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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오 상 원
어깨가 무겁게 축 늘어져서 한 병사가 남쪽으로 험한 산길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헬멧이나 어깨에 둘러멘 총의 무게조차 감당하기에도 지친 걸음걸이였다. 퇴색한 군복은 나뭇가지에 걸려 찢길 대로 찢기고 얼굴에도 수많은 상처가 핏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눈앞을 막아서는 무성한 나뭇가지를 기운 없이 손으로 걷어 헤쳤다. 그리고 마치 연덩어리처럼 무겁게 처져 내리는 다리를 끌어당기듯이 옮겨놓으며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큰 바위 밑으로 나와 허리를 그 바위에 기대었다.
그는 지친 듯 잠시 바위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다가 푸시시 뜨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훤칠하게 거칠 것 없이 트여 나간 맑은 하늘…… 그는 마치 그 하늘처럼 모든 것을 잊어버린 그러한 태도였다. 그는 잠시 후 눈을 돌려 자기가 기대어 선 바위의 표면을 쳐다보았다. 바위 표면을 덮고 있는 버짐 같은 이끼, 그것은 다갈색으로 메말라 있었다. 그는 무심히 손끝으로 그것을 건드렸다. 메마른 이끼는 푸슬거리며 부스러져 나가고 회색 자국을 바위 위에 남겼다. 얼마 후 그는 손끝으로 연방 주위의 이끼들을 이렇게 부스러뜨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는 손끝을 멈추었다. 그의 피로한 시선 속에는 고독과 적막이 심연 속의 그늘처럼 잠겨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저께 밤이었다. 중부 전선, × × 고지에서 아군의 방위진 중 측면의 일각이 무너지자 가열하게 공격을 계속하며 육박하여 오는 적의 포위망을 벗어나고자 후퇴가 시작되었다. 협공으로 비오듯 퍼부어오는 총탄을 뚫고 험한 산줄기를 타고 후퇴하던 도중 이 병사는 그만 길을 잃고 낙오하여버린 것이었다. 캄캄한 산속, 아무리 방향을 더듬었으나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밤을 꼬박 새우며 산길을 탔다. 동이 훤하게 트기 시작하였을 때 혹 자기처럼 낙오한 동료가 없는가 하여 사방을 두루 살폈으나, 산속에 내리는 깊은 적막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완전히 혼자 낙오된 것이었다.
불안에 뒤이어 공포가 왔다.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인제는 혼자 아군이 있는 곳까지 뚫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늘을 덮은 나무 그늘 사이로 간간이 흐르는 햇빛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일 결어도 험준한 산맥은 그치지를 않았다. 산 속의 밤은 급히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걷기를 계속하였다. 어둠과 적막, 꺼멓게 수없이 솟은 아름드리나무, 캄캄한 숲, 점점 양 어깨륵 내리누르는 듯 가중하여오는 피로와 굶주림, 밤은 그 속에 새고 새벽이 왔다.
그는 그냥 걸었다. 뒤덮이는 피로와 굶주림. 질질 끌며 옮겨 짚는 다리는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그는 왜 자기가 이렇게 걷고 있어야 하는 것마저 잊고 있었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아무런 의식도 없었다. 다만 남쪽으로 걷고 있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소집당하여 이번 전투에 처음 참가하였었다. 그는 이것이 전쟁인가 싶었다. 그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것이었다. 바위에 기댄 채 잠시 의식을 잃고 있던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밑을 내려다보았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계곡이 돌아선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그는 견딜 수 없는 허기와 갈증을 느끼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곡 가까이에 이르러 그는 밑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쳐 흰 물거품을 일으키며 밑으로 떨어지는 골짜기 옆, 큰 바위로 가리어 전부는 보이지 않으나 그쪽에는 큰 여울의 일부분이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그 여울 일대를 둘러싼 편평한 잔디밭을 그는 볼 수가 있었다. 그는 더욱 견딜 수 없는 갈증을 느끼며 슬슬 미끄러지듯 비달을 내려섰다.
푸르게 물결치며 굽이도는 여울을 보자 그는 정신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총을 한 곁에 내동댕이치며 그대로 엎드려 물을 마셨다. 한참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난 다음 그는 의식을 잃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오자 고개를 들고 비로소 자기가 여울 곁에 그대로 잠들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반신을 푸시시 들고 일어섰을 때였다. 그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급히 일어났다. 약 십 미터가량 떨어진 뒤에 사오 명의 군인을 발견하였기 때문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그들이 아군인가 적군인가 구별할 의식의 여유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전쟁, 그것마저 그에게는 염두에 없었다. 한동안 그는 그들을 멍청히 그대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자식 봐라, 하는 듯이 그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얼굴을 한 번 마주 보고 나서 그중 한 명이 그에게로 벌쭉거리며 다가왔다.
“임마!”
그자는 이렇게 그를 한 번 부르고 나서 잠시 아래위로 훑어본 다음 다시 그 우락부락한 얼굴에 벌쭉 웃음을 날리며 자기들 동료에게 고갯짓을 하였다. 네 명의 병사가 어슬렁거리고 총대를 끌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모두 피로에 지쳐 어깨가 하나같이 축 늘어져 있었다.
“임마! 어디서 낙오했어?”
아까 그자가 또 물었다. 우락부락 거무튀튀한 그의 얼굴 위에서 뻘겋게 충혈된 눈만이 두리번거렸다.
그는 후퇴한 장소를 말했다.
“흐흥, 몇 중대 몇 소대야?”
그는 소속을 말하였다.
“그럼, 임마, 나를 알아봐야 할 게 아냐. 임마, 사단 내에서도 선임 하사 백곰 하면 알아보는데 같은 대대에 있었으면서도 날 몰라봐.”
그자는 억센 양어깨를 추켜올리면서 마치 기합이라도 넣을 자세를 하였다. 그러나 곧 입맛을 쯧 다시며 말하였다.
“신병야?”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럼 잘됐어. 남은 총알을 인 내놔. 인제부터는 내 부하가 되는 거야, 임마!”
그는 탄대를 풀어 주었다. 남은 총알은 삼십 발 정도였다. 선임하사는 자기가 기대하였던 것과는 너무도 어긋났다는 듯이 뻘겋게 충혈된 눈을 이맛살과 함께 찌푸리며 그를 잠시 쏘아보고 나서 말하였다.
“요것밖에 안 남았어? 임마, 신병은 첫 번 전투에서 총알 다섯 방만 쏘면 똥을 싸고 뭉개는데, 임마, 요것밖에 안 남았단 말야? 지금 우리에게 총알 한 방이 어떻게 귀한지 알어? 임마, 어디다 내버렸어?”
선임 하사는 그에게 십 발만을 주고 나머지는 자기네끼리 나누었다. 모두 이삼십 발씩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도 그의 총알을 빼앗아 딴 동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자 그는 일종의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참았다.
“자, 그럼 인제부터 너는 내 부하가 된 거야, 배속¹ 보고를 해.”
총탄을 분배한 다음 선임 하사는 이렇게 말하며 정색을 하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도 몇 번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한 부대에서 한 부대로 전속될 때에 규율에 의하여 행해진 것이나 지금 규율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더욱이 이 몇 명의 패잔병이 모인 이 속에서 그러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전쟁, 아니 총 쏘
는 것에 대하여마저 의미를 잃은 그에게 이것은 참으로 참을 수없는 굴욕이었다. 그러나 그는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적군을 만났다기보다는 이들 아군을 만났다는 다행, 그것에서였다.
그는 힘없이 내팽개쳤던 총을 들고 일어서서 보고를 하였다. 선임 하사는 정식으로 그것을 받았다.
신병철 이등병, 재학 중 입대…… 선임 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임 하사에 대한 신 이등병의 경멸은 적이 컸다.
선임 하사는 고열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여울 속에 머리를 박고 마구 발광적으로 휘두르는 것이었다. 모두는 수통에다 물을 넣었다.
“김 이등병!”
선임 하사는 고함을 질렀다.
“네!”
그러나 선임 하사는 충혈된 눈으로 마치 실신한 사람처럼 멍하니 김 이등병을 쳐다보고 있다가 물속에서 철벙철벙 기어 나왔다. 그리고 눈을 꾹 지르감았다.
얼마 후 여섯 명의 낙오병이 산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해는 어느덧 하늘 한가운데 걸려 있었다. 가던 도중 선임 하사는 자주 얼굴을 감싸고 돌에 기대어 무언가 헛소리를 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모두 걸음을 멈추고 침통한 표정으로 그를 지키는 것이었다. 으레 김 이등병은 수통의 물을 그의 뒤통수에 끼얹어 주곤 하였다. 선임 하사는 그렇게 고통 속에 놓였다가도 벌떡 일어서며 또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쑥 평지로 빠지는 어느 고갯길에 다다랐다. 선임 하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전개되는 지형을 살폈다. 그는 눈앞이 몹시 어지러운지 다자꾸 김 이등병에게 자기가 본 지형이 옳은가 그른가를 물었다.
“이 산이 휘돌아 저 굽어진 끝이 마주 보이는 저 산과 맞닿았나? 또는 떨어졌나?”
“떨어졌습니다.”
선임 하사는 잠시 또 그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다.
“그 마주 보이는 산세가 북을 등지고 남으로 흘렀나?”
“네.”
그들은 또 걷기 시작하였다. 선임 하사의 이마에서는 구슬 같은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 이등병의 마음은 약간 동요되었다. 선임 하사의 관찰은 참으로 치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전투 경험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신 이등병은 아까 자기가 선임 하사에 대하여 가졌던 경멸이 도리어 이상한 신뢰감으로 변하여가는 것을 느꼈다.
거의 앞산이 바라보이는 산록²에 다다랐을 때였다. 선임 하사는 급히 모두를 정지시켰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마주 보이는 산 밑에는 옹기종기 초가집들이 조그만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묵묵히 마을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조심스러이 살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한 병사가 나직이 속삭였다.
“제가 가보고 오겠습니다.”
선임 하사는 손짓으로 그를 제지하였다. 선임 하사가 숨죽이며 지키고 있는 한곳으로 모두의 식선이 집중되었을 때 그들의 시선은 이상하게 긴장 속에서 빛났다. 어떤 농부 같은 차림의 한 사람이 터벅터벅 그들이 있는 산비탈을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능부가 거의 그들 앞을 지나치려 할 때였다. 선임 하사는 조그만 오솔길로 내려서며 그 농부를 불렀다. 농부는 깜짝 놀란 듯 주춤하며 몇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선임 하사와 일행을 보자 손을 번쩍 들고 사지를 와들와들 떨었다. 선임 하사는 손짓으로 그 농부를 불렀다. 농부는 손을 든 채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고 불안에 싸인 퀭한 눈을 연방 두리번거렸다.
선임 하사는 조용히 손을 내리라고 지시하였다.
“저 마을에 사슈?”
농부는 고개를 저으며 산 뒤쪽을 가리켰다. 무명 바지저고리는 흙에 누렇게 얼룩지고 까맣게 틴 얼굴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 되슈?”
농부는 대답하였다.
“× × 로 가려면?'’
농부는 방향과 거리를 가리켰다.
“아군이 이 지방을 지나간 시간은?”
농부는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인민군이나 중공군이 이곳을 지나간 시간은?”
그러나 농부는 이에 대하여도 모른다고 할 뿐이었다:
“정말 모르슈?”
농부는 겁에 질리며 치를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숨기면 좋지 않을 톈데…….”
탄환 재는 소리가 절그드럭 하고 울렸다. 농부는 입술이 까맣게 죽으며 손을 번쩍 들고 진짜 모른다고 애원하였다.
선임 하사는 잠시 혼자 고개를 밑으로 떨구고 있다가 농부가 가는 방향을 물었다. 농부는 손을 든 채 방향을 가리켰다. 선임 하사는 가라는 지시를 하였다. 농부는 한숨을 떨며 내쉬고 눈치를 보며 쳐들었던 손을 조심스러이 내리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비로소 놓여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솔길을 따라 산턱으로 걸어갔다. 약 삼십 미터쯤 갔을 때였다. 선임 하사는 총을 겨누었다. 충혈된 눈이 가늠쇠에 가닿는 순간 일발의 총성이 울리고 걸어가던 농부가 픽 하고 맥없이 풀숲으로 나뒹굴었다. 그 순간 신 이등병은 눈을 꾹 감았다. 그것은 너무도 잔인하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선임 하사는 천천히 총을 내리고 구슬 같이 흐르는 이마의 땀을 쓱 문지르고 있었다.
질문에 답을 안 했다고 죽인 것인가. 저 소박한 농부…… 그는 사실 실정을 모르기 때문에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쏘아 죽여야 하는 것인가. 신 이등병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신 이등병은 곧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피로가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 그대로 지나갔다는 그러한 태도였다.
신뢰로 돌아가던 신 이등병의 선임 하사에 대한 감정은 다시 경멸과 저주로 바뀌었다. 지금 막 눈앞에 일어났던 일, 그것은 너무도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나 신 이등병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임 하사의 지시에 의하여 그들은 곧 높은 지형을 찾아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동작을 중지하고 지금 있었던 총성에 대하여 마주 보이는 마을이나 또는 그 주위에서 어떠한 반향이 있는가를 살폈다. 그러나 아무런 동정도 반향도 없었다. 그들은 산개(散開)하여 마을로 곧 들어갔다.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먹을 것을 샅샅이 뒤져 가지고 다시 산으로 타고 올랐다. 산속 깊이 들어가서 비로소 그들은 감자와 보리를 그대로 씹었다. 그러자 뒤덮이는 피로에 지쳐 그들은 모두 잠에 떨어졌다. 선임 하사는 자주 잠꼬대 같은 헛소리를 질렀다. 그의 온몸은 불덩어리 같이 타고 있었다. 김 이등병만이 선임 하사 곁에서 연신 수통의 물로 그의 입술과 이마를 축여주고 있었다.
신 이등병은 선임 하사의 헛소리를 들으며 피로에 지쳐 잠에 떨어져가면서도 희미한 의식 속에서 아까 농부를 쏘아 죽이던 선임 하사의 잔인한 행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하여도 그것은 그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신 이등병은 선임 하사가 그토록 소박한 농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불을 뿜은 것은 오직 열에 들뜬 그의 정신적 혼란에서 오는 이상 형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도 가혹한 짓이었다. 선임 하사의 헛소리는 더욱 그의 몽롱해가는 의식 속에서 마치 아까 선임 하사가 당기던 때의 총성처럼 둔하게 울려오고 있었다.
얼마 후 그는 무엇이 머리를 둔탁하게 뚜드리는 것 같아 눈을 떴다. 선임 하사가 충혈된 눈으로 내려다보며 그의 헬멧을 개머리 판으로 뚜드리고 있었다.
“임마, 총을 내버리고 자면 어떡하는 거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총을 꼭 가슴팍에다 사랑하는 계집처럼 끼고 자야 하는 거야.’'
신 이등병은 급히 일어나 앉으며 선임 하사가 사정없이 자기 몸 위로 내던지는 총을 받았다. 주위를 돌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모두 총을 꼭 가슴과 허벅다리 사이에 끼고 자고 있었다. 선임 하사는 모두를 깨웠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서산마루에 넘어가고 있었다.
약 한 시간 후 그들은 콩밭이 죽 늘어선 둑길을 지나 논길로 내려섰다. 논에는 김을 매지 못한 탓인지 돌피가 벼 포기보다도 더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들은 개천에 이르러 징검다리를 건녔다. 송림이 우거진 언덕을 끼고 다시 논길로 나서려 할 때 그들은 약 삼십 세가량의 헙수룩한 양복 바지저고리를 걸친 청년을 만났다. 그 청년은 이들 낙오병 일행과 마주치자 머리를 꾸뻑 숙였다.
선임 하사는 충혈된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아군이 언제쯤 이곳을 지나갔는지 봤나?”
그의 음성은 몹시 탁하고 호흡이 거칠었다.
“네, 어제 아침 지나갔습니다.”
청년은 고분고분 말하였다. 그 순간 선임 하사의 입가에 픽 조소가 감돌았다.
“임마, 내가 말하는 아군이 어느 쪽인지 알고 대답하는 거야.”
“……”
청년은 흠칠하였다. 그리고 몹시 당황한 눈초리로 이들 낙오병 일행의 군복과 무기 등을 훔쳐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선임 하사는 단 입김을 내뿜으며 말하였다.
“중공군과 인민군 혼합 부대가 어제 저녁 이쪽을 지나갔습니다.”
선임 하사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는 청년을 슬쩍 노려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던 길을 가라고 지시하였다. 그 청년은 고개를 굽실하고 곧 옆길로 빠져 논둑길로 들어섰다. 청년은 처음 힐끔힐끔 뒤를 돌아볼 기세였으나 곧 안심한 듯 걸음을 빨리 하며 걸었다. 약 오십 미터가량 갔을 때였다. 선임 하사는 어깨 위로 개머리판을 가져갔다. 그리고 개머리판이 어깨 위에 닿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청년은 처음 허리를 휘청하며 꺼꺼부정하다⁴ 한 발로 공중을 차면서 그대로 논두렁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선임 하사는 충혈된 시선을 슬며시 떨구며 개머리판을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신 이등병은 그러한 선임 하사의 태도를 보자 또다시 전신이 후르르 떨렸다. 그것은 아까 농부가 맞아 죽었을 때보다도 더 강한 것이었다. 왜 이 청년을 선임 하사는 쏘아 죽여야 하는 것인가, 그에게 무슨 최가 있단 말인가. 그는 아는 대로 가르쳐주었을 뿐이 아닌가. 신 이등병은 선임 하사의 중복되는 이 잔인한 행위에 대하여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이 청년을 죽여야 합니까?”
신 이등병은 선임 하사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선임 하사는 충혈된 눈으로 신 이등병을 힐끗 노리며 대수롭지 않게 벌쭉 웃었다.
“임마, 모르면 가만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너무 잔인합니다.”
“그것은 저쪽 사회의 얘기지, 임마, 여기는 전쟁판이야.”
선임 하사는 대수롭지 않게 또 입맛을 쩝 다셨다.
“아무리 전쟁판이라 할지라도……”
“임마, 학교에서 담배나 피워가며 배운 것이 어디서나 다 통하는 줄 알어?"
이렇게 말하는 선임 하사의 눈동자는 열에 떠 아까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잔인하게 충혈되어 있었다. 신 이등병은 그것을 보자 자기의 판단이 틀림없다고 자인하였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왜 농부와 저 청년을 죽여야 하였는지를…….”
“제법 지껄이는데. 그러나 지껄이는 게 전쟁은 아니야, 임마.”
충혈된 선임 하사의 시선이 잠시 신 이등병을 노렸다.
“왜 말을 피하려 합니까?”
“피해?”
“선임 하사는 지금 고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엄습해오는 고통, 이로 인한 정신적인 혼동, 즉 그것에서 자신을 이기기 위하여 자신의 고통을 잔인한 것으로 타인에게 발사하고 있습니다. 뻔한 겁니다. 저는 걸어가는 농부와 청년에게 총을 겨눌 때의 선임 하사의 얼굴에 나타나는 그 잔인한 열에 띤 표정을 두 번씩이나 똑똑히 보았습니다.”
“임마! 쉬운 말로 해. 힘든 말은 질색야.”
선임 하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신 이등병을 노려보았다. 우락부락한 충혈된 그의 얼굴에는 험악한 물결이 겹겹이 덮여가고 있었다.
그는 곧 어느 나무 밑으로 가서 기대어 앉으며 신 아등병을 불렀다. 선임 하사는 신 이등병을 잠시 묵묵히 쳐다보고 있다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
“나는 무식해. 말로 따지면 너한테 질 거야. 그러나 인제 우리는 얼마 안 남았어. 우리는 아군이 있는 곳까지 모두 무사히 가야만 한단 말야. 나는 지금 몹시 열이 심해 그러나 너는 나를 믿어야 해. 만일 다시 나한테 말을 걸었다가는 용서 안 할 테야. 알겠어?”
“……”
신 이등병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협박인가…… 그러나 그 협박에 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기의 비굴을 그대로 참았다. 선임 하사에 대한 저주와 경멸, 그것은 더없이 큰 것이었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낙오병 일행은 또 걷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모두 다리를 질질끌며 산길을 걸어 내려갔다.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바로 눈앞에 대로를 발견하고 잠시 그쪽에서 대로 상의 동태를 살펐다. 해가 서산에 뚝 떨어지고 잔광(殘光) 이 산마루에 붉은 노을을 이루었다. 곧 연한 핏빛을 남기며 사라지고 갑자기 이쪽 산 밑으로 회색빛 황혼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황혼이 짙어질 무렵 일대(一隊)의 마차가 천천히 앞뒤에 병사를 동반하며 느릿느릿 지나갔다.
낙오병 일행은 밤이 이슥해서 출발하기로 하고 모두 자기 자리에 쓰러졌다. 신 이등병은 아까 선임 하사에게서 받은 협박에서 오는 모욕과 불유쾌감을 씻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의 생각이 정당하다고만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나무에 기대어 앉아 전쟁의 참혹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도리어 이들 일행과 만나지 않았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야말로 살육을 위하여 존재하는 인간들같이만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살육의 대열 속에 끼게 된 자신이 고통스러웠다.
선임 하사는 잠시 누워 있다 김 이등병을 불렀다.
참으로 고요한 아늑한 밤이었다.
김 이등병은 곧 선임 하사에게로 갔다. 선임 하사는 조금 열이 내린 모양이었다. 신 이등병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한 이 자연의 정숙 속에 안기면서 그들의 대화를 돋고 있었다. 총탄과 포연(砲煙)과 살육이 아무리 처참하게 지나갔어도 자연은 역시 자연대로의 신비와 그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편지 좀 읽어줘.”
“네.”
김 이등병은 선임 하사가 위 포켓에서 꺼내 주는 몇 장의 편지를 받아 들었다.
“어둡지?”
달이 훤히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어두워도 인제는 다 외고 있습니더.”
선임 하사는 빙그레 웃었다. 글을 몰라서가 아니라 경상도 출신인 김 이등병의 사투리를 통하여 아내의 음성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이등병은 거의 편지의 구절을 외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 이등병은 꾸겨진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었다.
“그럼 읽습니더.”
“응.”
김 이등병은 읽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순 경상도 사투리로 쓴 편지였다. 그 내용은 참으로 소박하였다.
민식 아비 보이소. 편지 받고 기뻤습니더. 와 이번에는 그리 편지가 늦었능기요. 참 기다렸습니더. 그리 안 해도 어제 꿈에 당신을 보지 않았능기요. 그렇더니 오늘 아침 편지가 왔습니더.
당신이 참 보고 싶소. 친방은 그럭지럭 개않고 마아 둘이 먹기는 개않습니다. 안심하이소. 자야 집 오천 환 빚도 인제 다 갚고 없습니더. 지 할미가 돼지를 사 키우자고 하지 않능기요. 마아 해볼까 하는 중입니더.
김 이등병은 경상도 사투리 그대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선임 하사는 그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 속에서 아내의 음성을, 그리고 아내의 모습을 그대로 자기 곁에 듣는 듯 눈을 푸시시 가늘게 뜨고 있었다. 신 이등병은 선임 하사의 그러한 태도와 편지를 통하여 그 무엇인가 가슴이 뭉클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선임 하사를 쳐다보았다. 편지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어디 있능기요? 그리고 또 전쟁은 얼마나 오래 가능기요. 민식이도 지금은 퍽 자랐습니더. 어제는 옆 집 놈을 돌로 때려서 야단이 나지 않았능기요. 그래 패줬더니 아비를 부르며 울지 않능기요. 참 그놈 귀엽습니더. 빨리 전쟁이 끝나 당신이 돌아와 셋이 같이 살면 얼마나 좋겠능기요. 그럼 몸 성히 잘 싸우이소.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 선임 하사의 입가에는 더없이 부드러운 웃음이 떠돌고 있었다. 편지는 모두 비슷비슷한 내용의 것이었다.
선임 하사가 눈을 드는 순간 시선이 신 이등병과 마주쳤다.
“어때 임마, 우리 애 에미 편지 솜씨가……응?”
선임 하사는 그러면서 김 이등병한테서 편지 쪽지를 받아 신 이등병에게 주었다. 뜯어진 잡기장 조박⁵에 또박또박 연필 조각으로 침을 묻혀가며 정성껏 쓴 글이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그녀의 마음씨처럼 소박하고 따스한 것이었다.
선임 하사는 천천히 아내의 얘기를 하였다.
경상도에 파견되었을 때의 일(사변 전이었다) 거기서 그녀와 처음 만나던 일, 그야말로 그녀는 시골뜨기였다. 그러나 소박한 그녀의 마음씨, 흙냄새가 무럭무럭 풍기는…… 부대장이 주례를 서고 혼례를 올렸다. 첫아이가 생기고 모든 것은 행복스러웠다. 그러나 전쟁…… 지금 아내는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선임 하사와 얼굴은 부드러이 타오르고 충혈되었던 그 눈동자는 잔잔히 가라앉고 있었다. 신 이등병은 갑자기 자기 자신의 마음이 동요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 선임 하사의 태도나 그 마음은그야말로 소박한 인간미에 담뿍 젖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소박하게 인간미가 풍기는 그가 어쩌면 그렇게도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껏 신 이등병의 눈에 비친 선임 하사는 잔인
뿐, 그 이외의 것이란 일부의 여유도 착오도 있을 수 없는 그러한 인간같이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 잔인하게 되게 하는 것일까. 신 이등병은 생각하였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쟁이 그를 그토록 잔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를 사로잡고 있는 고열이나 그로 인한 정신적 혼돈에서 오는 이상 형태도 아니었다. 신 이등병은 그렇게끔 변질되고 만 선임 하사란 인간에 도리어 동정이 쏠렸다. 그러나 그것 또한 큰 착오라는 것을 신 이등병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밤이 이슥해서 낙오병 일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대로를 우회하여 논둑 밑으로 내려섰다. 그들은 될 수 있는 한 언덕과 산길을 탔다. 그리고 동이 훤히 트기 시작할 무렵 산골짜기 사이로 마을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두 갈림길에 다다랐다. 그들은 잠시 망설였다. 전투 지구에 가까워온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한 이상 어느 방향을 택하는 것이 적군과 충돌이 없이 아군 쪽으로 갈 수 있는지 신중히 고려하여야 할 문제였다.
선임 하사는 김 이등병을 불렀다. 그는 또다시 열이 오르는지 충혈된 눈이 벌겋게 타고 있었다.
“저 마을로 내려가서 잘 살핀 다음 길 안내자를 하나 붙들어 오란 말이야, 알겠어?”
김 이등병은 숲속을 타고 골짜기를 내려갔다. 그들은 사라져가는 김 이등병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한참 후 김 이등병이 한 중년 농부를 끌고 올라왔다. 선임 하사는 세세히 아군과 적군과의 동태를 물었다. 바로 마주 보이는 앞산 일대에 지금 중공군이 포진 중이고 아군은 그 너머 능선 일대에 며칠 전부터 포진을 치고 적을 대기 중이라는 것이었다.
선임 하사는 아군 진지에까지 이를 수 있는 상세한 길과 지형을 물은 다음 어느 지점까지의 안내를 부탁했다. 처음 농부는 거절하는 기세를 보였으나 선임 하사의 위협에 그대로 승낙하였다.
낙오병 일행은 농부를 앞세우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산굽이를 서너 번 돌아섰을 때 또 갈림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농부는 거기서 돌려보내주기를 청했다.
선임 하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농부는 무겁게 입속에서 한숨을 죽이며 또 앞장을 섰다. 산을 완전히 넘어서 그 다음 산기슭까지 내려왔을 때 농부는 세심하게 앞으로의 길을 가르치고 거기서 돌아가게 하여줄 것을 애원하였다. 인제 앞에 보이는 논밭을 건너 왼쪽 언덕만 넘어서면 아군 포진 내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선임 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농부는 무사히 갈 것을 빌며 오던 길을 급히 돌아서 걷기 시작하였다.
농부가 산마루터기로 올라갈 무렵 이었다. 농부는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그들이 무사히 가기를 비는 듯 손을 저어 보였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 순간 선임 하사는 총을 겨누었다.
일발의 총성…… 신 이등병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농부는 산마루턱에 채 올라서기도 전에 고꾸라지며 굴러 떨어졌다.
농부는 우리가 안전지대에 이르기까지 길을 인도하여준 것이 아니었던가. 그 보답이…… 그것은 너무도 처참한 것이었다. 아무리 전쟁이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할지라도 그것은 너무한 것이었다. 첫번째 농부, 청년, 그리고 또 지금 막 쓰러진 농부의 모습이 신 이등병의 눈앞에 떠오르는 순간 그는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죄 없이 죽어간 그들·…‥ 전쟁에 의하여 잔인화된 이러한 선임 하사에 의하여 얼마나 많은 그러한 소박한 인간들이 죽어갈 것인가.
“왜 저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습니까? 왜 죽여야 하였습니까?”
신 이등병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임마, 여기는 전쟁판이야. 학교 교실이 아니란 말야, 임마.”
선임 하사는 퉁명스럽게 지껄였다. 그러나 신 이등병은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만일 당신 아내가 저렇게 된다면……?”
“……”
선임 하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잔인하게 충혈된 눈을 꾹 지르감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눈을 뜨고 시선을 떨군 채 말하였다.
“나는 저 농민 하나보다도 내 부하를 더 사랑해. 너는 나를 너무도 잔인하다고 했지? 그러나 잔인한 게 아니야. 만일 저 농민이 돌아가는 도중 적군의 수색대나 유격대에 부딪혔을 때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반드시 우리의 행방을 가르치기 마련이야. 총구 앞에 소박한 농민들은 굴복하기 마련이거든, 우리의 행방을 누구에게도 남겨서는 안 된단 말이야. 임마, 전쟁이 나를 잔인하게 만든 게 아니야. 보다도 나를 현실적으로 만든 게야, 임마.”
말을 끝낸 선임 하사는 그를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신 이등병은 마치 굳어버린 인간처럼 잠시 선임 하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자기의 중심을 잃고 만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갑자기 울음이 확 쏟아졌다. 더 생각할 아무런 여유도 없었다. 신 이등병은 마치 어린애처럼 풀쩍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자, 가자. 호그제 마지막 고비다.”
선임 하사의 음성이 찡하고 신 이등병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논두렁 사이로는 낙오병 일행의 조심스러이 허리를 구부리고 지나가는 모습이 풀잎에 가리어 아른거렸다. 맨 뒤로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연방 훔치며 따라가는 신 이등병의 뒷모습이 언제까지나 논길 사이에 남아 있었다.
-끝-
2016년 6월 22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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