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학교 길잡이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지음 | 성바오로딸수도회 옮김
2. 세 박자
기도는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 누구든 이 세 박자를 제대로 맞춘다면 제대로 기도를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첫째 박자는 겸손이다. 기도의 첫째 행위는 진실됨이다.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를 내놓는 것이다.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보여드리고, 진실하게, 꾸밈없이, 깊이, 적당히 하지 않고, 가면을 벗어던지고 하느님께 있는 그대로 우리를 보여드리는 것이다. 성전에서 기도하던 세리와 바리사이에 대한 비유의 가르침을 잊지 말자.
가엾은 세리는 하느님께 약속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분을 쳐다볼 용기도 없다. 그는 그저 죄인이라고 고백할 뿐이다. 마치 거지가 누더기 차림으로 길 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듯이 그렇게 자신의 비참함을 하느님께 내보여드린다면 거기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하느님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네 솔직함으로 충분하다. 네 얼굴에 쓴 가면을 벗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느님께서는 너를 은총으로 채우신다. 기도의 입문을 위한 작업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 그것은 입문이 아니다. 벌써 참된 기도이며 사랑이다.” 나머지 두 박자는 하느님의 사랑에 자신을 여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다.
2. 기도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미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 더 말해야겠다. 그것이 결정적인 박자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끊임없이, 성실하게 사랑하신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면, 당신이 그분께 제대로 응답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당신을 변함없이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있다면(그러나 유의하라. 그럴 것이다 싶은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깊은 확신이어야 한다), 당신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확신한다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기도는 저절로 시작될 것이다.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이것이 기도의 심지이다. 그러나 이 심지는 그분과 관계를 맺으면서 불이 붙게 된다.
무미건조하고 불충분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하느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이들이다. 깨달았다 하더라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확신을 갖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심을 깨닫는 것은 그분의 깊은 현존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분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감사: 끊임없이 훈련하라. 그러려면 하루의 시간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면서, 여행할 때, 단순 노동을 할 때, 틈이 날 때…. 훈련은 운동선수의 체력을 단련시켜 준다. 감사하는 훈련은 하루를 감사하며 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 데살 5,18)
성 바오로는 초대 그리스도인들과 새로 개종한 이방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꿋꿋이 살아가도록 이런 권고를 한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분의 사랑을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성서를 읽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그저 도덕적 시각으로만 읽는 것에 습관이 되었다. 사랑의 눈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는 것을 배워야 한다.
세 가지 차원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의를 기울여 존경하는 마음으로 믿음을 가지고 성서를 읽는다.(참조와 해설 자료들을 함께 읽는다. 하느님 말씀을 깊은 신앙과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읽지 않도록.)
둘째: 질문을 던지면서 되풀이해 읽는다. 이 구절에서 나를 위한,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셋째: 질문하며 반복해 읽는다. 이 구절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성서 한 장 한 장은 하느님 사랑의 학교이다. 그러므로 사랑 읽기를 배우지 못한다면 사랑의 문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말씀의 구경꾼으로 머물고 말 것이다. 황금은 땅 밑 깊은 곳에 있다. 땅을 파야만 금을 캘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3. 세 번째 박자인 사랑
어떻게 기도 안에서 사랑하게 되는가?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이것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언급할 때 좀 더 말할 것이다.
기도는 다음의 3단계가 무르익으면서 진행된다.
- 제대로 염경기도를 하고
- 경청의 기도에 이르며
- 사랑의 기도(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로 나아간다.
곧 기도는 다음의 세 가지 걸음이 일관되어야 한다.
- 말하다(염경기도)
- 듣다(경청의 기도)
- 응답하다(사랑의 기도)
"기도는 최상의 선이며 하느님과 맺는 친밀한 관계이다. 기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밤낮으로 끊임없이 바쳐야 한다. 기도는 영혼의 빛이요 하느님께 대한 참된 앎이며 하느님과 사람 사이를 중재하는 것으로서, 하느님을 갈망하는 것이고 거룩한 은총에서 비롯되는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이다." -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지음/ 성바오로딸수도회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