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花(국화)
白居易(백거이, 772~846)
一夜新霜著瓦輕(일야신상착와경)
어느 날 밤 무서리가 지붕에 살짝 내리더니
芭蕉新折敗荷傾(파초신절패하경)
파초 잎은 꺾기고 연꽃대도 시들어 기울었다
耐寒唯有東籬菊(내한유유동리국)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 남은 울타리 밑 국화여
金粟花開曉更淸(금속화개효갱청)
금 꽃술로 활짝 핀 꽃 새벽하늘처럼 해맑다
어느 날 새벽 간밤에 서리가 살짝 내렸다.
지난 여름 내내 정원에서 도도하게 화려함을 뽐내던 파초는
그 큰 잎이 꺾인 채로 패잔병처럼 초라하다.
연못에서 우아하게 빛을 발하던 연꽃은 어느새 간데없고
연밥을 매달고 기울어 있다. 가을날의 정원은 쓸쓸한 폐허로 남았다.
눈을 돌려 울타리 쪽을 보니 거기에 노란 국화가 피어있다.
크고 화려한 꽃들이 자리 잡은 정원에는 감히 한자리 차지하지 못하고
구석진 담 밑에서 서리를 먹고 꽃을 피운 국화를
이 시인은 자신과 비교하고 있다.
서리 맞은 부귀영화(富貴榮華)는 그 화려했던 만큼
더 추해졌지만 여름 내내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국화는
서리를 머금어 새벽하늘처럼 해맑다.
*著(착) = 붙이다, 두다, 입다, 저로 읽으면 나타내다,
분명하게 드러나다, 책을 저술하다
*敗荷(패하) = 시들어 꺾인 연꽃,
敗= 싸움에 지다, 무너지다, 썩다, 荷= 연(蓮)꽃
*金粟(금속) ;=국화의 노란 꽃술
粟은 조, 좁쌀.
백거이 詩
一夜新霜著瓦輕 일야신상착와경
간밤에 첫 서리 기와에 가볍게 내리더니
芭蕉新折敗荷傾 파초신절패하경
파초 잎이 새삼 꺾이고 시든 연꽃은 기울었구나.
耐寒唯有東籬菊 내한유유동리국
오직 동족 울타리 국화만이 추위를 이기고
金粟花開曉更淸 금속화개효갱청
노란 꽃을 피워 새벽에 더욱 맑구나.
백낙천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