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에 귀촌해서 살다보니 불편한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오래된 집을 수리해서 살기는 하지만, 50년 넘은 낡은 창고부터 무너진 정자까지 고칠 곳이 한둘이 아니다.
정자터에 조립식으로 서재를 하나 지으려 했더니, 군청에 신고부터 하란다. 그 과정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설계사무소에서 설계도를 사서 군청에 신고하란다. 비용이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설계도를 사서 신고한다? 왜?
인가나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벌금을 물고, 몇 차례 벌금통지서를 보내도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철거한단다. 협박이다. 지자체가 군민을 살기좋도록 보살펴 주는 게 아니라, 못살게 협박을 해대는 꼴이다..
시골은 빈집이 늘어간다. 누군가 사망하면 그 집은 곧 폐가가 된다. 간혹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도 설계사무소에서 몇백만원씩 내고 누가 집짓고 살고자 할까. 특히 시골사람들은 자기집에 자기 건물 세우는데, 설계값까지 내고 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필요에 의해 몰래몰래 창고도 짓고 집도 짓는데, 결국은 다들 불법건축물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과거엔 30평까지는 인허가 과정없이 마음놓고 집도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건축물도 인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시골사람만 죽이는 꼴이요, 농촌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적폐다. 결국 건축설계사무소만 배불리는 현실이다.
아내는 이 불편한 시골집에서 살기 싫어서 나 혼자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집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누추한 집에서 살다 나마저 떠나면, 우리집도 곧 폐가가 될 것이다.
2019. 4. 29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