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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숨지고 4명 부상…경찰 합동감식·소방 특별조사 착수
주택가 인접 사업장 안전관리 강화·제도 개선 목소리
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업체 자재창고 화재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주거지 인근 위험물 취급시설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현행 위험물 관리 제도가 보관량 기준에 집중돼 있어 시민 생활권 주변 안전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주거지역과 위험시설의 거리 기준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8시20분께 남구 삼산동의 한 페인트업체 자재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4시간 만에 진화됐다. 창고 내부에 보관 중이던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로 인해 불길은 급속히 확산됐고, 인근 빌라 등 4개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창고 옆 빌라에 거주하던 60대 여성이 숨졌으며, 창고 업주인 6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주민 3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현장 폐쇄회로 TV에는 지게차가 창고 내부로 진입한 직후 불이 발생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작업 과정과 발화 원인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한편, 보관 중이던 페인트 종류와 저장량, 관련 법령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개별 업체의 관리 문제가 아니라 주거지 주변 위험물 관리 체계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지정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저장·취급하는 시설에 대해 허가와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지정수량 미만 시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어 건축 및 용도지역 기준을 충족할 경우 주택가 인근에서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리 방식이 실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위험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위험물 저장량이 법적 기준 이하라도 화재가 발생하면 인화성 물질 특성상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주거지역과 위험물 취급시설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지방정부의 용도지역 제도를 통해 주거지 내 위험물 시설 입지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고, 유럽 역시 화학물질 저장시설에 대해 주민 안전과 환경 영향을 고려한 입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순히 ‘허용 기준 충족 여부’를 넘어 주민 생활권 안전을 중심으로 위험시설 관리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시는 사고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주거지 인근 인화성 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전수 점검과 유사 사례 조사를 지시했다. 피해 주민 지원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울산소방본부도 오는 31일까지 주택가 인근 페인트류 취급 사업장 59곳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한다. 소방과 구·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참여해 위험물 저장·취급 실태와 불법 건축물 여부, 유해화학물질 관리 상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거지와 인접한 위험물 취급 사업장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지정수량 미만 시설에 대한 관리·점검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단순 사고를 넘어 시민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홍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