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일보 사회면 2005-12-19 기사 )
우리나라에서 `공부방'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생겨난 도시빈민지역에서 빈민운동가들이 그 지역 아동들의 보호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도시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운동이나 사회적 빈곤층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차원에서 시작돼 현재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지역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1997년 IMF 위기를 계기로 가족해체, 위기가족, 결식문제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공부방과 공부방 아이들은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됐다.
공부방은 빈민운동의 한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적 성격을 갖게 됐으나 공부방 활동이 지속되면서 일부 빈민운동가들과 공부방 교사들을 중심으로 공부방은 주민 중심의 빈민운동과는 별개의 성격을 가진 아동만을 위한 주체적 활동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요즘도 진행중이어서 성인중심의 빈민운동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들이 소속 단체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강릉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에 공부방들만의 연합회들이 결성되고 있다.
이후 아동의 빈곤문제를 사회문제화하기 시작, 공부방의 명칭과 기능을 `지역아동센터'로 변경하고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 2004년 7월부터 아동복지법의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서 시민사회가 자부담으로 운영해 오던 다수의 `방과후공부방'들이 정부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라는 사회복지시설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과후공부방은 뜻이 있는 개인과 단체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2004년 10월을 기준으로 파악한 방과후공부방(지역아동센터)은 693개소로 나타났으며 도내에는 30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주체별로 보면 도내의 경우 복지부가 파악한 30개소중 13개소를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법인단체에서 11개소, 법인 2개소, 개인 4개소로 나타났다.
이같은 방과후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는 아동은 전국적으로 1만8,405명이나 도내에서는 726명(미취학 37명, 초등 593명, 중등 71명, 고등 25명)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30일 아동복지법을 개정, 지역아동센터(방과후공부방)를 아동복지시설로 규정하고 설치기준(사무실 16.5㎡, 조리실및 식당 33㎡, 지도실 33㎡)과 종사자 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도내에서는 춘천, 원주, 강릉을 비롯한 각 시·군에서 종교및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방과후공부방)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예산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차원에서 지역전체를 포괄하는 계획을 갖고 방과후공부방(지역아동센터 포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현재 강릉밖에 없는 실정이다.
강릉지역 방과후공부방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강릉지역에서 사회적 보호나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자녀(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2009년까지 강릉지역내 40여개소의 공부방 만들기)로 올 4월 구성됐다.
네트워크는 전체 공부방들이 △교사인력 공유 △프로그램의 공동개발과 공유 △공부방 운영에 관한 시설과 운영기준의 통합 △자원봉사자와 후원금 및 후원 물품 등에 대한 공동의 모집과 공동분배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지는 않는 시민사회단체 및 기관들과 관동대의과대학과, 강릉대치과대학, 강릉대치과대학병원이 협력기관으로 참여,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도록 했다.
네트워크 운영에서 가장 많은 예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사인건비는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을 통해 지원과 자활후견기관의 시설도우미 지원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으며 여기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방과후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제도가 일부 정비되고 정부예산 또한 늘어났다는 것은 나름대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전사회적으로 보호나 지원이 필요한 위기아동의 규모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릉지역 방과후공부방네트워크 박영주운영위원장은 “부족한 정부예산 이외에도 가장 커다란 문제가 `수요나 필요에 의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여전히 유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과 같은 시설에 대한 지원이라도 지역 여건에 맞는 예산집행에 대한 정책적 우선 순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아동복지법상 아동이란 만 7세 이상에서 18세 미만의 나이로 실제 초·중·고등학생 전체를 사업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지역아동센터의 시설기준은 이들 대상에 따른 신체적 특성이나 프로그램의 차이성에 대한 고려없이 일괄적용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위원장은 “향후 방과후공부방사업은 아이들의 문제가 단순하게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 가정이나 지역, 또는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대상과 영역의 확장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兪炳旭기자/newybu@kwnews.co.kr>
[시민들이 만드는 세상]“공간·교사 확충 절실”
( 강원일보 사회면 2005-12-19 기사 )
-강릉지역 방과후공부방네트워크 박영주운영위원장
-공부방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3년 (사)함께사는 세상에서 강릉실업자종합지원센터 소장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기존 사회복지사업과는 다른 대안적인 공동체운동으로서의 사회복지사업을 고민했다. 이후 1년여 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서 지역조사작업과 사업모델 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강릉지역 방과후공부방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공부방 운동을 전개하면서 어렵고 아쉬운 점은?
△강릉지역에서 저희 네트워크를 통해서 만들어진 공부방이 20여개소에 이르니까 다른 지역에 비해 대단히 많은 공부방이 있는 셈이고 이는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똑같이 사회적 지원이나 보호가 필요한 강릉지역의 아이들 중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는 아이들보다 이용할 수 없는 아이들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교사인력 계속 확충해야 하는데 이 문제의 깔끔한 해법 찾기가 그리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또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방과후공부방 사업에는 웬만한 비영리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은 외부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경험하면서 치열한 투쟁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1세기는 더 이상 가두선동의 시대가 아니며, `구체적 현실에 대한 구체적 정책'과 `대중과의 구체적인 결합을 통해서만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사회의 양극화문제는 나날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통합하고, 그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가진 문제를 공유하고 이것의 해결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 역사의 진보이고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진보주의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