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서는 인기가 가격이다. 인기 차종과 비인기 차종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거나 때로는 비인기 차종의 가격이 인기 차종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신차 시장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신차 시장에서 인기 높은 차종이 중고차 시장에서 좀 더 비싼 값에 판매된다. 또 빨리 거래된다.
신차 시장에서는 경쟁 차종보다 인기가 없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차종도 있다. 후속 모델 출시 여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 내구성, 유지비 등이 영향을 준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은 중고차 딜러들이 구매 경쟁을 벌인다. 사고나 고장 등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차종보다 가격이 덜 깎인다. 차주는 손품과 발품을 팔수록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인기 차종을 구입할 때 좀 더 많은 예산을 마련해둬야 한다. 대신 나중에 되팔 때도 좀 더 비싼 값에 팔 기회가 생긴다. 이와 달리 비인기 차종을 산다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같은 값에 품질이 더 좋은 차종을 구입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차를 좀 더 비싸게 팔고 싶은 차주나 좋은 차를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 모두 중고차 인기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중고차 인기는 회전율로 알 수 있다. 회전율은 중고차가 시장에 나온 뒤 팔리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회전율이 빠르면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중고차 딜러들이 매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반대로 회전율이 늦은 차종은 제 값에 팔 수 없다. 차를 구입하는 딜러 입장에서 회전율이 나쁘면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과 금융이자 등이 많이 발생해 매입을 꺼리거나 헐값을 제시하기도 한다. 손해를 보고 팔기 보다는 계속 타는 게 나을 수 있다.
인기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회전율 기간은 ‘30일’이다. 그러나 중고차 거래가 뜸한 겨울처럼 비수기에는 40일 정도로 늘어난다.
3~6월은 봄나들이나 여름휴가에 사용하기 위해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성수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비수기처럼 중고차 거래가 뜸해졌다. 회전율 기간 ‘40일’을 기준으로 인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회전율이 빨라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직영 중고차 매매전문기업인 케이카(K Car)에 의뢰해 지난 3개월 동안 판매된 차종들을 대상으로 ‘회전율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케이카 분석 결과 기아차 레이, 쉐보레 스파크, 기아차 모닝 등 경차의 회전율이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아차 K3, 현대차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도 빨리 판매되는 것으로 나왔다.
신차 시장에서는 경차와 준중형세단이 중형세단이나 SUV에 밀리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이다.
생애 첫차나 세컨드카로 가격이 저렴하고 운전하기 편한 ‘작은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회전율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물론 신차 시장에서 인기 높았던 현대차 구형 그랜저·쏘나타 등 ‘큰 차’도 10위 안에 포함됐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기아차가 8개 차종, 쉐보레가 2개 차종으로 조사됐다. 신차 시장처럼 중고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차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1위-기아차 레이 (평균 17.6일)
2011년 처음 등장한 ‘박스카’ 레이는 경차이지만 키가 커 일반적인 경차보다 공간 활용성이 우수하다. 기존 경차의 공간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20~30대 생애 첫차 구매자들이 선호한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이 찾는다. 연식, 주행거리, 옵션 등 차량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600만~100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2위-쉐보레 스파크 (17.9일)
경차 시장을 한때 주도했던 지엠대우 마티즈의 뒤를 이어 중고차 시장에서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출시된 뒤 쉐보레 브랜드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 2011년에 스파크로 차명이 변경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까지 출시됐다.
2011~2013년식 스파크는 가격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알뜰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좀 더 큰 차나 새 차를 사기 전 운전에 익숙해지기 위해 구입하는 초보 운전자들도 선호한다.
◆3위-기아차 2세대 올뉴 모닝 (20.4일)
2011년~2015년식이 판매되고 있다. 출시 당시부터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안전·편의성을 갖춰 인기를 끌었다. 동급 스파크보다 좀 더 비싼 값에 판매된다.
스파크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소비자는 스파크와 2세대 올뉴 모닝을 놓고 고민한다.
◆4위-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21.9일)
쉐보레 스파크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됐다. 기존 모델보다 연비, 주행성능, 편의사양 등이 향상됐다.
출시 당시 기아 모닝을 제치고 경차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600만~100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상태가 좋은 2018년식은 1000만원 이상 줘야 구입할 수 있다.
◆5위-현대차 그랜저IG (22일)
‘성공의 아이콘’이자 신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다.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갖춰 40대 이상 남성을 위한 ‘아빠차’였던 그랜저를 30~40대를 위한 ‘오빠차’로 만들었다.
지능형 안전기술 ‘현대 스마트 센스’를 장착하는 등 안전성도 높고 역동적이지만 품위도 추구해 임원차로도 인기를 끌었다.
타깃을 넓힌 전략이 성공, 2018년에는 11만3101대가 팔리면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2016~2019년식이 판매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30~40대가 주로 구매한다.
◆6위-기아차 더뉴 모닝 (29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됐다. 첨단 안전사양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하고 크루즈 컨트롤, 앞좌석 풋 램프 등의 편의사항을 탑재했다.
생애 첫차나 세컨드카로 2~3년 이상 타고 다니려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올뉴 모닝보다는 더뉴 모닝을 구입한다. 가격은 480만~860만원 수준이다.
◆7위-기아차 K3 (32일)
신차 시장에서 준중형 세단 판매 1위였던 현대차 아반떼에 뒤늦게나마 회전율로 복수했다.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2015년까지 판매됐다.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연비, 동급 대비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각종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해 아반떼의 아성을 위협했다. 상태가 좋은 2015년식 기준으로 1000만원 초반에 판매된다.
◆8위-현대차 아반떼 AD (35일)
아반떼 4세대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국가대표 준중형 세단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과 스포티한 외관, 기존 모델 대비 더 넓은 실내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제이디파워 초기품질조사 준중형 부문 1위, 미국 오토퍼시픽의 가장 이상적인 차 준중형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9위-현대차 그랜저 HG (36.4일)
그랜저 5세대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판매됐다. 그랜저 역사상 최초로 50만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웅장한 활공을 의미하는 ‘그랜드 글라이브’ 콘셉트로 디자인해 역동적이고 볼륨감 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오랜 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랜저 IG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그랜저를 타고 싶은 40~50대가 선호한다.
◆10위-현대차 LF 쏘나타 (38.1일)
쏘나타 7세대다.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중형 세단이다. 출시 당시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 등 전 부문에서 현대차의 기술력을 집약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기존 YF 쏘나타보다 더 커지고, 넓어지고, 힘세졌다. 디자인도 역동적인 고급 중형 세단 이미지를 추구했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인 462ℓ에 달했다.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모두 들어간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능·디자인 대비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안전성도 강화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성비로 거세게 도전하는 기아차 K5보다 아직은 한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