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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에 거리가 있나요?
이 골프장이 초행인 두 동반자는 3단에 꽂혀 있는 폴대를 겨냥해서 어프로치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3단 그린에서 흘러내린 공이 그린러프에 빠져 기본 2퍼팅을 놓치고 4펏 5펏까지 해서 쓴 입맛을 다셨다.
반면 쁘리쌰는 3단에 공을 올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2단 그린에서 언덕퍼팅을 시도했다. 결과는 보기.
제비는 운이 따랐다.
310야드 파4에서 270야드를 날리고 40야드 어퍼로치를 정교하게 구사한 후 7야드 퍼팅을 남겨 놓았다. 버디퍼팅이었다. 허지만 내리막 퍼팅이어서 실패할 경우 2단그린 혹은 1단그린까지 굴러 내려갈 위험에 처했다.
제비가 조심스럽게 쁘리쌰에게 속삭였다.
“OK주시면 안될까요?”
“네에? 저런 거리도 OK주나요?”
제비가 웃으며 말했다.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OK에 거리가 있나요? 사랑하면 그만인데, 오케이주면 그만인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OK주기 딱 좋은 거린데. 오케이 주기 딱 좋은날인데.”
쁘리쌰가 뽀시시하게 웃으며 역시 속삭이듯 말했다.
“오 케 이.”
그러나 제비는 쁘리쌰로부터 받아 낸 억지 프로바이드provide를 사용하지 않았다. 끝내 노테이커notake퍼팅을 했다.
쁘리쌰가 물었다.
“OK드렸는데 왜? 퍼팅하세요?”
제비가 천진난만 한 개구쟁이처럼 말했다.
“쁘리쌰님의 속마음 재 본겁니다.”
그러니까 제비의 말대로라면 쁘리쌰의 속마음은 7야드 인 셈이다. 그 말뜻은, 쁘리쌰의 깊고 넓은 마음은 7야드나 되어 깊은 샘은 마르지 않는다는 격언과 상통하다는 의미였다. 아마 다른 동반자였다면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7야드면 드라이브 거리다.”
혹은
“버디를 OK주는 골프도 있나?”
허지만 쁘리쌰는 제비에게 흔쾌히 기브give했다. 이제까지 골프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더 먼 거리라도, 제비라면 무작정 오케이 주고 싶었다. 아니 드라이브 칠 때부터 마음은 오케이였다. 제비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그 마음은 움트는 사랑의 태동이며 미동이었지만, 진작 자신의 속마음을 쁘리쌰는 직감하거나 짐작하지 못했다.
제비가 토우펏을 시도했다.
제비의 공은 3단 그린에서 폴대를 빼버린 홀컵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공은 굴러가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가속이 붙은 것이다.
쁘리쌰가 내리막 라이line를 타고 가속 붙어 굴러가는 제비의 공을 바라보며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린 위를 다람쥐처럼 굴러가는 제비의 공이 가속을 받으면 받을수록 쁘리쌰의 눈동자는 체리만큼 커졌다.
제비의 공이 홀컵에 거의 당도했을 때 쁘리쌰는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으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신음소리와 흡사했다.
첫댓글 골푸이야기 잘봤슴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허지만 요즈음 오디철이라 쉬지도 못하겠네요.
오늘 5일장을 지나치는데 오디를 팔고 있더군요.
문득 젠틀맨님이 생각났습니다
고운 밤 피곤함을 멋진 꿈으로 푸시기 바랍니다.
소설을 통해 골퓨 용아를 정배워 봅니다
천일염님 골프 이야기 재미있을 겁니다.
가능한 천일염을 위해 재미있게 써 볼께요
고운 주말 맞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