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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파산·회생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회생법원이 출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계속 악화되다 보니, 기업과 가계 역시 파산, 면책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제가 회복되기는커녕 점점 나빠지다 보니 형편이 어려워진 개인들이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0년부터 2013년까지의 개인파산, 면책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123건, 96, 156건, 748건에 불과했던 면책처리건수가 2007년에는 4만 9천767건으로 5만건에 육박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선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역시 파산, 면책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조선업 경기 불황이 일기 전인 2013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개인파산, 면책 결정 건수는 총 120건이었는데요. 조선업의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된 작년 같은 기간 개인파산, 면책 결정 건수는 총 470건으로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3년간 같은 기간의 파산면책 건수를 비교해 보더라도 2014년에는 323건, 2015년에는 392건으로 4년째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 결정건수도 2014년480건에서 2015년 931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파산, 면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파산과 면책제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마치 파산을 신청하기만 하면 모든 개인채무가 면책되는 것으로 착각하시고, 대부분 가장 기본적인 ‘파산 결정’과 ‘면책 결정’의 차이 역시 잘 모르십니다. 개인파산절차란 채무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신청으로 파산선고가 이루어지고 그 후 파산채권의 확정과 파산재단의 관리, 환가절차를 거쳐 면책과 복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해하시기 쉽도록 하나씩 분설해서 말씀드리자면, 먼저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야 합니다. 만약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면 파산, 면책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신청이 있어야 하는데, 이 신청은 채무자 뿐 아니라, 채권자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파산사건은 채무자가 면책을 목적으로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는 자기파산사건이 대부분이겠지만, 가끔씩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채권자 또는 채무자의 파산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에서는 절차비용을 납부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있거나, 채무자가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원은 파산을 선고합니다. 이 때 법원에서는 파산관재인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파산관재인 선임 결정을 하는데요. 대다수의 경우 파산관재인이 선임되고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의 남은 재산을 조사한 후, 그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적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합니다. 파산을 신청한 사람이라도 얼마간의 재산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면책을 받기 전에 이 약간의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해야 면책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채무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재산은 내놓지 않고 면책만 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이기적인 채무자의 면책을 막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은닉, 파산재단의 부담을 허위로 증가시키는 행위 등을 면책불허가 사유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면책을 막고 있습니다. 또한 아예 채무자 본인의 재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파산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설명의무위반 역시 면책불허가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파산, 면책제도는 우리 사회의 패자부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패자부활전에서 채무자의 부활을 너무 쉽게 허용해주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어렵게 하면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채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절하기 위해 노력이 계속되어야만 파산, 면책제도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패자부활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입력: 2017/03/06 [14:06]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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