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의 탄생은 이만년에 한번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때 붉은 달이 하늘에 떠오르지. 그걸 본 자는 누구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
1장. 기억을 잃어버린 빌어먹을 마왕
-몽환의 마왕 베클체르트의 이야기-
아직은 찬 새벽으로 보름달이 아주아주 밝게 떠있다,
창문을 가리고 있던 반투명한 크림색 막을 걷어내고 이불에서 머리만 내놓고 한참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름 즐거운 시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상당히 당황한 듯 보이는 메이드가 통신구슬을 가져왔던 것이다.
통신구에 내 마나를 주입하자, 주황머리의 미녀, 내 동료인 영혼의 마왕 아루파인카가 나타났다.
이 새벽부터 부르다니 제정신 아닐꺼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이 새 마황의 탄생날이니 준비할걸 말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꺼버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시켰다.
[루카 : 베클, 마계가 멸망할지도 몰라.]
마황하나에 마왕다섯이 다스리고 있는 이 마계에 이 무슨 뜬금없는...
참고로 우리는 긴 풀네임을 부르지 않고 약칭을 부른다. 탄생과 소멸은 정령과 같지만
우리는 후손을 남길 수 있다. 무성이 아니라는 소리는, 여성형과 남성형으로 나뉜다는 소리다,
이번대의 영혼의 마왕은 여성형이라 약칭으로 루카라고 하고, 나는 남성형이라 베클로 한다.
"뜬금없이 무슨소리냐. 잠이 덜깼군. 그것도 암혈의 마왕성에서."
[루카 : 이건 어재 세르하고 이드하고 같이 사냥같다가 피곤해서 그런거고... 아... 맞다. 이드가 방실방실 웃어. 어떻하지?]
"... 이드가 웃는게 그렇게 중대한 일....... 이구나."
[루카 : 내가 일어나서 씻으려 하는데 이드가 곰인형을 안고 나타나서는 '누나, 잘 잤어? 이드, 일찍일어났지?' 그러는 거야.]
"흐음.. 너.... 소멸할때 됐냐?"
[루카 : 이런... 써글놈아.. 세르한테는 더 심해. 세르형아, 세르형아, 그러면서 졸졸 쫓아다니는데... 세르가 간신히 떄두고 에르에게
연락중이야. 제길. 오늘 마황성에 가야하는데. 정신이 나갔나봐.]
"알았어. 곧 그쪽으로 가지."
[루카 : 제발 부탁이니까 빨리 와. 미칠 것 같애!!]
마나를 끊고 옷을 입은뒤, 살짝 벋친 검은머리를 메이드들이 다듬고, 그리고 암혈의 마왕성으로 갔다.
"어서오십시오. 몽환의 마왕님이시어."
"이드와 루카는 확인했다. 또 누가 있지?"
"환영의 마왕님과 망자의 마왕님께서 응접실에 계십니다,"
"그래? 안내해라."
꼴은 상상이상이었다.
이드는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는 곰인형을 꺼안고 있고, 루카는 이드의 엉키고 설킨 백금발을 풀어주고 있었다.
세르는 자신의 연두빛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으며, 에르는 세르의 머리손질을 도와주고 있었다.
"어이- 환영의 마왕답게 환영으로 고쳐. 그보다 네 자랑이던 풋사과색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됐냐?"
"아씨... 이게다 이드 때문이야!!"
"야,야... 대뜸 그러면 내가 어떻게 알아?"
"이드가 세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았지, 뭐."
에르가 차분히, 그러나 명백히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호오.... 그런데 왜 이드의 머리카락도 저럴까, 망자의 마왕 에.르.큘.래.스.? 그 잘난 논리력으로 설명해 보시지."
"그러지. 환영의 마왕 세라핀카르. 너와 암혈의 마왕 일라이드엘이 한 일을 모두 베클에게 설명해주지."
그리고 에르가 나를 휙 돌아봤는데, 그녀의 은발에 뺨이 쓸렸다. 언제봐도 신비한 보라빛눈을 마주하며, 에르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별거 아냐. 이드가 세르의 머리카락이 가지고 싶다 했어. 그러니까 세르는 '너같은 꼬맹이는 내 머리카락 같은 색 못해.' 라고 했지. 화가 난 이드가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했고, 세르도 같이 뒤엉켰어. 그래서 이드의 백금발은 루카가 정리해주고있고, 나는 세르의 머리카락정리를 도와주는거야."
"뭐야... 둘다 똑같구만... 그래, 많이 아프니?"
"우씨~ 너까지 이러기냐? 근데... 우리... 오늘 마황성가야하는데... 마황 신고식도 치러야하고,"
"아! 이건 어때?
모두의 시선이 루카에게 집중되었다.
"마황은 언제나 우리의 모든걸 알고있잖아? 그러니까, 마황한테 한달동안 이드하고 잘 놀아달라 그러는거야! 어짜피 서류야 집사들이 알아서 하니까 상관없잖아? 우리야 존재만으로도 마계의 질서를 잡는다고."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빨리 가고싶어지는걸? 오랜만이지, 네 머릿속에서 훌륭한 생각이 나오는건,"
신랄하게 한번 쏘아주고는 마황성에 보낼 편지를 써 박쥐발에 묶어 보냈다. 박쥐가 답장을 물고오면,
그 편지에 적힌 시간에 맞추어 마황성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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