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헌정시>
삽을 든 아이들
김완
부일의 안일한 삶을 버리고 스스로의 희생을
요구하고 나선 백조파를 대표하는 시인
을사 정미 경술로 이어지는 국권 상실의 아픔
우리 민족에게 분노와 슬픔이 극에 달할 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완성되기까지
상화는 보리로 뒤덮인 들판을 걷고 또 걸었다
할아버지가 세운 우현서루를 거쳐간 수많은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들, 평생 배일 운동에 앞장선
강직한 지사였던 백부에게 엄격하게 배운 민족의식
달성산에 세운 신사를 철거하라는 스승 장일천
그들을 짓밟고 칼로 내리친 헌병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스승의 몸을 부둥켜안고 소리쳐 울던 아이들
통감 이등박문이 서울로 돌아가고 며칠 뒤 깊은 밤
상화와 친구들은 삽을 들고 캄캄한 달성산으로 간다
신사 앞뜰에 이등박문이 기념으로 심은 벚나무를
뽑아다가 달서천에다가 팽개쳐 버린다 어린아이들의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이 그대로 나무로 옮겨간 것이다
대구 달성 공원에 세워진 시비 상화의 어릴 적 친구들
이상화, 현진건, 고월 이장희, 목우 백기완의 시비
죽어서도 한곳에 모여 무슨 정담을 저리 즐겁게 나누나
예술가는 절대적으로 ‘자유를 향유해야 한다’라는
아!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것들은 꿈속에만 있어라*
• 동경 유학 중 연인 유보화를 만나 시 「나의 침실로」를 쓸 당시의 마음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