 아이들 승규와 송이 그리고 아름이에게 똑 같이 배분을
해 놓는다.
이제 당신들 수중에는 용돈으로 사용한 몇 푼만을 남겨놓고 그렇게 배분한다.
언제 어느 때 당신들이 이 세상을 떠나도 재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썽도 없이 해 놓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한기범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
어차피 부모님의 재산은 혼자서 독식을 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한기범은 불만이 있을 수가 없
다.
문정숙 또한 집을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를 해 주신 시어머님의 마음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
다.
잠시 시어머님에 대한 서운함이 사라진다.
건물을 송이와 남편의 이름으로 해 놓으셨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문정숙은 조금은 섭섭하다는 생각
이 들었다.
이미 집을 나가 수십 년이 된 시누이를 생각해서 송이 이름과 함께 명의를 해놓으신 것에 대한 서운
함이었다.
그러나 잠시 만일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시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문
정숙이다.
자신 역시 시신을 보지 못한 상태의 자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고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송이가 있기에 송이의 이름으로 해 놓는 것이 어쩌면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한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은 집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을 해 놓으신 시어머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자
신이 송구스럽다.
김윤희는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의 뜻을 받아 드려주는 것이 고맙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당신들이 갑작스러운 일을 당한다고 해도 걱정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윤희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라서 그런지 기운을 차린다.
송이는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생모의 소식을 알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송이는 민우성의 연락을 잠시 차단을 시킨다.
민우성을 만나면 자꾸만 민영진회장에 대한 것을 알고 싶고 그쪽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혼동이
일어날 수가 있기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기 위해서는 치우치는 곳이 없어야 한다.
민우성은 송이에게 연락이 닿지를 않자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통화가 되지 않고 차단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것은 자신의 전화를 거부한다는 뜻임을 알고는 민우성은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자신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자신이 무엇을 실수했는지 생각을 해보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성급하다고 해서 직접 찾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통화거부를 하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려보기로 하지만 편안한 마음이 될
리가 없다.
민영진 회장은 아들인 우성의 표정을 보며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성아!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더냐?“
“.......................”
우성은 아버지의 물음에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
“왜?
공부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냐?“
“아닙니다.
잠시 생각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한검사에 대한 일이냐?”
“............................”
“함부로 경거망동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너희들의 조그만 행동에도 모든 매스컴들의 주시하고 있음을 생각해라.
아마 너보다는 한검사의 일 거수 일 투족이 매스컴의 추적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를 바란다.“
“.............................”
“작은 일에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아버지는 네가 아직은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구나 이성문제로는 더욱 안 되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겠습니다.“
“내 아들이 실수를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상대는 세상에 소문이 나 있는 검사라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해라.“
민우성은 아버지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함부로 행동을 할 수 없음을 잘 안다.
재벌 이세라는 것 때문에 늘 매스컴의 주시를 받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
며 살아오고 있다.
자신의 작은 잘못을 더 캐서 파고드는 매스컴들이다.
민우성은 그대로 기다리기로 한다.
무언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참고 기다린다.
송이는 민우성이 생각보다 잘 참아주고 있음을 생각하며 생각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
는다.
그렇게 한동안 송이는 모든 것을 백지 상태로 놓고 다시 시작해 보지만 하나에서부터 딱 들어맞는것
이 세진의 민영진 회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니면 생모가 적어놓은 이니셜이 세상에 알만한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세상의 모든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해 나갈 수 있는 시간도 없으려니와 그때까지 할머니께서 생존해
계실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다.
상대는 대기업이다.
일개 검사주제에 상대를 할 수 없는 대단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다.
그러나 송이는 왜 자꾸 민우성을 생각하는 자신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자신은 민우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감정보다는 무언가 말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다.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송이는 두어 달 만에 민우성에게 연락을 한다.
민우성은 한 달음에 달려간다.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지?”
“선배!
내가 선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압니다.
헌데, 무엇 때문에 사람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왜 그런 것인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날 사랑한다?
내가 우성이보다 세 살이나 연상이라는 거 잊었어?“
“나이요?
나보다 삼 년을 일찍 세상에 태어난 것이 무슨 문제가 되죠?
그렇다고 내가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한 핏줄도 아닌데 문제 될 것은 없죠.“
“그래?
그건 아마 우성이만의 생각이지 않겠어?
어느 부모가 아들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좋아하겠어?“
“선배는 생각보다 참으로 고루한 면이 있군요.
지금 세상에 나이가 문제가 되어 반대를 하는 부모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군!
아마 민회장님께서는 아들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믿으시는 건가?“
“그런 것도 있지요.
아직 부모님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해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자신 있게 나를 부모님께 인사를 시켜 줄 수 있어?”
송이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말들이 입 밖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말씀을 드리고 정식으로 초대를 하겠습니다.“
자신 있게 말을 하는 민우성이다.
“자신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군!”
“언제로 날짜를 잡을까요?
이번 휴일이라도 가능하겠습니까?“
“성급할 것이 뭐가 있어?
문제는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
만일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송이는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응대를 하고 만다.
쉽게 허락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들보다 세 살이나 많다.
게다가 자신이 검사라는 것일 뿐 재벌총수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평범한 소시민의 집안의 자식인
것이다.
재벌들은 우선 집안을 제일로 먼저 본다.
사람의 됨됨이는 그 다음이고 자식의 행복은 더욱 그 아래로 둔다.
때로는 정략결혼도 서슴치 않고 치루는 재벌들이다.
재벌들의 그런 속성을 알기에 송이는 민우성의 말을 그저 웃음으로 흘려듣고 들으면서 그런 민우성
을 바라보기만 한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보여주겠습니다.
처음으로 가슴을 열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내 마음을 보여주겠어요.
이런 감정 지금까지 가져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 더욱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내 마음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
송이는 그런 민우성의 마음이 거짓이 아님을 본다.
재벌 이세답지 않은 진실 됨을 본다.
송이와 헤어진 민우성을 마음이 가볍다.
부모님께 소개시켜드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고 허락을 받는다고 해도 아직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졸업을 하고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민우성은 약혼이라도 할 생각이다.
약혼만이라도 해 놓아야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청혼을 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한송이검사에게 청혼을 하는 집안이 많다.
재벌 집안에 아들을 가진 사람이라면 청혼을 넣지 않은 집안이 별로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
은 청혼이 들어가고 있음을 안다.
그러기에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민우성은 곧바로 아버지의 사무실로 간다.
좀처럼 민회장의 사무실을 찾지 않는 가족들이다.
그런 아들이 사무실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다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뜻하는 일이다.
민회장은 아들의 얼굴이 밝아 보이는 것에 안심을 한다.
“네가 사무실을 온 것을 보니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아버지!
한검사를 초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뭐?
비로소 허락이 떨어진 것이냐?“
“네, 그렇기는 합니다만 한검사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신중하고 앞길을 재는 성품인 모양이구나!
언제가 좋다고 하던?“
“아무래도 휴일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그러나 이번 휴일엔 아버지가 시간이 없다.
중요한 비즈니스 골프약속이 선약이 되어 있다.“
“네, 다음 휴일엔 시간을 내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래!
엄마가 다른 선약이 없다면 좋다.
집에 가서 엄마와 얘기를 해 보자.
함께 집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민회장은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귀가를 한다.
마침 저녁선약이 없는 날이기도 하고 아들의 말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민회장 역시 한검사에게 수많은 청혼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신부 감으로도 손색이 없고 특히 그룹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가족이 되어야 할 한검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민회장이다.
아들이 간간히 한검사와 만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다.
아들의 성품이 자신을 닮아 한 번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낼 것임을 믿고 있다.
대 그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아들이다.
그 정도를 성사를 시키지 못한다면 호랑이 새끼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에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자신이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자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다.
민회장의 아내 심수경은 그런 부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맞이한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남편의 옷을 받아 걸면서 묻는다.
“좋지.
좋은 일이고말고.“
심수경은 남편의 말에 아들을 본다.
“우성아!
정말 네가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이더냐?“
“엄마!
진심을 다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곁에 두고 싶고 함께 가고 싶은 그런 사람입니다.“
“네 마음이 그렇다면 엄마도 찬성한다.
이번 휴일은 아버지가 선약이 있으니 다음 휴일에 점심시간에 초대 하렴!“
“고맙습니다.”
심수경은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심수경 또한 한송이 검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대단한 실력자라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서 들어 알고 있고 재벌가에서 탐을 내는 신부 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들보다 세 살이나 연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편 또한 상당히 좋아하고 있음을 알기에 심수경 또한 좋다는 생각을 한다.
매사가 빈틈없고 판단력이 뛰어난 남편이다.
그런 남편의 눈에 들어온 한송이 검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수경은 남편의 말에 무조건 순종적이다.
자신의 인생과 상속받은 모든 재산들을 맡기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
고 있는 무난한 성품이기도 한다.
결혼 전에 단 한 번의 연애도 해 보지 못한 순수한 남편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믿는 사람이
다.
그런 남편이 며느리 감으로 탐을 내고 있는 한검사다.
우성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바로 송이에게 전화를 한다.
“접니다.”
“지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지금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뭐라고?”
송이는 우성의 전화에 놀라움을 나타낸다.
“이번 휴일 말고 다음 휴일 점심초대입니다.”
“.........................”
송이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쉽사리 허락이 떨어지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어떠십니까?
그날 이미 선약이 있으신 것은 아니죠?“
“그런 것은 아니지만.......알았어!”
“네, 그럼 약속이 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전화가 끝나고 나서도 송이는 잠시 멍한 상태가 된다.
생각지도 않는 방향으로 일이 전개가 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