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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어려운 욕창 '랩' 한장이면 '끝' | ||||||||||||||||||
희연병원 OPWT 국내 첫선, 치료효과 ↑·비용 ↓ 획기적 방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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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암보다 무서운 '저승사자'라고도 한다. 특히 장기입원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 '욕창과의 전쟁'이 다반사다. 철저한 관리만으로는 버거운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의 대응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걸리면 환자나 의료진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이 욕창과의 싸움에서 잇단 승전보가 전해지고 있다. 낭보의 발원지는 이웃나라 일본으로 사용된 무기는 놀랍게도 비용도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비닐랩(wrap)'이 전부였다. 한 때 일본에서 '욕창은 간호사의 수치'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고 한다. 간호사 태만으로 욕창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제소가 있었고 재판부가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게 기폭제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 지방병원에서 근무하던 내과 전문의 '토리야베 슌이치'는 날로 증가하는 욕창 유병률을 간호사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게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중 1996년 처참한 상태의 욕창환자를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기존 치료법 대로 환부를 생리식염수로 씻은 후 의료용 필름을 붙였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지만 환부에 사용될 큰 사이즈의 필름을 찾기도 어려웠고 의료보험 적용이 3주 밖에 되지 않아 장기치료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처가 점점 작아지면서 나머지 욕창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환부의 침출액이 배출되지 못하는 탓에 심한 냄새와 감염위험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고민 끝에 구멍이 있는 랩과 욕창패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했다. 'OPWT(Open wet dressing therapy)'는 이렇게 완성됐다. 토리야베 슌이치는 이들 증례를 정리해 학회에서 발표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욕창 환자들을 직접 케어하는 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영을,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OPWT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사이 만성기의료 의료진을 중심으로 OPWT는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는 일본 전역의 상당수 요양병원에서 이 방법으로 욕창을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욕창 치료법은 최근 국내에도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대단했다. 국내에 OPWT를 처음 도입한 병원은 한국 노인의료를 이끌고 있는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희연병원에 이 치료법을 들여왔다. 일본 연수과정에서 직접 설명을 듣고 호전사례도 눈으로 확인했지만 '랩(wrap)'으로 욕창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한 심정이 컸던게 사실이었다.
치료기간이 줄어들다보니 자연스레 간호자원의 소비량도 감소했다. 무엇보다 습윤드레싱과 같은 고가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었다. OPWT의 효과를 확인한 김덕진 회장은 이 획기적 치료법의 대중화를 결심했다. 언제나 그랬듯 노인에 대한 존엄케어를 공유해야 한다는 소신이 어김없이 발동했다. '신체구속 폐지'나 '재활을 통한 재택 복귀율 제고', '팀 어프러치' 등 현재 국내 노인의료 일선에서 통용되고 있는 일련의 프로그램 모두 그의 노력의 결과다. 김 회장은 최근 OPWT 개발자인 오오사키 시민병원 카시마다이분원 토리야베 슌이치 진료부장을 초청해 국내 요양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공개강좌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OPWT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토리야베 슌이치가 저술한 '부위별 처치 사례집' 한국어 번역판도 출간했다. 김덕진 회장은 “OPWT는 환자는 물론 가족과 의료진 모두의 부담을 덜어주는 인권적 치료법”이라며 “이 치료법이 한국 노인의료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