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 돈보스코-♤
마르코 4장 21-25절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나이 들수록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살레시안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일단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서면
“그래,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천국을 느낍니다.
그 운동장 안에서는 지난 시절의 아픈 기억이나 상처,
원망이나 슬픔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가장 순수한 모습,
하느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가 있습니다.
살레시안으로서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지요.
저희를 아이들 한가운데로 불러주신
하느님과 돈보스코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보스코, 그분은 분명
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선물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1800년대, 미성년자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는 삶이었습니다.
높은 출산율에 비해 유아 및 미성년자의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일단 어른이 되고 나서야 제대로 사람 취급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미성년자들은 기성세대의 눈에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
거추장스런 혹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성년자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의 대상으로서 기계의 부품이나 도구처럼 여겨지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사제가 된 돈보스코 주변에 미성년자란 딱지 위에
‘떠돌이’, ‘집나온’, ‘버림받은’, ‘갈 곳 없는’ 같은
수식어가 덧붙여진 아이들이 수도 없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단맛쓴맛을 다 보며
정처 없이 헤매다가 돈보스코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냉대, 무시, 고통, 소외, 착취...동물과도 같은 취급을
끝도 없이 당해온 아이들, 입에 담지도 못할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죽음의 길을 걸어가던 아이들 앞에 해결사로 나타난 분이 돈보스코였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처럼 아이들을 대했던 분,
때론 자상?선생님의 모습으로, 때론 자애로운 표정의 아버지로
아이들에게 다가선 사람이 바로 돈보스코였습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 버림받은 아이들,
가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높이 높이 떠오른 태양 같던 사람,
길 잃고 방황하던 아이들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던
등불 같던 사람이 돈 보스코였습니다.
돈보스코 성인과 그가 창립한 살레시오 가족이
인류의 미래에 보내진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은
교회의 여러 공적인 진술을 통해서 수도 없이 확증된 바 있습니다.
비오 9세 교황님은 돈보스코의 사업에 하느님의 섭리가
깊이 작용하고 있음을 잘 감지했던 분이셨습니다.
1877년 돈보스코와의 만남에서 비오 9세 교황님은 이렇게 털어놓으셨습니다.
“돈보스코, 그대에게 내 비밀 한 가지 털어놓으리다.
나는 이 어려운 시대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기 위해서 살레시오회를 창립하셨다고 확신합니다.”
돈보스코 역시 자신의 생애 전체와 그가 펼쳤던
청소년 구원사업의 모든 국면이
하느님으로부터 지지되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또한 돈보스코는 자신이 청소년들의 영혼 구원이란
독특한 사명의 첫째가는 도구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돈보스코 전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하느님의 손길이
돈보스코의 생애와 수도회 역사 곳곳에 닿아 있음을 확신합니다.
돈보스코는 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돈보스코는 청소년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