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미국에서 나고 30이 되도록 미국에서만 살았던 한인이다.
부모님이야 미국으로 이민을 온 1세대 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양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직장을 갈 때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을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이 멸치볶음이다. 그의 어머니가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라 가끔 멸치 고추장 볶음을 해서 전해주곤 하였다. 지금은 한국의 아이들도 잘 먹지 않을 것 같은 밥반찬을 먹는 것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녀석이 나를 보더니 ‘멸치 볶음 잘 먹었다. 고마워~’한다. 한국말을 잘 모르니 무어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다들 웃어 버렸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혼분식을 장려한다고 해서 흰쌀밥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혼식을 준비하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 도시락에서 보리쌀과 콩만을 빌려서 흰쌀밥 위에 적절하게 배치를 하여 선생님의 도시락 검사를 통과하곤 하였다.
제법 산다고 하는 아이는 달걀 부침개를 밥 위에 얹고 소시지 부침개를 반찬으로 싸가지고 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의 어머니는 오로지 김치와 멸치 볶음으로 일관하셔서 아이들 앞에서 도시락을 펼 수가 없었다. 여학생 임에도 불구하고 왜 김치병 뚜껑을 제대로 닫은 적이 한번도 없는지 교과서 마다 김치물이 들어 가관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에 먹었던 도시락 반찬 중에서 가장 생각 나는 것은 소시지 부침개나 햄볶음이 아니다. 웬지 몰라도 나는 김치 볶음이나 멸치 볶음이 가장 생각이 난다.
잔멸치 Anchovy …… 100g
꽈리 고추 Chili Pepper …… 100g
양념장 재료
고추장 1큰술, 고추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맛술 1큰술,
물엿 2큰술, 매실액 1큰술,
참기름 약간, 통깨 약간
만들기
1_멸치는 머리를 떼어내고 배를 갈라 속에 있는 검정색 내장 부분을 제거하고 다듬어 놓는다.
2_꽈리 고추도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이쑤시개로 찌른 후 끓는 물에 데쳐 체에 받쳐 둔다.
3_달구어진 팬에 다듬은 멸치를 넣고 중불에서 가볍게 볶은 다음 꺼내어 체에 받쳐서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종이에 멸치를 펼쳐 둔다.
4_팬에 먼저 양념장을 넣고 다듬은 꽈리 고추를 넣은 다음 볶다가 멸치를 넣은 후 약불에 살살 다시 볶아 준다.
5_꽈리 고추가 숨이 죽었다 싶으면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완성한다.
기호에 따라 올리고 당의 양은 조절하면 된다.
일본의 드라마 중에서 ‘심야식당’이 방영되고 있다. 내용은 음식에 얽힌 내용으로 매회 풀어가는 형식이다. 나도 재미가 있어서 즐겨 보게 된다.
‘멸치 볶음’에 관한 추억은 누구가 가지고 있을 것 이다.
더구나 어려웠던 시절을 보냈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는 더구나 이런 추억이 없을 수 없다. 잘사는 집 아이라면 모를까 부모가 그저 그런 집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곤혹스럽기가 이를데 없었다. 심한 경우 어떤 아이는 그저 맨밥에 김치만 들려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아예 도시락을 들고 오지 않는 아이도 있었는데 그런 아이는 점심시간이 되면 슬며시 없어지곤 하였다. 멸치 볶음을 보면 그 당시의 추억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올라온다.
심야식당이라는 드라마처럼 점심을 못먹던 아이가 자수 성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와는 달리 여전히 어렵게 사는 것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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