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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首 : 머리 수(首/0)
丘 : 언덕 구(一/4)
初 : 처음 초(刀/5)
心 : 마음 심(心/0)
(유의어)
간운보월看雲步月)
수구(首丘)
구수(丘首)
호마망북(胡馬望北)
호마의북풍(胡馬依北風)
호사수구(狐死首丘)
출전 : 예기(禮記)의 단궁상편(檀弓上篇)
이 성어는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수구(首丘)는 '언덕에 머리를 둔다'는 뜻이고, 초심(初心)은 '근본이 되는 마음가짐'이다. 여우가 죽을 때 제가 살던 곳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컬으며 또한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음을 뜻한다.
예기(禮記) 단궁상편(檀弓上篇)에 나오는 말이다. 은(殷)나라 말기(末期) 강태공(姜太公)의 이름은 여상(呂尙)이다. 그는 위수가에 사냥나왔던 창(昌)을 만나 함께 주왕(周王)을 몰아내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그 공로로 영구(營丘)라는 곳에 봉해졌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하여 5대손(代孫)에 이르기까지 다 주(周)나라 천자(天子)의 땅에 와서 장례(葬禮)를 치뤘다.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말하기를, '음악은 그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를 즐기고, 예(禮)는 그 근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君子曰: 樂, 樂其所自生; 禮, 不忘其本).' 옛사람의 말이 있어 말하기를, '여우가 죽을 때 언덕에 머리를 바르게 하는 것은 '인'이다(古人之有言曰: 狐死正丘首, 仁也)'라고 하였다." 이 말에서 유래하여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일컫는다.
또한 삼국지(三國志)에 그 유명한 조조(曹操)의 각동서문행(卻東西門行)이라는 시(詩)에도 나온다.
卻東西門行 / 曹操
鴻雁出塞北(홍안출새북)
乃在無人鄉(내재무인향)
기러기 국경 넘어가도, 사람 사는 고을 하나 없구나.
舉翅萬餘里(거시만여리)
行止自成行(행지자성행)
수만리 날개 짓하며 날아, 쉬엄쉬엄 제 길을 간다.
冬節食南稻(동절식남도)
春日復北翔(춘일부북상)
겨울에는 남방의 벼로 배를 채우고, 봄에는 다시 북방으로 날아간다.
田中有轉蓬(전중유전봉)
隨風遠飄揚(수풍원표양)
들판에 가득한 온갖 잡초들, 바람에 따라 흩어져 멀리 날아오른다.
長與故根絕(장여고근절)
萬歲不相當(만세불상당)
길고도 오랜 뿌리 끊어져, 만세토록 다시 살아나지 못하리라.
奈何此征夫(내하차정부)
安得去四方(안득거사방)
이 병사들을 어찌 하며, 어찌 해야 변방을 떠나 돌아갈 수 있을까.
戎馬不解鞍(융마불해안)
鎧甲不離傍(개갑불리방)
말은 안장을 떼지 못하고, 병사는 등에서 갑옷을 벗지 못한다.
冉冉老將至(염염로장지)
何時返故鄉(하시반고향)
점점 세월이 흘러 늙어 가는데, 어느 때라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神龍藏深泉(신룡장심천)
猛獸步高岡(맹수보고강)
신령스런 용은 깊은 물속으로 숨어들고, 사나운 짐승들은 높은 언덕을 활보하는구나.
狐死歸首丘(호사귀수구)
故鄉安可忘(고향안가망)
여우도 죽을 때는 제 머리 고향을 향하는데, 그리운 고향집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인간은 미래지향적이자 ,과거회귀적인 본성을 지닌 존재다. 미래지향적 사고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도시가 팽창되고, 생활이 윤택해 질수록 삶은 각박해지고 정신은 더 피폐해 진다. 그래서 인간은 종국(終局)에는 자연으로 회귀(回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꿈을 지니고 태어난다. 꿈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목적이 된다. 그 꿈이 명예든, 재물이든, 사랑이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다. 어떤이는 꿈을 이루기도 하고, 어떤이는 중도에 포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꿈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옛날 선비들은 명예와 부(富)가 우선 순위였다면, 작금의 시대는 부(富)와 사랑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한다. 명예롭기 보다는 풍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당히 사랑도 팔고 산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러한 가치관과 사고가 다 나쁘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살아온 삶이 주류에 속했던, 비주류에 속했던, 이도 아니면 주변인이었든, 모두다 자신의 삶을 열정과 정열로 살아온 것이다.
때론, 풍랑을 만나 좌초되기도 하고,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쳐 좌절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던 한 시대를 살다가는 인생이다. 인생의 빛깔이 무지개 빛이었는지, 회색 빛이었는지는 명확하게 진단 할 수 없으나 누구에게나 희로애락의 삶은 존재한다. 다만, 희로애락의 비중이 다를 뿐 우리 인생은 희로애락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희로애락이란 절대군주 앞에서 우리 인생이란 존재는 한 없이 작아진다. 한없이 미약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생각하게 된다.
고향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름 석자를 남겼던 이름없는 민초였던 종국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한가지 마음이다. 고향의 의미는 내가 태어난 곳일 수도 있고, 어머니 품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큰 의미에서 보면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그 마음이 인간의 회귀본능(回歸本能)이 아닌가 한다. 부귀와 명예도 결코 자연의 품을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
사람은 세월이 흘러 나이를 더 먹게 되면 더욱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고향에 일가 친척이 있으면 응당 고향을 찾게 되지만 사고무친(四顧無親)한 경우에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남녀노소가 한결같다.
고향이란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가 있으면 더욱 좋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고향을 찾고 싶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인지상정이다. 고향에 사는 생면부지의 아무하고도 말을 나누고 싶고, 어렸을 적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심지어는, 천수(天壽)를 다해 죽어서도 고향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귀소본능이다.
귀소본능이란 동물이 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본능을 말하며, 예를 든다면 남대천을 떠난 연어(鰱魚)가 멀리 북태평양 베링해로 갔다가 알을 낳으러 다시 돌아오는 것이나,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이듬해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귀소본능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우도 죽을 때엔 자기가 난 곳을 향해 머리를 둔다(首丘初心)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귀소본능을 말해 주는 하나의 좋은 예라 하겠다.
예부터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입신(立身)과 출세를 위해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가서 살면서도 늘 고향을 잊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언제인지 손꼽으며 살아간다.
해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나 추석이 되면 그렇게 혹심한 교통전쟁을 치르면서 고향을 찾는 것도 하나의 귀소본능 때문일 것이다.
젊어서 객지에 나가 살다가도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묻히고 싶어하면서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선산에 묻혀야 자손된 도리를 다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향 산천엔 망자들의 유택(幽宅)이 늘어나면서 장묘(葬墓) 문화에 관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시기에 고향을 향하거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명절은 인류의 문화요소에 국한된 것이라기 보다 동물의 본능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동물세계에서 생존 및 생식을 위한 본능 못지않게 중요한 본질적 행동요소가 있다. 집으로 향하는 본능, 즉 귀소본능으로 불리는 이 속성은 때로 회귀본능(回歸本能)으로도 일컬어진다.
두 용어는 비슷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차이가 난다. 집 또는 둥지를 틀고 사는 동물류에 있어 집으로 되돌아오는 속성을 귀소본능이라 하는 반면, 둥지와 같은 특별한 서식처는 없지만 태어난 곳에서 일정 시기를 보내고 이곳을 떠나 청장년 시기를 타지에서 보낸 후 다시 영유아 시기의 기억이 있는 장소로 돌아오는 것을 회귀본능이라 부른다.
뛰어난 귀소본능을 지닌 동물로 갈매기와 비둘기를 들 수 있다. 이들에 있어 서식영역과 둥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되돌아 올수 있게 해주는 것은 시각적 기억력과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는 생체자석이라는 세포 덩어리가 머리부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서구(傳書鳩)로 잘 알려진 비둘기 종은 최대 3700㎞의 먼 거리를 되돌아 집으로 향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작지만 뛰어난 비행능력을 지닌 벌 또한 태양광선과 자기장을 이용하여 귀소본능을 발달시켜 왔고, 개미류는 화학물질을 더하여 귀소능력을 강화해 왔으며, 견공(犬公)들의 귀소성 또한 화젯거리다.
회귀본능의 주류는 역시 어류(魚類)다. 잘 알려진 만큼이나 이들의 회귀적 생태도 다양하다. 은어(銀魚)는 중산간(中山間) 계류(溪流)에서 산란 후 유생시기를 연안에서 보내며, 이후 삶은 자신이 태어나 곳에서 보낸다. 이와 달리 천연기념물인 무태 장어(長魚)는 민물에서 여러 해 생활하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향한다.
연어(鰱魚)나 송어(松魚)는 민물에서 산란 후 바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생의 마지막 순간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을 지니고 있다.
북태평양에서 그곳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하다 때가 되면 후각적으로 각인된 모천(母川)을 향해 태양 나침반을 이용하여 동해안 하천으로 되돌아오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얻는 것은 신비감 그 이상이다.
연어(鰱魚)에게 있어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새로운 세대를 잉태(孕胎)하게 하는 모천(母川)은 인생살이 고리의 종착점이자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회귀본능은 인생의 의미와 깊고 넓게 연관된다.
수구초심(首邱初心), 여우가 죽을 때엔 자기가 살던 곳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이 옛말도 회귀본능의 또 다른 심미적(審美的) 의미를 담고 있다.
대양(大洋)의 해류를 헤치고 강물을 거스르며 급류의 산간계류(山間溪流)를 거슬러 오르는 수만㎞의 험난한 여정은 흡사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 본능적으로 각인된 고향 내음은 새로운 출발점이자 일상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힘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조상에게 감사하기 위해 특정한 시기에 고향을 찾는 것은 귀소적 행동이라기보다 회귀적 행동에 가깝다. 단순히 특정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생의 의미를 되짚는 본능의 구현이라 할 것이다.
다른 생물과 달리 인생의 말미(末尾)가 아니라 1년을 주기로 회귀함으로써 삶에 감사하고 재충전을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인류의 축복인 듯하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생활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이소적(異所的) 압박이 더 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회귀본능이야 말로 일상의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변하지 않아야 믿음이 싹튼다
생전의 아버지는 '사람'보다 인간(人間)이란 말을 즐겨 썼다. 단순히 사람이라는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인간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철학적 관점을 언제나 그렇게 강조했다. 입버릇처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 그래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까지 했다.
아버지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 믿음이다'라며 관계를 곧잘 얼음에 비유했다. '살얼음도 있지만, 단단해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얼음도 있다. 그러나 언제라도 얼음 같은 믿음은 깨질 수가 있다'라며 사람과의 관계는 항상 새로 시작하는 것 이상으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1964년.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혁명정부의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웠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이튿날부터 마을 일을 보기 시작했다. 시멘트 공장이 마을에 들어올 때다. 공장 지을 용지 매입 실무를 맡은 아버지는 밤을 새워 일했다. 부지 매입이 마무리된 이튿날에는 공사 인부 기숙사와 식당을 짓기 위해 처음 보는 불도저 두 대가 마을에 들어왔다.
동생과 같이 쓰는 우리 방이 기사들이 먹고 자는 방으로 변했다. 불도저는 공장 용지가 될 논을 훤히 내려다보이는 낮은 산을 곧추서다시피 기어 올라갔다. 반나절이 지나자 전에 살던 집 안방 문을 열면 보이던 해 뜨는 산이 날아갔다. 이튿날 기사들이 동생과 함께 불도저에 태워줬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산이 순식간에 뭉개져 내렸다.
그날 저녁 아버지께 흥분한 내가 '해가 뜨는 산이 무너졌다'라고 하자 말씀이 길었다. 아버지는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 믿음이다. 신뢰를 말한다. 그 믿음은 '믿다'에서 온 말이다. 어떤 대상을 '밑'(바탕이나 근거)으로 여긴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사람들은 처음 만날 때 자신의 강한 부분을 상대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사귀기 어렵다. 자신의 약점이나 밑을 보여주면 쉽게 교제할 수 있다"라며 "어려운 사람하고는 대소변을 같이 보면 금세 친해진다"라고 웃으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어렵게 얻은 믿음도 얼음과 같아서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다. 네가 얘기했듯이 해가 떠오르는 동산이 무너져 변하더라도 내일 아침 해는 그 자리로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변하지 않아야 믿음이 싹튼다"라며 인간관계의 믿음이 깨지지 않으려면 변치 말아야 한다고 일러줬다.
자라면서 아버지는 몇 번이고 정직, 신뢰, 사랑, 도덕성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덕목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환경이 변할 때, 자신의 본래 모습이나 신념을 잃어버리기 쉽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잃지 말라. 항상 일관된 마음과 태도를 유지하라는 교훈을 저렇게 강조했다.
아버지는 해와 달이 뜨는 것 말고는 모두 변했다. 네가 보았듯 산도 무너지고 물줄기도 바뀐다고 전제한 뒤 문명은 인류의 삶을 더 세련되게 하는 거다. 문명화를 거치며 모든 것은 변한다고 했다.
이어 인류는 모든 것을 변화시켜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를 만들지만, 그 이기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내 변질되고 만다며 사람과의 관계는 처음 만났을 때의 네 자세와 태도에 변함이 없어야 믿음이 자리해 관계가 유지된다고 늘 가르쳤다.
아버지가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라고 일러준 고사성어가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라는 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다. 예기(禮記) 단궁상편(檀弓上篇)에 나온다.
중국 은나라 말기 본래 이름이 여상(呂尙)이었던 강태공(姜太公)이 위수에 사냥 나왔던 창(昌)을 만나 함께 주왕을 몰아내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그 공로로 그는 제(齊)나라의 영구(營丘)라는 곳에 봉해졌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5대손에 이르기까지 다 주나라 천자의 땅에 장사지내졌다.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이 한 말에서 유래했다. "음악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즐기며 예란 그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하는 것은 인이라고 하였다(古之人有言 曰狐死正丘首仁也)." 그 후 반장(返葬:객사한 사람을 고향으로 옮겨 장사지내는 일)이 유행했다. 이 행동을 인(仁)이라 사람들은 얘기한다.
아버지는 초심과 본질을 잃지 않는 태도를 중심으로 인성을 갖추기를 항상 요구했다. 그 인성이 삶의 원칙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적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호를 '동산(東山)'으로 자호(自號) 했다. 때로 내게 '오늘 해도 동쪽 언덕에서 떴겠지'라며 변치 않는 일관성을 일깨우고 독려했다. 손주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품성이다. 단순한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이 최고의 가르침이다.
▶️ 首(머리 수)는 상형문자로 얼굴, 머리, 목 등 사람의 머리 앞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옛 자형(字形)은 머리털과 눈을 강조하였다. 머리는 몸의 맨 위에 있어 '우두머리, 처음'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首(수)는 (1)시(時)나 노래를 세는 단위(單位) (2)동물(動物)의 개수(個數)를 세는 단위(單位) 등의 뜻으로 ①머리, 머리털 ②우두머리, 주장(主將) ③임금, 군주(君主) ④첫째, 으뜸 ⑤칼자루 ⑥요처(要處) ⑦끈, 줄 ⑧마리(짐승을 세는 단위) ⑨편(篇: 시문의 편수를 나타내는 말) ⑩시작하다, 비롯하다 ⑪근거하다, 근거(根據)를 두다 ⑫복종하다, 항복하다 ⑬자백하다, 자수하다 ⑭나타내다, 드러내다 ⑮향하다 ⑯절하다, (머리를)숙이다 ⑰곧다, 바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두(頭), 괴수 괴(魁)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한 나라의 정부가 있는 도시를 수도(首都), 맨 윗자리를 수석(首席), 그러하다고 고개를 끄덕임을 수긍(首肯), 내각의 우두머리를 수상(首相), 등급이나 직위 등의 첫째나 우두머리 자리를 수위(首位), 반열 가운데의 수위로 행정부의 우두머리를 수반(首班),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나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한 단체나 기관 등 어떤 조직 가운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 또는 그러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수뇌(首腦), 한 당파나 모임의 우두머리를 수령(首領), 사물의 머리와 꼬리를 수미(首尾), 해의 처음을 수세(首歲), 구멍에 머리만 내밀고 엿보는 쥐라는 뜻으로 진퇴나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의 비유한 말을 수서(首鼠), 목을 자름을 참수(斬首), 한 당의 우두머리를 당수(黨首), 국가의 최고 통치권을 가진 사람 곧 임금 또는 대통령을 원수(元首), 배의 머리를 선수(船首), 날이 썩 날카롭고 짧은 칼을 비수(匕首), 한자 자전에서 글자를 찾는 길잡이가 되는 글자의 한 부분을 부수(部首), 그러하다고 고개를 끄덕임을 긍수(肯首), 죄인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다는 처형을 효수(梟首), 사형수의 목을 옭아매어 죽이는 것을 교수(絞首), 학의 목으로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을 비유하는 말을 학수(鶴首), 관을 쓰지 않은 검은 머리라는 뜻으로 일반 백성을 이르는 말을 검수(黔首), 여우는 죽을 때에 자기가 본디 살던 산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구수(丘首), 머리와 꼬리가 서로 응한다는 뜻으로 뜻이 잘 맞아 일이 잘 되어감을 이르는 말을 수미상응(首尾相應),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수구초심(首丘初心), 구멍 속에서 목을 내민 쥐가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는 뜻으로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 또는 어느 쪽으로도 붙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수서양단(首鼠兩端),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일을 해 나간다는 말을 수미일관(首尾一貫),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말을 수족이처(首足異處), 비둘기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듯이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함 또는 그런 회의를 구수회의(鳩首會議),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등에 쓰인다.
▶️ 丘(언덕 구)는 상형문자로 坵(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방이 높고 중앙이 낮은 언덕의 모양으로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北(북)과 一(일)의 합자(合字)로 집은 산을 등지고(北) 남쪽의 땅(一)에 세우기 때문에 집의 북쪽인 언덕이나 산을 나타낸다. 그래서 丘(구)는 ①언덕 ②구릉 ③무덤 ④분묘(墳墓) ⑤마을, 촌락(村落) ⑥맏이 ⑦메(山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⑧종(從), 하인(下人) ⑨폐허(廢墟) ⑩지적(地籍) 단위(單位) ⑪비다, 없다 ⑫공허(空虛)하다 ⑬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언덕이나 나직한 산을 구릉(丘陵), 언덕이나 나직한 산을 구부(丘阜), 무덤이나 언덕을 구분(丘墳), 무덤을 구묘(丘墓), 무덤이나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을 구총(丘冢),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을 구강(丘岡), 언덕이나 조상의 산소를 구롱(丘壟), 언덕과 동산을 구원(丘園), 시골 백성을 구민(丘民), 언덕과 산 또는 산더미를 구산(丘山), 무덤 가에 있는 나무를 구목(丘木), 여우는 죽을 때에 자기가 본디 살던 산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구수(丘首), 모래로 이룬 언덕을 사구(沙丘), 바다 밑에 따로 솟아 있는 언덕을 해구(海丘), 오래된 무덤이나 옛 언덕을 고구(古丘), 높은 언덕을 고구(高丘), 잇닿아 있는 언덕을 연구(連丘), 물결의 가장 높은 위치를 파구(波丘), 화산의 분화구의 둘레에 분출물이 쌓여 된 언덕을 화구(火丘), 한쪽이 높은 언덕을 아구(阿丘), 공자의 본명을 공구(孔丘), 출가하여 불문에 들어 구족계를 받은 남승을 비구(比丘),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이라는 말을 구묘지향(丘墓之鄕), 시골말을 이르는 말을 구리지언(丘里之言),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산더미같이 많이 쌓임을 이르는 말을 적여구산(積如丘山) 등에 쓰인다.
▶️ 初(처음 초)는 ❶회의문자로 衣(의; 옷)와 刀(도; 가위)의 합자(合字)이다. 재단을 하는 것은 의류를 만드는 시초의 일이라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初자는 '처음'이나 '시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初자는 衤(옷 의)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衤자는 衣(옷 의)자의 부수자이기 때문에 初자는 옷과 칼을 함께 그린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初자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천이나 가죽에 칼질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처음'이나 '시작'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初(초)는 ①처음, 시초(始初) ②시작(始作) ③시종(始終: 처음과 끝) ④초승(初生), 초순(初旬) ⑤근본(根本), 근원(根源) ⑥본래(本來) ⑦옛일 ⑧이전(以前), 종전(從前), 옛날 ⑨첫, 첫째 ⑩처음으로 ⑪비로소 ⑫느릿하다 ⑬조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종(終)이다. 용례로는 처음 시기를 초기(初期), 보행의 첫걸음을 초보(初步), 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승부의 첫판 또는 한 대국의 첫 단계를 초반(初盤), 처음으로 있음을 초유(初有), 맨 처음의 등급을 초등(初等), 삼복의 첫째를 초복(初伏), 처음으로 선출됨을 초선(初選), 어떤 계통의 최초의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시대를 초대(初代), 사람이 죽어서 장사 지낼 때까지의 동안을 초상(初喪), 시문의 초를 잡은 원고를 초본(初本), 처음으로 대해 봄을 초면(初面), 처음에 가진 마음을 초심(初心), 한 소리마디의 첫 자음을 초성(初聲), 명단 위에 합격 따위의 표시로 첫 번째 점을 찍음을 초점(初點), 가을이 되어 처음 내린 이슬을 초로(初露), 어떠한 시대의 초기를 초엽(初葉), 맨 처음을 최초(最初), 일이 생긴 처음을 당초(當初), 새해의 첫머리를 연초(年初), 그 달의 처음 무렵을 월초(月初), 실마리나 일의 첫머리를 단초(端初), 시작한 처음 무렵을 시초(始初), 천지가 개벽한 처음을 태초(太初), 정월 초순이나 그 해의 처음을 정초(正初), 어느 기간의 첫머리를 기초(期初), 사물이 비롯된 맨 처음을 창초(創初), 사물 현상이 비롯되는 처음을 원초(元初),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초지일관(初志一貫), 첫번에 실패한 것이 세 번째는 성공한다는 뜻으로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초부득삼(初不得三), 처음 보는 타향을 일컫는 말을 초면강산(初面江山), 처음으로 대하여 보는 벗을 일컫는 말을 초면친구(初面親舊),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수구초심(首丘初心), 신부의 교육은 시집 왔을 때에 바로 하라는 말을 교부초래(敎婦初來) 등에 쓰인다.
▶ 心(마음 심)은 ❶상형문자로 忄(심)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심장의 모양, 마음, 물건의 중심의, 뜻으로 옛날 사람은 심장이 몸의 한가운데 있고 사물을 생각하는 곳으로 알았다. 말로서도 心(심)은 身(신; 몸)이나 神(신; 정신)과 관계가 깊다. 부수로 쓸 때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로 쓰이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心자는 ‘마음’이나 ‘생각’,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心자는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心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위치에 따라 忄자나 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心(심)은 (1)종기(腫氣) 구멍이나 수술한 구멍에 집어넣는 약을 바른 종이나 가제 조각 (2)나무 줄기 한 복판에 있는 연한 부분 (3)무, 배추 따위의 뿌리 속에 박인 질긴 부분 (4)양복(洋服)의 어깨나 깃 따위를 빳빳하게 하려고 받쳐 놓는 헝겊(천) (5)초의 심지 (6)팥죽에 섞인 새알심 (7)촉심(燭心) (8)심성(心星) (9)연필 따위의 한복판에 들어 있는 빛깔을 내는 부분 (10)어떤 명사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마음, 뜻, 의지(意志) ②생각 ③염통, 심장(心臟) ④가슴 ⑤근본(根本), 본성(本性) ⑥가운데, 중앙(中央), 중심(中心) ⑦도(道)의 본원(本源) ⑧꽃술, 꽃수염 ⑨별자리의 이름 ⑩진수(眞修: 보살이 행하는 관법(觀法) 수행) ⑪고갱이, 알맹이 ⑫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물(物), 몸 신(身), 몸 체(體)이다. 용례로는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마음의 상태를 심경(心境), 마음 속을 심중(心中),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을 심상(心象),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심취(心醉), 마음에 관한 것을 심적(心的), 마음의 속을 심리(心裏), 가슴과 배 또는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心腹),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심성(心性), 마음의 본바탕을 심지(心地),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심심상인(心心相印), 어떠한 동기에 의하여 이제까지의 먹었던 마음을 바꿈을 심기일전(心機一轉),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심열성복(心悅誠服),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을 심광체반(心廣體胖),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지인(心腹之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