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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주거의 특성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주택이 갖는 형태적, 공간적 특성과 그 안에 내포된 주거문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장에서는 전통주택이 가진 미학과 함께 공간구성의 논리를 발견하고자 한다. 전통주택의 공간에는 삶의 질서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전통주택을 공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 주거문화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을 현재의 주거문화와 견주어 봄으로써 오늘날 주거문화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개선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의 주택은 아직 우리의 주변에 적지 않게 남아있다. 이 장에서 학습하는 내용은 그러한 주택들이 가진 아름다움과 공간적, 문화적 특성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1. 전통주택의 유형
1-1 전통주택의 평면형
우리 주택의 지역성은 무엇보다도 평면형에 나타난다고 생각되어왔다.
이는 우리나라 민가의 연구를 시작한 곤와지로(今和次郞), 이와쯔끼(岩規善之) 등 일제시대의 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가설이다. 평면형은 먼저 그 형상에 따라 일자형, ㄱ자형 등으로 나뉘고, 깊이 방향(보 방향)으로 집의 간살이가 한 줄로 설치된 홑집과 두 줄로 된 겹집으로 분류된다.1)
이러한 평면유형은 흔히 지역의 기후조건과 관계를 갖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한 견해에 따르면, 겹집은 열 손실이 적으므로 강원도 산악지역에 많고 열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홑집은 그 밖의 비교적 온화한 지방에 분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 여러 연구자들은 평면형이 기후나 지형과 같은 물리적 요인 이외에 거주자의 사회문화적, 경제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회문화적, 경제적 조건이란 시대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므로 평면형은 지역성과 시대성을 동시에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곧 전통주택은 지역성을 씨줄로 시대성을 날줄로 짜여진 문화적 산물로서 그 특성은 평면형에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 기본 평면형
우리 살림집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대청이 없이 부엌과 한 두 칸의 방이 나란히 배열된 세 칸의 구성이다. 이를 흔히 오막살이집이라고 부른다. 이는 가족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구성을 가진 집이다. 우리 주택의 원형 또는 기본형으로 생각되는 오막살이집은 우리 나라의 마을들에서 각 지역의 민가형과 공존하고 있다2).
2) 평면형의 분류
주택의 공간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평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전통주택의 평면형은 일반적으로 일자형, ㄱ자형(곱은자형 혹은 곱패집으로도 불림), ㄷ자형, 튼 ㅁ자형, 그리고 ㅁ자형(경상북도 지역에서는 뜰집이라고도 불림.)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평면형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일자형으로부터 ㄱ자형, 그리고 ㄷ자형이나 ㅁ자형으로 진화해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면형은 깊이 방향(보 방향)으로 놓인 공간켜의 수에 따라, 한 줄의 실들로 구성된 홑집 또는 외통집과 두 겹의 실들로 구성된 겹집(두줄백이집, 양통집으로도 불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두 평면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달하여 왔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1-2 주택유형의 시대성, 지역성, 계층성
1) 시대성
주택유형은 매우 완만히 변천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조선시대의 전통주택을 살펴보아도 시기에 따른 양식적인 변화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사회경제적, 기술적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서 주거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발전과 변화를 끊임없이 겪어 왔다. 주택의 유형은 매우 완만한 변화이나마 시기적인 변화를 겪어왔던 것이다.
전통주택에서 시기적인 변화를 비교적 뚜렷이 보여주는 것은 퇴간의 등장과 홑집에서 겹집으로의 변천이다. 퇴간은 18세기 중반(영조)부터 비로소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퇴간의 활용과 함께 홑집이 좀더 공간구성이 자유로운 겹집으로 바뀌어가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3)
2) 지역성
한 지역의 주거 또는 주거문화를 면밀히 고찰하면, 지역에 공통적인 요소들과 함께 지역 내에서도 서로 다른 요소들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전통주택, 특히 서민주택인 민가의 안채 평면형은 지역에 따라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리학과 건축학 분야에서 안채 평면형태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여 왔으며 그것으로 문화의 전파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도 진행되었다.
나아가 안채의 평면형으로 주거문화권을 설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예로 주남철은 안채의 평면형을 함경도 지방형, 평안도 지방형, 중부 지방형, 서울 지방형, 남부 지방형, 제주도 지방형 등으로 나누고 그러한 평면형의 분포를 기후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설명한다4).(그림 4.1 참조)
그러나 전통주택의 유형을 자세히 조사해보면 인접한 마을들에서도 서로 다른 요소들이 나타나고, 한 마을에서도 서로 다른 주택유형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광역적 지역에 따른 주택유형의 분류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겠다. 주택유형의 분포를 해석하는 데에는 지역적으로 좀더 세분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으며, 기후 등 물리적인 요인 이외에 우리나라의 주택유형이 분포하고 전파되는 데 영향을 준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림 4.1> 주택형의 분포와 기후조건(주남철의 분류)
3) 계층성
조선시대의 신분계층은 양반층, 중인층, 서민층, 노비층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또한 경제적 계층은 대농, 중농, 소농으로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각각의 계층이 거주했던 주거공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김홍식은 전통주택을 지어진 시기와 거주자의 경제계층이라는 두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 그는 전통주택이 지어진 시점을 해방 전후를 중심으로 구분하여 중세양식과 근세양식으로 나누고, 거주자의 경제계층에 소농형식, 중농형식, 대농형식으로 분류한다.(그림 4.2 참조)
<그림 4.2> 건립시기와 경제계층에 따른 전통주택의 분류
(자료;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편, 한국 민속대관 2(일상생활.의식주), 1980, p.652)
그러나 조선 후기에 오면 신분제가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서 신분이 이동이 많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계층구분을 주택유형을 구분하는 데 그대로 대응시키기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통주택을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신분에 따라 나눌 때는 포괄적으로, 양반주택(班家)과 민가로 나눈다. 여기서 양반주택은 넓은 의미로 정치, 경제적 지배계층이 거주했던 주택이고 민가는 일반 서민이 거주했던 주택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양반주택은 공간구성과 재료의 사용 등에서 격식을 갖춘 주택으로, 지역성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대신 반가에서는 제례와 접객을 위한 공간이 중요시된다. 따라서 접객공간인 사랑채는 다른 부분보다 돋보이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에 비해 민가는 격식보다는 생활의 필요와 논리를 반영하며, 지역성이 강하게 반영된 주택형식이다. 이러한 두 유형의 주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4.1, 4.2> 양반주택(연경당)과 민가(경남 울주군 삼남면 조일리 보삼마을)의 모습
2. 전통 주택의 배치와 공간구성
2-1 전통주택의 배치
주거공간을 배치하는 것은 곧 거주영역을 규정하고 그 안의 얼개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건축에서도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전통주택의 배치는 기본적으로 거주영역을 뚜렷이 규정하되 그것을 주변의 공간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사랑채 혹은 별당의 영역은 주변의 마을공간 또는 주변경관으로 시각적으로는 물론 공간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오늘날의 관점으로 볼 때 전통주택의 사랑채가 지나치게 개방적으로 보이고 그 앞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큰 마당이 있는 것은, 그것이 한 가족만의 공간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 마을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짐을 암시한다. 이같이 거주영역의 안팎이 연계되는 것은 한국 전통주택의 배치가 갖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5)
전통주택을 배치하는 데는 좌향(坐向)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좌향이란 어디를 등지고(坐) 어디를 향하는가(向) 하는 문제이다. 좌향론은 풍수이론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좌향은 바라다보이는 요소, 곧 안대(案帶)의 선택에 기인한다. 전통주택 또한 빼어난 모양의 산봉우리를 안대로 삼아 그것을 바라보고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개의 건물은 보편적으로 정면에 뚜렷한 안대를 지니며 이러한 안대의 축에 맞추어 배치와 좌향의 축이 결정된다6).
이같이 주택을 배치하는 데 있어서 동서남북의 절대향보다 어디를 등지고 어디를 향할 것인지 주변 지형을 면밀히 분석하여 좌향을 결정하였기 때문에 한 마을의 집들도 좌향이 일정치 않으며 심지어 일조에는 불리한 서향이나 북향을 취한 집들도 발견된다.
<사진 4.3> 전통주택의 안대(양동마을 서백당)
양반주택에서는 가묘가 중요시되면서 가묘의 위치가 주택의 배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주자가례에 의하면, 집을 지을 때 가묘를 제일 먼저 짓고 그 위치는 정침의 동편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가묘, 곧 사당은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의식(儀式)공간이다.
따라서 제사를 지내는 남성이 거주하는 사랑채는 가묘가 놓이는 곳과 같은 방향에 놓이는 것이 상례이다. 주자가례에 따라 가묘가 안채의 동편에 놓였다면 사랑채도 안채의 동편에 자리잡게 된다.7)
2-2 전통주택(양반주택)의 공간구성
주로 조선시대의 양반주택을 대상으로 그 공간구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1) 건물의 구성
전통주택의 건물, 곧 채(棟)는 기본적으로 간(間)과 퇴로 구성된다. 그리고 채가 일정한 구성을 갖게 되면 그 밖의 공간은 별도의 채로 분리되어 구성된다. 따라서 전통주택은 안채와 사랑채를 중심으로 행랑채, 사당, 별당 등 여러 채로 구성된다.
그러나 ㅁ자형 주택에서처럼, 사랑채, 안채 및 주요 부속채가 한 몸채로 구성되기도 한다. 안채와 사랑채가 별동으로 구성될 경우, 벽이나 담장으로 시선이 차단되나 필요에 따라 서로 긴밀히 연결될 수 있도록 건축적으로 처리된다. 행랑채는 하인들이 거처하는 공간으로 문간, 창고 등과 같이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별당은 주인의 여가와 사교 등을 위한 공간으로 대전의 동춘당이나 상주의 대산루와 같이 살림채와 약간 거리를 두고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조선 후기 이후 우리 주택의 공간적 특징 중 하나는 퇴공간이 발달한 것이다. 퇴는 기본적으로 몸체의 전후, 그리고 흔히 전후좌우 모두에 형성된다. 이런 전후(좌우)퇴 집은 다섯 열의 도리와 보방향으로 4열의 기둥을 가지는 오량구조를 갖는다.(그림 4.3 참조)
퇴간에는 툇마루를 설치한다. 툇마루는 실들 사이를 서로 긴밀히 연결하고 또 실내공간을 마당이나 외부와 연결하는 매개공간의 성격을 갖는다.
또한 퇴간을 이용하여 실내공간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그리고 칸으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공간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비품들을 두기 어려웠기 때문에 퇴간에 수납공간을 삼차원적으로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매개공간과 보조공간 역할을 하는 퇴간이 있어서 전통주택은 최소의 공간구성으로도 풍부한 생활을 무난히 담아내었던 것이다.
<사진 4.4> 퇴간의 모습(윤증고택 사랑채)
2) 건물공간요소와 기본적 이용방식
전통주택의 주요 건물인 안채와 사랑채를 이루는 공간요소들을 바닥상태에 따라서 분류하면 표 4.1과 같다. 이 표에서 보듯이 전통주택은 한 채 내에 온돌과 마루를 같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큰 특징이 있다. 전통주택이 가진 풍부하고 다양한 공간은 온돌과 마루의 다양한 결합방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표 4.1> 전통주택의 건물공간 요소
바닥 상태 | 안채 | 사랑채 |
흙 | 부엌 | (부엌) |
온돌 | 안방 / 웃방 / 건넌방 | 큰사랑 / 작은사랑 |
마루 | 대청 / 툇마루 | 사랑대청/ 누마루 / 툇마루 |
안채는 부엌, 안방, 웃방, 대청, 건넌방 등으로 구성된다. 안방은 기본적으로 안주인의 방이지만 매우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공간이다. 여기서 가족단위의 생활이 일어나며 여자손님을 접대한다. 안방의 윗목에 인접한 웃방은 자녀들이 사용하는 방이다.
대청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위치하여 이 두 방을 적절히 나누어줌으로써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준다. 대청은 제사를 지내는 의식(儀式)공간이며 여름철에는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쓰인다. 건넌방은 대개 며느리의 공간으로 쓰인다.
사랑채는 부엌과 사랑방, 사랑대청(마루), 누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사랑방은 기본적으로 남자 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맞는 곳이며 마을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장소로도 쓰인다. 삼대가 같이 살면서 아버지는 큰사랑방에서 아들은 작은 사랑방에서 각각 손님을 맞게 된다. 누마루는 남자 주인이 대문이나 행랑채를 내려다보거나 전면의 연못 등 조경과 주위 경관을 감상하는 장소이다.
3) 마당
전통주택에서 마당은 대개 채와 짝을 이룬다. 곧, 안마당은 안채와 대응하며, 사랑마당은 사랑채와, 행랑마당은 행랑채와 대응한다. 이 밖에도 여러 마당이 배치될 수 있는데, 그것이 대응하는 채의 명칭을 따서 문간마당, 별당마당 등으로 불린다. 이같이 다양한 마당은 그것이 놓인 위치와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구성되며 건축적 처리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안마당은 구심적이고 내향적이며 수렴되는 성격을 갖는 반면, 사랑마당은 원심적이고 외향적이며 발산되는 성격을 갖는다. 사랑마당은 남자 주인이 집안사람들을 통솔하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로도 활용되므로 마을을 향하여 열리는 구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주택 구성의 중심에는 비어있는 안마당이 있다. 대지의 중심에 안마당을 두고 그것을 건물(채)이나 담장이 둘러싸는 방식은 전통주택의 일반적인 구성방법이다. 안마당의 성격은 바라다보는 정원이라기보다 일상적 생활공간이다. 따라서 평상시 안마당은 깨끗이 비워진 상태로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농작물의 타작이나 곡물의 건조와 같은 농작업과 식사와 잔치, 가족의 단란생활과 같은 활동이 일어난다. 이렇게 안마당은 지붕없는 방과 같은 곳으로,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채의 후면에는 뒷뜰을 둔다. 뒷뜰에는 우리의 식생활에 꼭 필요한 장독대가 설치된다. 경사지형에 위치한 집인 경우 뒷뜰의 후면을 노단으로 처리하여 조경을 한다.
<사진 4.5> 안마당(윤증고택)
3. 전통 주택의 구조와 미학
3-1 기본 구조방식
앞에서 전통주택은 시대성, 지역성, 계층성을 가진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한 차이에 따라 주택에 사용된 구조방식도 일정하지는 않다. 여기서는 전통주택의 보편적인 구조방식을 살펴본다.
1) 목구조
전통주택의 주구조는 목가구조(木架構造)이다. 전 국토에서 자라서 주위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나무가 주구조재이며 이로써 구조의 기본 틀을 이룬다. 그리고 이런 틀 사이에 필요에 따라서 벽체와 창호를 만든다. 벽체는 대개 샛기둥인 중깃과 격자 모양의 외로 짜서 골격을 만든 후 거기다 양쪽에서 흙을 쳐서 만드는 토벽(흙담벼락)이다.
2) 가구(架構)방식
목가구조는 기본적으로 기둥, 보, 그리고 도리로 구성된다. 기둥은 수직력을 중력방향으로 지면에 전달하는 부재이며, 보는 건물의 깊이방향으로 기둥 사이를 연결하고 하중을 받는 수평부재이다. 도리는 기둥 위에서 서까래를 받는 수평부재를 말한다.
살림집의 가장 기본적인 가구구성은 삼량집이다. 여기에 퇴공간이 부가되면 오량집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일반적 규모의 양반주택은 대개 오량집의 구조를 갖는다.
<그림 4.3> 전통주택의 기본 가구방식
(자료; 주남철, 한국주택건축, 일지사, 1980, p.190)
3) 지붕형식
지붕의 형식은 가장 단순한 맞배지붕으로부터 우진각 지붕, 팔작지붕이 있으며 그밖에도 다양한 지붕형식이 사용되었다.(그림 4.4 참조)
맞배지붕은 양측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는 지붕형식으로 간단한 구성의 건물에 많이 쓰였다. 사당건물의 지붕은 일반적으로 맞배지붕이다. 반대로 팔작지붕은 합각에 의해 양측이 한정되는 완결적인 지붕형식이며 따라서 단정하고 완성적인 외관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여러 지붕 형식이 같은 건물군 내에서 쓰일 때는 지붕의 형식이 그것을 사용한 건물의 위계와 관련된다. 이 때, 팔작지붕이 가장 위계가 높으며, 우진각, 맞배의 순으로 위계가 낮아진다. 따라서, 대개 사랑채에는 팔작지붕이 쓰이고 행랑채에는 맞배지붕이 쓰인다. 물론, 사당의 맞배지붕은 이러한 위계성에 관계없이 선택된 것이다.
<그림 4.4> 전통주택의 지붕의 종류
(자료; 신영훈, 한국의 살림집, 열화당, 1983, p.344)
3-2 한옥의 구조적 합리성과 미학
1) 구조역학적 합리성
한옥은 대개 보가 굵으며 기둥은 상대적으로 가늘다. 특히 대들보의 경우 좀 과장되게 보일 정도로 큰 부재가 쓰인다.
그런데 이를 구조역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해보면 합리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특징은 매우 육중한 한옥의 지붕이 갖는 하중을 무리없이 기둥을 통해 지면에 전달하기 위해서 채택된 합리적인 구조방식이다. 곧 큰 단면을 가진 보가 휨모멘트(부재를 휘는 힘)를 흡수해서 기둥에 그것을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역학상 유리한 구조방식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가는 기둥이사용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평면상 기둥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공간의 구성과 이용면으로 유리하게 된다. 전통주택은 이같이 부재를 선택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함으로써 공간구성상으로도 합리적인 측면을 갖는다.
<사진 4.6> 대들보(윤증고택 대청)
2) 한옥의 미학
한옥의 외관은 단순한 선들로 구성된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많은 부분 선의 아름다움에 기인한다. 지붕(기와와 서까래), 외벽(인방과 기둥), 기단 등의 부위에서 곡선과 직선들이 조화롭게 구성되며 여기에 창호의 띠살들이 더해져서 아름다운 한옥의 입면이 만들어진다.
특히 한옥의 선을 이루는 부재들은 쓰임새에 부합되는 자연스런 형상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한옥은 부드럽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잘 짜여진 비례와 같은 선험적이고 절대적 미보다는 공간이용의 합목적성이 꾸밈없이 외관으로 드러남으로써 보여지는 체험적 미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옥에서는 공간의 실용적 구성이 미적 측면과 잘 통합되어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곧, 한옥은 합목적적인 미학을 갖는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한옥의 외관은 내적인 용도와 논리적으로 대응한다.
부엌, 마굿간, 창고와 같이 작업을 하거나 물건을 수장(收藏)하는 공간 또는 바닥에 마루가 깔린 대청과 온돌방은 벽체와 개구부의 재료가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대개 널빤지를 사용한 판벽(板璧)이나 판문이 설치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토벽과 창호지를 바른 띠살문이 설치된다.
또한 전자에는 천장에 반자가 설치되지 않고 후자에는 반자가 설치된다. 이같이 한옥은 공간의 기능을 외관으로 드러냄므로써 대칭성과 같은 형식미를 갖기보다는 변화있는 외관이 된다.
개구부처리에서도 이러한 합목적성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주택에서 개구부는 조망, 채광 그리고 통풍을 위한 창과 출입을 위한 문으로 나뉘는데, 한옥에서 창과 문의 이러한 구별은 개구부와 바닥 사이에 설치된 머름의 존재로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머름이 설치되어 있으면 창이고 머름이 없이 개구부가 바닥까지 내려오면 문이다. 머름은 외기의 침투를 막고, 실내의 온기가 외벽으로 방출되는 것을 억제하며, 내부공간을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차폐해주는 등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외관상으로 장식적으로 구성되며 시각적으로 짜임새있는 입면을 만들어준다. 이같이 고유의 기능과 미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머름은 한옥에서 독특하게 발달된 요소의 하나이다.8)
<사진 4.7> 머름대 위의 창(연경당)
또한 한옥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절제의 미학이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치장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실용적 또는 상징적 기능을 가진 구성요소들의 합리적 구성이다. 이러한 한옥의 미학은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성리학적 가치관의 직접적 영향에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30년대 무렵에 지어진 서울의 도시형 한옥에서는 눈에 잘띄는 부위에 겹처마, 화반(花盤), 그리고 이른바 딱지소로(수평부재 사이를 지지하는 구두굽 모양의 작은 부재인 소로(小累)의 겉모양만 남은 형태의 장식요소를 말한다.)와 같은 장식적인 요소들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통 한옥이 가졌던 절제의 미학이 봉건적 신분사회에서 자본주의적 사회체제로 전환된 20세기에 와서 크게 약화되었음을 말해준다.
양반주택
민가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