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논리와 철학, 그리고 감정을 가지고서 자연의 섭리들을 해석하기 시작하였는데, 음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수학적인 체계로 분석하고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으며, 플라톤은 자신의 미학적 논장에서 음악을 '조화와 질서'를 가진 최상의 예술분야라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의 감정적 승화와 배설의 논리, 즉 '카타르시스'라는 기능으로 설명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의 문학작품은 무대극을 통하여 음악과 함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서 그 본연의 기능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번성 후 기독교가 전파되고 마침내 전 유럽을 휩쓸게 되었을 때 신을 찬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음악이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적절한 전례적 문장에 적당한 운율이 붙음으로써 그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수도원의 증가와 함께 성무일과(聖務日課) 및 월력(月曆)의 확립으로 수도사들에 의한 전례적 음악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지역적인 특색과 발전 및 사용언어의 상이함 등으로 해서 처음에는 다소 무질서하였지만 점차 라틴어를 중심으로 해서 통일된 전례문이 사용됨에 따라 음악 역시 이에 따르게 됩니다.
처음 전례적 통일을 주장하고 정리했던 사람은 성 암브로시우스(Ambrosius of Milan:333 ~ 397)로서 그의 전례음악이 최근의 활발한 연구와 탐색으로 찾아내어졌습니다. 그의 전례음악적 특징을 살펴본다면,
- 찬미가의 새로운 연주 방법보다는 새로운 시적 가사를 도입함
- 문학적 깊이와 함께 민중적인 감수성과 설득력을 지님
- 동방/서방적인 것, 그리고 유대교적인 것이 혼합되면서도 뚜렷한 독자성을 가짐
- 선창자나 응창의 긴 장식음으로 하여 대단히 풍성한 음악적 개성을 살려냄
- 옛 시편성가의 기본 3화음인 C, D, E를 이용함 ~ 고전적인 양식을 지님
대략 이렇게 정리가 되겠지요...오늘날 그가 활동하였던 밀라노의 성당에서는 아직도 암브로시우스의 전례음악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7세기로 내려오면서 기독겨 제의의 가장 핵심이 되는 성찬식을 포함하는 미사(missa:mess)가 정립되고 고유문과 통상문들이 라틴어로 확립되면서 또다시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하여 제례음악이 정리되었는데, 그가 바로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재위 590 ~ 604)였습니다.
로마의 장관에서 콘스탄티노플 교황청 대사로, 베네딕트 수도회 원장직을 맡은 다음 교황이 된 그는 약 800여편의 전례음악들을 정리하여 이들이 로만 카톨릭의 세력권 안에서 함께 불리워지도록 하였습니다.(일설에는 그가 혼자 이룬 업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그 무렵시에 이렇게 전례음악이 미사에 맞추어 확립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당시 처음 채택된 악식기호인 네우마(neuma:neumme)가 가사 위에 표시되어 높낮이를 표시하고. 비록 단선율이긴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기본 5선법을 이용하여 가사와 분위기를 맞추었으며, 멜리즈마(melisma)에 의한 장식적인 진행과 종지를 정리하고 새로 덧붙여서 뛰어난, 그리고 상당히 체계적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 그레고리안 성가야 말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고전음악의 주요한 뿌리로서, 그리스의 정신과 로마의 기독교 정신이 합쳐져 이루어진 위대한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날 많은 고음악 합창단과 성당 및 수도원의 수도사 합창단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녹음하고 있는데, 1958년 프랑스 솔레스메의 성 피에르 수도원 수도사 합창단이 부른 미사 통상문들로 이루어진 이 음반은 최근까지도 CD화하여 발매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압니다...
잔향이 그윽하게 길게 울려퍼지는 수도원에서 실제 성무일과를 보는 수사님들이 직접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진가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음반입니다.(IPG 7.549)
1971년과 이듬해에 걸쳐 녹음된 뮌헨의 카펠라 안티쿠아(Capella antiqua de Munich)의 통상문 미사 녹음 역시 전문 고음악 합창단이 들려줄 수 있는 최상의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려줍니다.
콘라트 루란트가 이끄는 이 단체는 11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단히 뛰어난 개인적 능력이 돋보이며 찬양으로서의 충분한 울림과 완벽한 호흡이 멋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르모니아 문디의 뛰어난 녹음이 이를 잘 수용해주고 있습니다.(Harmonia mundi HM 5114)
성탄절 미사만의 독특한 고유문이 수록된 음반 가운데서는 단연 이 음반이 눈에 띕니다.
독일의 보이론에 있는 성 마르틴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사님들이 부르는 크리스마스의 미사 음악은 통상문과 고유문으로 실제 미사를 볼때 그대로 불리워지는 소리로 녹음이 되어 있는데, 역시 수도원에서의 울림 그대로를 우리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Archiv 2547 001)
이밖에도 함께 불리워졌던 여러 다른 형태의 전례음악들이 있는데, 찬가(Hymn)나 속창(續唱:sequentia) 등의 특별한 날에 불리워진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는 음반들이 있습니다.
역시 콘라트 루란트가 이끄는 뮌헨 카펠라 안티쿠아의 연주인데, 여기에는 단순히 함께 유니즌으로 부르는 형태 뿐만 아니라 교창(交唱:antiphon) 등의 기교가 더해진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Telefunken SWAT 9493-A)
그리고 점차 성모 마리아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성모 마리아를 위한 전례적 음악들도 씌여지게 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Salve regina'와 'Regina caeli' 입니다.
필립스 특유의 맑고 깨끗한 음질 속에서 베네딕트 수도원의 길고 아름답게 퍼져가는 잔향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이 두 음반이 지고지선한 성모찬양송의 전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Philips 6527 073/6527 131)
단선율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이후 교회의 대분열과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세속음악의 비약적인 발전과 다성음악의 도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교회에서 불리워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팔레스트리나에 이르러 다성의 교회음악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까지 서양음악의 전통이 되어 내려오게 됩니다.
오늘날 유럽의 대중음악 가운데 생각보다 꽤 깊이 전통을 가진 음악적 장르 가운데서 이러한 성가적인 울림을 이용하거나 성가의 음률을 따른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98년 프랑스의 기타리스트 에릭 레비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 '아메노(Ameno)'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오늘날 재해석한 음악들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들에게도 H 자동차의 G 모델 선전 CF 음악으로 잘 알려져있지요...
이러한 성가적 음악은 오늘날 영적인 명상을 중요시하는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젠(zen:禪)' 정신과도 잘 맞아떨어져 계속해서 음악적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서양의 고전음악 정신의 시작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쉬며 우리의 곁에 존재합니다.
= 2008. 6. 18.
(( 추신 ))Ameno의 음악을 들어보실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출처는 cafe.daum.net/PSM30 이며, 저작권 문제가 있을 시에는 삭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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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Ambrosian Chant -> 성 암브로시우스가 정리한 성가집 / Gregorian Chant -> 그레고리우스 1세가 정리한 성가집
음질, 연주 쥑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