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화이트샌드, 산호초, 석회암 절벽, 수정 같은 바다, 풍부한 어조류, 평화와 낭만이 있는곳 엘니도.
필리핀 팔라완 섬의 엘니도(El Nido)는 유네스코와 정부에서 해양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한 천혜의 군도(群島)다. 스노클링서 카약, 신비한 동굴탐험까지 다양한 레저를 즐길수 있는곳이다.
빡빡한 도시생활에 지쳐 한번쯤 삶의 속도를 늦춰보고 싶다면, 다정한 연인과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가족들과 함께 신나는 여행 해양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여유로운 삶의 정거장’ 엘니도로 떠나보자.
-필리핀의 또다른 얼굴
마닐라시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지프니(지프를 개조한 대중버스)다.
간혹 트라이시클(좌석을 옆에 붙인 오토바이)도 눈에 띈다. 관광객들에겐 이색적인 지프니와 트라이시클은 필리핀 서민들의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산 자동차부터 일본, 미국산까지 온갖 고급차종이 즐비하다. 현대적 고층 빌딩들이 도심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가 하면 칠이 벗겨진 단층 양철지붕 건물들도 늘어서있다. 빈부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이곳 마닐라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필리핀의 얼굴이 보인다. 마닐라시내의 소리아노 경비행장에서 팔라완섬 엘니도(EL NIDO)행 경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0여 석의 작은 비행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어느 덧 몸은 마닐라 상공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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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 미니록 섬에선 스쿠버다이빙·스노클링등 다양한 무동력 해양레포츠를 즐길수 있다. 리조트에서 숙박객들에게 19가지 액티비티를 무료로 제공한다. |
-지구촌 최고의 청정해역 엘니도
경비행기를 타고 남서쪽으로 1시간 반(430킬로미터)을 날아가면 팔라완 섬 엘니도 공항에 닿는다
엘니도는 팔라완섬의 최북단에 자리잡고 있는 4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둥지를 의미하는 엘니도는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의 섬들이 2~3㎞의 간격을 두고 아기자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신을 드러내기 부끄러운 듯 쪽빛 바다를 치마 삼아 하반신을 감싸고 있다.
엘니도 공항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40분쯤 달리면 미니록 섬(Miniloc Island)에 도착한다.
삼면이 절벽이고 한 면만 바다를 향해 탁 트인 미니록 리조트는 한 폭의 그림이다.
선착장에서 리조트까지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구름다리가 놓여져 있다. 다리 밑으로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떼를 지어 방문객을 반긴다. 다리를 내려서면 희고 고운 모래가 발을 간지럽힌다. 바다와 하늘과 섬밖에 없는 세상이다. 고요함과 편안함,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천혜의 휴양지다.
리조트 앞바다에서는 온갖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부터 스노클링 카약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스킨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몸을 던지니 손톱만한 열대어부터 1m나 되는 어족까지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무리를 지어 뛰논다. 수족관을 바닷속에 옮겨놓은 듯 하다.
-신들의 섬, 바다의 별천지
바다 밑으로 산호가루가 내려다보이는 초입의 라군은 우윳빛이다.
입구를 지나니 총천연색의 바다가 펼쳐진다. 수면과 지형과 햇빛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우윳빛으로 시작해 밝은 파란색, 푸른색, 녹색, 갈색, 그리고 수심 수천m의 흑색바다. 바다색깔이 지도 위의 등고선을 그리듯 층층을 이루고 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또 다른 세상이요, 바다의 별천지다. 신들의 섬, 엘니도 바다투어의 백미라 할만하다. 앞쪽은 웅장한 호수고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니 또 다른 올망졸망한 호수다.
2억5천만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다위의 호수. 머나먼 태고적 신비를 빼앗기기 싫은 듯 시간과 공간을 꽉 움켜 잡고 있다.
호흡 마저 멎어버린 듯, 내가 호수 안에 있는지, 호수가 내 안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연과의 동화, 무아지경이란 이런것일까?
어디선가 조물주가 인간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듯 하다. 이곳에서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고 나가라고.
엘니도에서 미니록과 쌍벽을 이루는 섬이 라겐 섬(Lagen Island)이다. 라겐은 ‘돌로 된 난로’ 라는 뜻이다.
미니락과 마찬가지로 석회암 바위산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다. 라겐 리조트는 객실내 첨단 음향시설이 있고 객실 바로 앞에 수영장도 있다. 미니락 리조트 보다 조금 현대적이긴 하지만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수면위로 삐쭉삐쭉 솟은 섬들을 헤집고 팡글라시안으로 뱃머리를 돌린다.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바하이 쿠보(필리핀 전통가옥)양식의 카페만이 홀로 섬을 지키고 있다. 바닷속 신비를 다시 맛보려 스노클링 장비를 챙긴다. 흐드러진 산호사이를 자맥질 한다. 언제봐도 멋들어진 해초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조금 먼바다로 나가면 수심을 알 수 없는 검은 심연이 기다린다.
사방이 암흑이다. 두려운 생각이 든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인가, 조물주에 대한 두려움인가.
인간의 나약함이 절로 느껴진다.
촘촘한 추억들을 채곡채곡 갈무리하며 여정을 마친다. 또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엘니도 공항에 비행기를 내린다. 그들의 표정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지는건 비단 기자만의 생각일까. 문의 필리핀관광청 (02)598-2290, 필리핀항공(02)774-3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