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 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 가령 천애의 고아가 되었을 때의 고독 같은...
아니, 곁에 식구가 있어도 느끼는 고독,
절대 고독일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말 슬프겠다.
그래서 슬픔을 겨우겨우 잘 말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불쑥 안부를 물어온다면 그것도 손사래를 칠지 모르겠다.
왜냐면 겨우 가라앉힌 앙금을 부우부우 띄워놓기 때문이다.
어제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 카톡을 했다.
다행히 슬픔을 말리고 있는 게 아니라서 앙금 걱정은 덜었다.
첫댓글 주페님 반갑습니다
소통이 빈약하다보니 소통의 시
올리셨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ㅎㅎ 소똥의 시를 올렸는데 소통으로 해석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건강하시고 신발사업도 신나게 잘 되길 빕니다.^^*
잘지내세요?!
아이유, 그럼요.하하
슬픔을 말리고 있진 않았고 마음문을 열고 지냈습니다.
하늘. 바람. 구름. 물결.꽃... 자연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문이 열리네요.
잘 지내시죠? ^^*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그래서 빨래의 습기가 말라가듯이
나를 통과한 슬픔이 사라지기를
서서히 시들어가는 식물의 삶 같은
하루 혹은 일상 그리고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