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우리가
과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일까?
이것은 마치
우리가 미래를 보려고 점을 치는 행위처럼 조금 미심쩍고도 의아심을 가질 만한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과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과거를 보는 방법 중 하나로 밤하늘의 별을 보면 된다는 말이 어찌나 가슴에 와 닿던지 두고 두고 그 말을 곱씹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울을 보는 것도 일종의 과거를 보는 거라는 말에는 정말 화다닥 놀라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이런 셈법에 익숙해 지다보면
우리는 조금 더 욕심을 부리게도 될 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의 과거, 또는 역사 속의 그 시간, 또는 더 멀리 우리 지구가, 우리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당시의 상황 등등도 보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도 과학자들은 빅뱅 이후 첫 별이 만들어낸 그 빛을 찾느라 밤잠을 설치는 중이라고들 한다.
이성적으로는
우리가 달을 보는 것은 대략 1.3초가 지난 후의 달의 모습이고, 태양빛이 우리 눈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8분이 걸린다는 것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 시간 차이가 실제로는 과거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좀체 하지 못한 셈이다. 이러니 우리 생전에 빅뱅 후 태어난 항성의 빛을 보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과거일 것이다.
거울 속의 나는
내 형상을 만든 빛이 거울로 갔다가 다시 내 눈으로 되돌아 온 상이다. 그러면 빛이 갔다가 되돌아 오는 그 시간이 아무리 짧다 할지라도 어쨌든 과거는 과거일 것이다. 얼마나 굉장한 사실인가? 평생을 과거를 보면서도, 눈만 뜨면 태양을 보고, 태양이 진다 할지라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내왔는데도, 그것을 당연시 생각하고 살아오면서 엉뚱하게도 과거를, 그런 것이 아닌, 그 어떤 과거를 추억하기만 하면서 아쉬워 했었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는 어느 정도는 우리의 현재 속에 과거를 섞어 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간을 희롱하듯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미처 우리가 진지하게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마치 자신의 연인은 지나간 저 어디메 그 순간의 그녀만이 진정했던 자신의 연인이었다는 듯이 단정하면서. 지금 현재는 아닐테지만 하면서.
거울 속의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조금 전의 나일 것이라는 사실이 왜 이다지 저릿저릿하게 섬찟하게 다가올까? 내가 원하는 과거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그게 과거란 말이라고?...혹시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는 무언가 다른 그 어떤 것이어서일까?...아니지, 그런 건 진정한 과거가 아니잖아 하면서...
우리
보통 사람들이야 거울 보기나 밤하늘의 별 보기 같이 과학자들이 콕 찝어주는 그런 것들만 보면서 아하 내가 지금 과거를 보는구나 하고 신기해 할 뿐이고, 나의 좀 더 먼 과거, 내가 어렸을 때의 과거라든지, 구체적인 어느 한 순간의 그런 과거들, 예를 들어 친구들의 얼굴이 팽팽했을 때의 그 지리산 속에서의 어느 과거같은 걸 보는 방법은 여전히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우리가 과거의 모든 시간들을 활동사진처럼 움직이는 그런 보기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보기는 한다. 사진을 통해서...사진이 없던 과거에는 지인들의 기억을 통해서라도. 또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그 무엇의 회상을 통해서...그것도 과거는 과거이고 눈으로 보아도 본 것 같지 않아서 그렇지 보기는 보는거니까. 그럼에도 무언가가 미진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과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타당하다고 여긴다.
희미해진 네 얼굴...보고있나?
신 자두 베어문 듯
실눈을 뜨고... 제아무리 노려본다 한들, 그건 아니다.
어찌
이 한장의 사진이 그때의 우리네들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사진을 보면서도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그런 과거는 아니라고 여긴다.
왜 그럴까?
왜 '과거를 본다는 건 안돼'라는 이런 빌어먹을 단정적인 생각이 들기만 할까? 사진을 보면서, 거울을 보면서, 또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느끼는 그런 과거는 진정한 과거로 생각할 수 없는걸까?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생각하는, 꿈꾸는 과거는 무엇일까? 어떤 것일까? 혹시 과거도 우리가 마음속으로 그려둔 그 무엇일러나?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
...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珍擦)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거울'
이상의
시에는 저렇게 시작되는 '거울'이라는 시가 있던데, 참으로 조용한 저런 거울속 세상은 죽은 세상이어서 우리의 과거로 삼을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퍽 섭섭하다. 도대체 우리는 우리의 과거가 어떠하기를 바라고 있을까?
혹시
우리 마음 속 과거라는 것은, 어수선한 소리나 친구의 발꼬랑지 냄새나 계절이 내뿜던 시컴한 공기의 맛이니 하는 별스럽게 다른, 우리의 오감과 더불어 그 곳과 그곳 주변의 여러 복잡미묘한 것들이 빠지면 안되는 그런 과거이어서일까? 정물같은 그런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에 우리는 과거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러나?
어쩌면
'데자뷰'같은 그런 신기한 현상으로 과거를 보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에서도 액티브한 상황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작 사나흘이라고 가정한 영화더라고. 하여튼 평범한 우리들은 2014년이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가더라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세월호와 더불어 가라앉은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의 얼굴들을 수시로 떠올리며... 빌어먹을..생방송으로 죽음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평생의 업일진데...그게 다시 볼 수 없는 과거지사라니...
어쨌든
우리들이 말하는 과거는 과학자들이 자로 재듯 말하는 그런 류의 과거와는 다르다. 그건 분명하다. 우리의 과거는 그 뭐냐, 아스름하게 희미하게 실눈을 뜨고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듯한 그 무엇을 본다고 생각하며 저 혼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그런 그 무엇이니까. 하여튼 그 누군가가 과거라고 단정짓는 그런 것은 과거가 아니니까.
사진
박덕규
가늘게 가늘게 실눈을 뜨고
신 자두 베어 문 듯 실눈을 뜨고
햇빛 가물가물 실눈을 뜨고
졸음 겨운 병아리처럼 실눈을 뜨고
아무 소리 못 들은 척 실눈을 뜨고
뱀 꼬리 같은 실눈을 뜨고
이제는 물음표마저 희미해진
네 얼굴, 보고 있니?
아무리
실눈을 뜨고, 제아무리 신 자두 배어문 듯한 실눈을 뜨고 본다 할지라도 그 어떤 것도 우리의 과거는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꿈꾸는 그 어떤 그런 과거는 아닐 것이다. 빌어먹을....
첫댓글 빌어먹을...
어느 놈도 글 하나 올리는 넘이 없네.
참을성이 부족했나?
내가...
좀 더 기다렸어야 했나?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 더욱 용맹정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