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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강강약·외강내유' 사회지도층 꼰대들
기득권 유지 처세술 판치는 총체적 난국
'약강강약'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약자 앞에서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약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이런 야비한 사람은 늘 있었습니다. 비겁한 모습을 자기 합리화하는 사람은 이것을 '처세술'이라고 부릅니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비한 처세술이라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위급하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은 지켜야 합니다.
'약약강강'. '약한 사람 앞에서 약하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보다 더 강하다'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약강강약'을 뒤엎는 말입니다. 나보다 약자는 보살펴야 하고, 알량한 힘으로 강하다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강하게 질책하고 가르쳐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것을 조금 배운 티를 내면서 말하면 '외유내강'일 것입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나 속은 곧고 꿋꿋한 모습'을 말합니다. 제 잘못에는 엄격하나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온화하게 대하는 모습입니다. 올곧은 옛 선비님들께서 추구했던 군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외유내강'한 어른보다는 거꾸로 '외강내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외강내유' 제 잘못에는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는 강하고 엄격하게 다스린다는 말입니다. 이런 것을 시쳇말로 하면 '꼰대 근성'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 시대에는 이런 '꼰대 근성'을 가진 사회지도층 꼰대들이 '주렁주렁'합니다.
복음서에 보면, 사회지도층이면서 법관인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서 마귀 두목 '베엘제불'과 결탁하여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마르코복음 3장 22절) 거짓 뉴스를 퍼뜨립니다. 가짜 뉴스를 접하신 예수님께서 악의적인 선동에 한탄하십니다. 또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성전에서 상인들과 카르텔을 형성하여 기도하러 오는 순례객들을 갈취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에게 고액의 환전 수수료를 챙기고, 양과 염소 같은 제물은 제사장들과 결탁한 성전 상인들의 양과 염소만 받아 주는 꼰대들이 득시글합니다.
이에 화가 난 예수님께서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마르코복음 11장)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악행을 일삼는 자들이 반성하기는커녕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거짓을 일삼는 재판관인 율법 학자, 타락한 종교인들, 이들을 키워내고 후원하는 정치인 바리사이파. 아주 총체적 난국입니다. 아주 어질어질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재와 닮은 묘한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판사들을 인공지능 AI로 대체하자는 여론이 높고, 종교인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타락하고, 백성의 아픔을 돌보아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백성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대방동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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