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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써왔던 건데... 한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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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ient Gunner - # 00. Prologue
꽈릉.
지축을 울리는 화약성.
그리고 그 울림이 희생자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한 남자의 후두부에선 붉은 장미꽃이 흐드러진다. 흩날리는 꽃잎 같은 핏방울. 쏟아지는 핑크빛 뇌수와, 아직도 따뜻한 핏덩어리를 삼키지 못한 진흙위로, 무릎부터 무너져 간다. 터져 나오는 욕설.
“스네이크! 이런 빌어먹을, 뒤다!
콰콰콰콰콰.
사정없이 날아드는 총알. 방금 전까지 스네이크라는 이름이었던 생명을 고깃덩이로 만든 그림자는 스러지듯 움직이며 나무통 사이로 은닉한다.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어리석은 판단. 나무상자는 은폐물은 됄 수 있어도 엄폐물은 되지 못한다. 우두두두. 충격을 견디다 못해 튕겨 올라 춤을 추는 나무 조각.
그리고, 그 사이로, 한번 더 뇌성이 울린다.
옆으로 흐르며 쏘아진 한발의 탄환. 비산하는 나무 조각사이로,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을 파쇄하며, 그것은 그대로 부드럽게 날아가 - 사실은 공간을 짓찢으며 날아가 - 미친 듯이 불을 뿜고 있는 총에 작렬한다. 꽈광!
“갸아아아아!
“히이이이이익!
발사된 쇳덩이는 그대로 소총의 탄집을 때렸고, 전달된 충격을 견디지 못한 작은 쇳덩이는 폭발하며 그것을 쥐고 있는 주인의 몸과, 그의 친구들을 완전히 걸레로 만들었다.
침침한 맥주창고는 순식간에 얼굴 없는 - 구성이라곤 눈과 코, 입이었던 다섯 개의 구멍만 가진 - 반 죽어 버린 고깃덩이들의 발광으로 시끄러워 진다.
“기이이이이이!!!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날아가 버린 턱은 더 이상 소리를 조각하게 허락하지 않는다. 숨 쉴 때 마다 비강을 긁어내리는 차가운 공기의 고통은 이미 죽어버린 몸을 억지로 날뛰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앞보다는 평소에 두 눈이 있던 자리에 맞닿는 밤공기가 더 두렵다.
소리의 절반은 검붉은 핏덩어리와 너절한 살점. 먼저 누워버린 시체 위로, 방금 조달된 두 구의 시체가 겹쳐진다. 그리고 그 너머, 간신히 찾아든 침묵 속에, 조그마한 섬광이 번뜩인다. 담배.
“운이 없었군. 데비. 아니, 광대조작가 데이비드라고 해야 하나. 네 녀석의 총에 맞아 춤출 멍청한 헌터는 아니라고 미리 경고를 했는데 말이지.
단 두발의 탄환으로 잔혹한 사냥을 끝낸 헌터는 그대로 등을 돌린다. 창고에서 벗어나며, 벌써 떠올라 버린 초승달을 바라본다.
‘오래 걸렸군. 석양이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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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그러니까, 롤랜드 씨. 이것들이 그 광대조작가 패밀리였다는 거요?
이맛살을 찌푸리며 재차 물어오는 보안관. 롤랜드라고 불린 사내는 약간 짜증스러운 듯이 끄덕인다.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하는지. 분명히 체격으로나 복장으로나, 셋 다 얼굴이 날아가 버렸을 뿐 확실한 건데.
“가끔 접하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그래. 핏빛 집행자 롤랜드에게 걸리면...
“그쯤하고, 현상금은 줄 거요, 말거요.
따끔하게 쏘아붙이는 그의 말투는 어눌하다. 보안관은 움찔하며 보좌관들에게 손짓한다.
“거, 안 떼어 먹습니다.
“그럼 됐소.
짐수레에 시체를 옮겨 담는 동안 보좌관들은 몇 번이고 구역질을 해댔다. 세 명 다 처참한 몰골로 ‘사냥’ 당했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죽인 남자는 태연히 그 수레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돈을 센다. 보좌관 중의 하나는 동료에게 살그머니 말을 건넨다
“짐승같은 놈이야. 그렇지?
“조용히 해, 피터. 저 작자 귀가 얼마나 밝으냐면...
“최소한 삼십 미터 떨어져서 날더러 짐승 같다고 소근 대는 작자에게 총알 한방 먹여줄 정도는 된다고 전해주게!
피터라는 보좌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세상에, 여기서 그 말을 들었어?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작은 총구는 직선으로 그를 향하고 있었고,
“아, 아니. 롤랜드 씨. 아닙니다. 방금 그건...에, 이 녀석들, 이 녀석들이 짐승처럼..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보좌관 피터. 눈앞에서 시체를 본 뒤라 죽음의 공포는 더욱 더 차갑게 그에게 끼쳐왔다. 그리고, 이내. 검은 리볼버가 빙글. 하고 돌며 검은 사내의 총집으로 사라졌을 때,
“으, 으아아아아아!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 버렸다. 아마 피터는 며칠간 집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점점이 이어진 젖은 자국은 눈물인지, 콧물인지, 지려버린 소변인지.
“이거야 원, 장난도 못 치나, 저 친구는. 쿡쿡쿡.
장난스러운 웃음이었을 테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엔 섬뜩하게 들리는 그 웃음은 이내 주변인들을 모두 떠나게 만들었고, 돈과 함께 남겨진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 때가 지났군. 잭이 불평 많이 하겠어.
그런 그가 발걸음을 옮긴 것은 작은 빵집. 이제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공포만을 안겨준 그의 인상은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여지없이 드러났고, 얼굴에 장삿속이 덕지덕지 붙은 빵집주인은 너절한 검은 망토와 총알에 뚫린 자국이 몇 개나 보이는 검은 색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훤칠하게 키가 큰 인상파 헌터 롤랜드의 점잖은 주문에 개점 이래 최고로 파격적인 가격에 빵을 판매하게 되었다.
“여기, 빵 좀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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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에 이렇게나...
“아이쿠, 별말씀을. 어서 가서 드십시오. 시장하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팔면 남기나 하나? 당신. 다시 말하겠는데, 난 헌터지 강도가 아냐.
“아아아, 괜찮습니다요. 자, 여기, 괜찮으시다면 방금 구운 치즈샌드위치라도?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며 선심 쓰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말한다.
“아냐..그 샌드위치는 나에게 줄 거라면 저기 쪼그려 있는 아이에게나 주게.
“어서 이리 오너라!!
주인은 맘에도 없는 적선을 하기 위해 온힘을 다했고, 뜻밖의 횡재를 한 꼬마아이는 신이 나서 달려와 냉큼 샌드위치를 받았다. 아이는 양 볼에 빵을 가득 밀어 넣은 채 롤랜드에게 다가와 말했다.
“고마워요!
뭐랄까. 이 아이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의 눈에 롤랜드는 그저 키 큰 아저씨일 뿐이다. 오랜만에 들어본 제대로 된 감사에 롤랜드가 뭐라고 하려 할 때,
“죄송합니다!
누군가 달려와 아이를 낚아채어 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썩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영문을 모르는 아이를 들쳐 메고 빠르게 멀어져 간다. 이거야 원, 오늘도 바보 사자신세군. 롤랜드는 한숨을 내 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이는 모래바람은 그의 발아래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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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통나무 집. 그가 직접 만들었기에, 매우 부조화 스럽고 투박한 외형을 가진 문. 그 앞에 서서, 롤랜드는 이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늦을수록 짜증을 많이 낼텐데...’
‘흠...그래도 오늘은 역시 빵만 놓고 가는게...?’
두 번째 생각이 좀 더 자신의 정신건강에 적합하다고 느끼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 왔을 때, 문은 왈칵 열리며 두 명의 작은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뭐어야 롤랜드 아저씨! 배고파 죽는 줄 알았잖아!
“크, 커...! 잭? 미안하게 됐다!
어느새 뒷목에 올라앉아 까칠한 수염을 잡아당기는 작은 소년. 아무리 힘이 좋아도 벼르고 있다가 한 번에 달려든 꼬마와 부딪히면, 게다가 목을 휘감고 매달리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그의 다리에 매달린 작은 소녀는...
“롤랜드 아저씨! 어서 와요!
“이런, 미첼? 떨어져!
우당탕. 흔들리는 상체밸런스를 가다듬기도 전에 다리를 봉쇄당했으니, 쓰러지는 건 당연하다. 아, 이 광경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어떨까. 웨스턴 전역 수배범들의 공포 롤랜드가 꼬마 두 명의 협공에 뒤로 나자빠지다니. 아마 며칠은 술안주 거리가 될 이야깃거리겠지.
이젠 완전히 풀 마운트로 올라탄 소년은 기세 좋게 외쳤다.
“이얍! 드디어 롤랜드 아저씨에게 39승! 약속했어요! 100승 채우면 총 쏘는 거 알려준다고!
“비겁하잖아. 협공이라니..
조그맣게 변명해 봐도 진건 진거다.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가, 씨익 올라가는 크고 작은 두 개의 입술이 보인다.
“이틀만이죠? 어서와요, 아저씨.
싱긋 웃으며 얌전히 물러나는 잭. 게다가 미첼은 흙투성이가 된 롤랜드의 등을 털어주기까지 한다. 안으로 들어가서, 팔짝 이며 식탁으로 모이는 미첼과 잭에게, 롤랜드는 회심의 빵 봉지를 선물한다.
“자. 미첼이 좋아하는 벌꿀 비스킷. 잭이 좋아하는 초콜릿 머핀이다.
두 명의 꼬마는 거의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환호했다. 롤랜드는 단 것을 자주 사오지 않는다. 이빨이 썩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단것에 입맛을 들여 버리면 입이 고급스러워 진다나. 이 몇 가지 이유는 아이들의 단것에 대한 욕구를 짓누르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달콤한 것들이 있다!
“어? 어? 아저씨! 얼른 줘요!
하지만 롤랜드는 쉽사리 내려놓지 않는다. 짖궂은 표정.
“약속하나. 다 먹고 나서 이빨 잘 닦고 잭은 숨겨놓고 밤에 먹지 않기다.
꼬마들은 더 이상 참기 어려운지 무턱대고 고개를 끄덕였고, 롤랜드는 순순히 봉지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섬광처럼 사라지는 봉지. 그리고...
“야아아! 그만 둬어! 아저씨! 잭이 제 비스킷부터 먹어치워요!
“너도 잭의 것을 먹어치우면 되잖아.
아웅다웅하면서도 양 볼 한가득 먹을 것을 집어넣고 우물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롤랜드는 포근함을 느꼈다. 이것은 언제나 살인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가 세상에 가지는 유일한 면죄부라고 여기고 있었다.
갱들에게 부모를 잃은 잭. 그리고 열차사고로 역시 어머니를 잃은 미첼. 두 가녀린 어린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롤랜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던 거였다. 우물거리면서 잭은 바쁘게 물어온다.
“아저씨. 이번엔 어떤 녀석들을?
“광대조작가 녀석들을 밧줄로 꽁꽁 묶어서 보안관 아저씨한테 넘겨줬지.
잭은 생각에 잠긴다. 광대조작가? 뭐하는 녀석들이었더라? 그리고 그 꼬마의 머릿속 작은 도서관에서는 ‘광대조작가’ 라는 이름의 구석에 꽂힌, 가끔 꺼내보는 수준으로 취급되는 책 한권이 뽑혀 나왔다.
광대조작가, 그러니까 그들은, 사람들을 묶어놓고 그 발치에 총을 쏘아대고, 사람들이 어떻게든 피하기 위한 공포에 미친 듯이 발을 놀리는 걸 즐겼다. 한참 그렇게 열을 올리다가, 희생자가 힘이 빠져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할 것 같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몸에 총알을 날려 진짜 ‘죽음의 춤’을 추게 만드는 일당.
나름대로 어둠의 거리에서 악명을 떨치던 그들 패밀리를, 눈앞의 검은 아저씨 한명이 흠씬 두들겨 준 다음 거꾸로 매달아 잡아버렸다는 것이다! 소년의 눈에선 불똥이 튀었다.
“우와아! 혼자서 다 잡아버리신 거예요?
“그럼.
잭은 생각했다. 이 초콜릿 머핀에 맹세코, 꼭 어른이 되면 롤랜드처럼 멋쟁이 헌터가 되겠다고. 그러나 그 다짐을 하고나서 딱 삼초 후에, 어느 순간 자신의 몫에 손을 댄 미첼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야이 계집애야! 내거란 말 얏!
“너도 내 비스킷을 세 개나 먹었잖아!
“그거랑 그거랑 크기가 같냐?!
“하아...이제, 이걸로 일주일은 가겠지.
품안에 느껴지는 육중한 여섯 발 장전식 리볼버 두 자루를 느끼며, 롤랜드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눈을 감았다. 난전을 벌이던 두 꼬마는 롤랜드에게 고개를 돌리고,
“잘자요 아저씨.
“그래. 너도 잘 자렴.
잭의 씩씩한 인사.
“언제나 사랑해요.
“아저씨도 널 사랑한단다. 미첼.
미첼의 귀여운 인사.
잘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은 이제 손을 씻고, 이를 닦은 뒤에, 조금 다투면서 놀다가, 잠이 들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 아침 일어나서..........
어느 새부터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졸음은, 그대로 롤랜드를 덮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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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예. 그렇습니다. 아직 프롤로그지요. 오랜만에 새로 시작하는 글이니 만큼 맞아야 할 돌이 많은 거 같네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