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 발매되어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된 신라면 블랙입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커뮤니티 특성에 따라 흑라면, 흑형라면, 흑화신라면, 블랙푸, 블랙에디션 등등 여러가지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신라면 블랙과 푸라면. 완전 검은 배경을 쓰지 않은것은 신라면 특유의 붉은색 포장지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라면코너의 검은 봉지 = 짜장라면 이라는 선입견이 컸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상적인건 고급스러워 보이겠답시고 금칠한 한자난무를 썼는데, 노래가사에 쓸데없이 영어 랩 넣은 것처럼 오버스럽게만 느껴집니다. 고온쿠커로 진공농축한 우골을 듬뿍.. 뭐야 이게. 차라리 眞空濃縮 牛骨多量 이라 쓰지.
무엇보다 우골보양식사 라는 말이 참으로 눈에 띕니다. 신라면은 120g, 블랙신라면은 130g 입니다.
뜯어보았습니다. 사각형보단 적당한 냄비에 넣기 좋은 원형 유탕면. 분말 + 건더기스프 + 그리고 문제의 우골설렁탕분말.
얘는 오리지날 신라면.
면은 비교해보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블랙쪽이 살짝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아주 약간 더 찰지구나?
스프, 윗쪽이 신라면 블랙의 3종 스프. 밑에는 일반 신라면
블랙의 경우가 조금 더 큰 건조 파와 버섯 위주. 신라면은 크기가 좀 작고 고추의 비중이 좀 많아 보이는데, 이것도 사실 뜯을 때마다 함량이 조금씩 틀린거라 눈에 띄는 버섯의 양 같은건 매번 차이가 많이 나는 점이니 '이런 것들로 구성되어있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건더기스프의 양 자체는 블랙쪽이 2배 정도입니다.
(신라면 : 건더기 1.4g, 분말 10.5g / 블랙 : 건더기 3g, 분말 9g)
끓였습니다. 왼쪽이 신라면, 오른쪽이 블랙인데 담는 과정에서 블랙쪽만 끝에 건더기가 몰려나와 덜어냈을 뿐, 실제로는 이러한 차이가 아닙니다. 두 배라고는 해도 건더기스프 1.6g 더 들어간 것일 뿐이니까요.
단, 개체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블랙쪽이 좀 더 있어보이는건 당연하고, 국물을 먹지 않을 경우 신라면급의 작은 건더기는 대부분 그릇 바닥에서 수장되어 어푸어푸 하고있지만, 블랙처럼 큼직한놈은 면 집어먹을 때 좀 더 잘 딸려온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자 그럼 맛을 볼까요?
신라면 : 뭐 요즘 신라면 답습니다. 초기의 맛이 몇 번의 과정 후에 변한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즐기지 않습니다.
블랙신라면 : 우골스프의 영향으로 신라면보다는 살짝 부드럽고 매운맛이 덜합니다. 고소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뭐지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을 까는 곰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그리움은?
.....아 그래 사리곰탕면.
신라면 블랙의 10g의 정체는 비약하자면 사리곰탕면 스프였나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사리곰탕면이 인기를 끌던 약 6~7년 전쯤에 사리곰탕면에 다른 라면스프를 살짝 넣어먹는 방법이 조금 입소문을 탄 적도 있습니다. 당시 수타면이나 예전의 뉴면 등등엔 별첨스프가 하나 더 있던 시절이라 '수타면을 먹을때 별첨스프 아껴뒀다가 사리곰탕에 넣어봐라' 라는 말이 퍼진 적도 있죠.
뭐 어쨋거나.
결론 요약하자면
신라면 블랙= 신라면의 면과 스프 + 무파마의 건더기 + 사리곰탕 분말스프 10g
그런데 가격차이는 매우 심각합니다. 편의점가 기준으로는 신라면 730원: 블랙 1700원. 무려 2.33배. 대형마트/할인마트 기준으로는 신라면이 600원쯤 하는 반면(5봉 팩 2920원)에 블랙은 1320원(4봉 팩 5280원)입니다. 어느 기준으로 해도 두 배가 넘는 가격입니다.
제조사의 주장과 달리 큰 장점이 있다고 느끼기도 어려운 제품이고, 건면도 아닌 유탕면과 이런 라면의 특성상 보양식을 언급하는건 사탕발림일 뿐입니다.
신라면 120g
블랙신라면 130g
열량(kcal)
505
545
탄수화물(g)
78
84
당류(g)
3
3
단백질(g)
10
14
지방(g)
17
17
포화지방(g)
8
8
나트륨(mg)
1930
1930
칼슘(mg)
143mg
177mg
한국인+라면에 있어서 가장 문제시 되는 나트륨의 경우만 봐도 개선된 것이 없습니다. WHO 권고기준의 하루 나트륨은 2000mg으로, 라면 하나로 97%가 채워집니다.
물론 라면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소금 등의 조미료를 많이 쓰는 한식에 있어서 매번 문제시 되는 점이기도 하며 한국인의 과다 나트륨 섭취로 인한 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큰 사회적인 문제인 상태입니다. 예로 통계만 보아도 2009년 우리나라의 '만 1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무려 4643mg, (남성 5453.7mg : 여성 3833.0mg , 고혈압 환자만 2004년 373만명 -> 2008년 517만명(+39%))
이러한 수치가 증명하듯, 영양에 신경쓴 우골보양식사라는 말을 달고 나온 블랙신라면은 애초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의 신라면은 한 봉지 함량이 120g이지만 신라면 블랙은 한 봉지 함량이 130g으로 1g당 나트륨 함량은 조금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그렇습니다. 나아진 거라곤 1.6g 늘어난 건더기스프와 10g의 사리곰탕우골스프. 그런데 이런 살짝의 개선은 이미 농심 스스로가 이전에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도 인기 제품으로 사랑받고있는 짜파게티와 사천 짜파게티입니다. 짜파게티의 올리브유 대신 고추기름을 넣고, 건더기를 매우 튼실하게 증량한 (마치 이 두 신라면의 차이처럼) 제품이 사천 짜파게티로 발매사까지 같기 때문에 차이는 있어도 아주 좋은 비교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짜파게티와 사천짜파게티는 매장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보통 가격차이가 200원 정도입니다. (적게는 150원 차이가 나는 곳도 있습니다. 650원, 800원) 신라면과 달리 사천짜파게티가 갖는 그 차이의 장점은 더 크기 때문에 일이백원의 차이도 소비자로서 감당하고 선택을 위한 투자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천짜파게티의 경우 군부대는 물론, 소위 면갤 등 어쨋거나 한국에 많은 라면 애호가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라면입니다. 하지만 블랙신라면은 과연 이 '두 배가 넘는' 가격차이의 그 가치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도 두 배라해도 백원 이백원의 백원차이도 아닙니다. 블랙 4봉팩 하나 값에 오백원을 보태면 신라면 5봉팩을 두 개를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