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571호]
똥파리*
김상미
영화 〈똥파리〉를 보았다. 〈똥파리〉 속에는 '시발놈아'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 영화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 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시발놈아'를 스무 번쯤 소리쳐 불렀다. 그랬더니 내 가슴 안 피딱지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겁 많은 똥파리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후드득 강물 위로 떨어졌다. 시발놈들!
* 양익준 감독의 영화.
-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문학동네, 2017)
*
퇴계동 주공 살다가 후평동 포스코로 이사 온 지도 벌써 이년 째 접어듭니다. 아니 이년이 넘었든가요? 암튼 꽤 되었다는 얘깁니다. 제가 머리를 워낙 짧게 깎지만 (거의 스님 수준이지요) 나름 스타일이라는 게 있어서 아직도 퇴게 주공 앞 단골 미용실을 여전히 다닙니다. 미용실 가는 김에 먼저 살았던 아파트 우편함도 확인하고요. 이사하고 나서 대부분 주소 변경을 했지만, 여전히 먼저 주소로 우편물들이 오곤 해서... 그러다가 올해 봄 지나면서 점점 뜸해지고... 오월에는 아예 우편물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두어달 이발을 하러 가면서도 우편물 확인을 하지 않았더랬는데, 어제 이발하러 간 김에 모처럼 문득 우편함을 열었더니 아, 글쎄 이게 웬일입니까? 두 달 동안 이런저런 우편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겁니다. ㅠㅠ
집으로 가져와서 하나둘 살피다가 지난 유월에 보내온 김상미 시인의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휴! 이 누나가 진작에 보내주셨는데, 제가 아무런 답도 없었으니, 을매나 섭섭했을까! 그 성격에 또 월매나 "시발놈아" "시발놈아" 하셨을까!!! 생각하니 아무래도 언젠가 만나게 되면 한 대 맞지 싶어.... 임시방편이나마 이렇게 시편지를 띄웁니다.^^
상미 누이! 본의 아니니 용서하이소!!^^
그건 그렇고... 암튼 똥파리,라는 시... 김상미스럽다는 생각입니다. 돌려말하지 않지요. 스트레이트지요. 근데 한방 맞고 보면 이게 훅보다 강합니다. 직설인 듯한데 가만 생각하면 그게 또 곡설이지요.^^
암튼, 사는 게 뭐 있습니까... 누군가에게 욕 한 번 하고 싶을 때는 한강에 나가 이 시를 크게 한번 읽어보는 거지요! 마지막에는 아주 강하게 읽으면 되지요. 시발놈들!!!! 하고 말입니다. 시 읽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2017. 9. 25.
월간 태백/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어쩌면 알아주는 시인이 되어 김상미 시인을 누나라고 부를까..읽다보니 웃을 일이 아니네...
입을 헤벌레 벌리고 므흣하게 읽을 일이 아니야..그렇게 밤낮 남의 일에 기웃거리기나 하니까 내가 시를 못쓰지..
반성합니다..그런데 시발..입니까 씨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