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와 아파트 중문을 지났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왼발이 어떠하냐고 물었다. 무릎이 아파서 자연스럽지 않다고 하였더니 자기도 무릎이 아파서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약을 먹었더니 말끔히 나았다면서, 우슬 뿌리와 삽주 가시오가피 골단초 민들레 등을 고낸 집에 맡겨서 즙을 만들었다가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무릎 통증을 잡을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내가 탈 시내버스가 오고 있는데 계속 설명을 해 주었다. 참 고맙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야 하기도 하여 서둘러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시내버스에 올랐다.
부곡정으로 걸어 올라는데 앞에 나종만이 보였다. 함께 걸어가면서 자기는 오늘 11시쯤 문중회의가 있어서 공짜 밥을 얻어먹으러 가게 될 것이라 하였다. 오늘은 미리 결석을 신고한 사람이 3사람이나 되었다. 그러면 4사람이 결석이다. 부곡정에는 윤정남 이용환이 와 있었다. 윤상윤까지 왔는데 김영부가 보이지 않아서 전화를 하였더니 자기는 지금 집에 있는데, 내가 오늘 오지 말라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영부까지 4사람이 결석생이다.
이용환이 쿠팡 거래를 하고 싶어 하였다. 그러려면 스마트 폰에 쿠팡 앱을 깔고 쿠팡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이메일이 있어야 하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입력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상품 배송처를 입력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기초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가게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까 입력 데이터의 전송이 원활하지 못하여 작업이 실패하고 말았다. 시간은 10시가 넘었다. 이용환의 스파트 본에서 쿠팡에 가입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우중충하던 하늘에는 햇볕이 나왔다. 자연히 비도 멈추었다. 날씨가 좋아지니까 윤정남이 하는 말이, 회장이 좋으니까 하늘도 협조하여 우중충하던 날씨가 좋아지고 있다는 덕담을 하였다.
오늘 산행하는 사람들은 정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가게 앞에 있는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이 여름 동안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더니 지금까지 피어있었다. 그것을 본 윤상윤이 말하였다. 참 오래도 피어 있네. 이용환이 자기도 저것을 사다가 삽목을 하여 여러 집에 분양을 해 주었다고 하였다.
이어서 공덕심(公德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파트에는 공동 수도료라는 것이 있다. 개별 가정에 나오는 수도요금이 있고, 남은 음식물 배출시 배출 용기를 씻기 위한 공동수도료가 발생하는데, 그 공동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다가 개인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용수로 쓰는 것은 공용수를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므로 공덕심을 심히 위반하는 경우이다. 또 어떤 이는 아파트의 공동 전기 콘센트에서 자가용 전기차를 충전하는 경우도 공덕심이 부족한 경우이다. 따라서 공동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대량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데 쓰는 것은 아파트 공동체에서 축출해야 할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절약정신이 강한 사람이 종종 그런 사람이 있다. 자기 집의 수돗물 아끼듯이 공동 수돗물을 아껴야 진짜 절약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애국자라고 부르지, 자기 집의 전기나 수돗물은 아끼면서 공동 전기나 수돗물은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바로 공덕심이 부족한 악덕인(惡德人)인 것이다.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서 공중도덕을 지킬 일들이 너무나 많다. 길바닥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 집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전부가 공동체 생활이다. 보도를 걷는 것부터 교통기관인 버스 택시 지하철 등을 이용하고, 등산을 가서 개인의 건강을 증진하거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식당에서 음식물을 구입하여 먹는 일까지, 또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가 88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면서 거리의 문화가 확 바뀌었다. 교통체계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의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부터 확 눈이 돌아간다고 한다. 한국의 깨끗한 지하철을 보고 놀라고, 한국의 공중화장실을 보고 또 놀라고, 우리나라의 밤거리 문화와 치안 상태를 겪어보고 놀라며, 호텔과 여관에서 음식을 배달시키면 빛의 소도로 각종 음식이 도착하여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이처럼 살기 좋은 나라를 경험해 보고 간 관광객들이 또 오고 싶어 하고, 할 수 있으면 와서 영주하여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참 우리들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나라가 되기까지는 우리 국민들이 전에 없었던 공덕심을 발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 주위에는,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공덕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언짢게 하는 경우를 목격하고 경험하게 된다.
윤상윤이 자기 집에 호접난이 있는데 봄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계속 피어난다고 하였다. 3월에 핀 꽃이 지금까지 있는 것이 아니라, 피었던 꽃은 지고 또 피어나기를 반복하여 지금까지도 꽃대에 3송이의 꽃이 피어서 자기를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꽃 우리 집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는 호접난이 아니라, 아내가 어디에서 가져 왔는지 화분이 하나 있는데, 초록빛 넓은 잎이 촘촘히 달린 한 줄기 꽃대에서, 여러 개의 하얀 떨기 꽃이 나오고, 꽈리 모양의 이 하얀 떨기 꽃에서, 듬성듬성 빨간 꽃잎이 수줍은 듯 피어 나와서, 한 달 이상을 지지 않고 있다.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꼭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참 신기한 것은, 초록 입새와 하얀 꽈리와 빨간 꽃잎으로, 녹(綠)·백(白)·적(赤) 등 삼색이 어우러져서 꽃을 감상하고 있는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점심을 먹은 다음에 이번에는 오늘 병원예약 때문에 불참하겠다던 박남용이 우리들을 잊지 못하고, 11시에 이미 점심을 먹어버렸는데 또 우리들과 점심시간을 같이 하려고 왔다가,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매밀 전병을 시켜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박남용이, 이용환의 쿠팡 얩 깔기 작업을 시도하였지만 ‘와이파이 지역’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성공을 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따로 혼자 왔던 최성연도 역시 점심식사를 우리와 함께 하였다.
오늘의 장소 : 무등산 약사암
일 시 : 2024.11.28(목)
참 가 :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용환 장휘부 최성연 등 8명
불 참 : 강공수, 김상문, 김영부 등 3명
회 비 : 7만원(나종만은 문중회의로 점심 불참)
식 대 : 64,000원(애호박찌개 2, 김치찌개 2, 굴떡국 2, 매밀전병 1 등)
금 일 잔 액 : 6,000원
이월 잔액 : 593,000원
총 잔 액 : 59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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