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산 주민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호수동 주민센터는 다른 동사무소들이 문닫는 오후6시가 되면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공무원 근무 사각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네 명의 직원이 밤새 주민들을 맞는다. 출.퇴근길 직장인이나 장보고 오는 주부들이 주민등록 등.초본과 인감증명서를 뗀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고교생들도 하굣길에 들른다. 공무원 근무시간에 맞춰 올 필요도 없고 굳이 학교를 조퇴할 이유도 없다.
안산시가 지난달 3일 호수동과 상록구 본오3동 두 곳에 마련한 연중 무휴 24시간 민원센터엔 3월에만 4117명이 찾아와 서류43종 8537건을 떼갔다. 하루 141명, 294건 꼴이다.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동사무소 야간 서비스를 원해 왔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실적이다. 2교대 8명의 많지 않은 직원들이 일궈낸 큰 변화다. 안산시는 시민 중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 일과 후 행정서비스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24시간 주민센터 아이디어를 냈다. 민원 서비스가 필요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준비작업도 했다. 실제 운영해 보니 휴일인 토요일 이용객이 20%에 이르렀고 이용 시간은 퇴근길 오후 6~10시와 출근 전 오전 7~9시에 집중됐다. 공무원 근무 사각시간이 오히려 주민들에겐 긴요한 시간대였다는 얘기다. 24시간 근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공무원노조 반대도 있었지만 안산시는 희망자를 모집해 승진에 반영하고 하루 6시간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해 불만을 줄였다. 안산시는 승진 심사에도 주민대표를 참여시켜 지난달 5.6급 공무원 한 명씩을 승진 시켰다. 오는 11월부터는 4급 승진자를 주민 1000명의 찬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누구보다 주민에게 충실한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은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공무원 조직을 보며 누가 주인이고 머슴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해결하는 것은 공직사회 개혁의 출발점이다. 주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 주인을 감동시키는 안산시 개혁바람은 전국 읍.면.동 사무소 3500곳으로 번져 가야 한다.2008.4.3.조선일보 사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