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8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25-33
그때에 25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26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29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30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32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
33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모든 성직자들이 예수님을 닮은 참 목자 되게 하소서.
동생 신부님이 사제서품을 받고 첫 미사를 봉헌하던 날 나의 고향 본당은 온통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우리 집안과 본당에 경사가 난 날이기 때문에 신자가 아니더라도 집안의 모든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방의 유지들도 많이 찾아왔지만 나는 동생들과 같이 아버지의 산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 당시 중 고등학교에 다니던 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나를 따라서 아버지 산소에서 절하고 “아버지의 아들이 신부님이 되었다.”고 말씀드리려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입니다. 울면서 산소를 돌아서는 나를 보면서 왜 아버지 산소를 찾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울었는지 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돌아가신지 7년이나 되었지만 살아계셨다면 아들이 신부님이 되었으니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져 성당으로 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내심에서 ‘이제 아들 신부님은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모든 이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제로 살아야 한답니다. 밥도 굶기고 학비도 제대로 대주지 못하고 온갖 고생을 다 시켰는데 주님과 많은 은인들의 덕택에 이제 사제가 된 아들을 위해서 거룩한 사제가 되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하는 간절한 마음을 말씀드리려고 이른 아침에 산소에 찾은 것입니다.
첫 미사의 강론은 동생 신부님의 아버지 신부님이 하셨는데 아주 확실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새 신부님은 오늘부터 하느님의 것이니 집안의 족보에서도 빠져야 한다. 그리고 집안과 모든 인연을 끊고 오직 하느님의 일을 전념하도록 하여야 한다. 재산도 필요 없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며, 주님의 성체를 만지는 거룩한 손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 주어야 하며, 이제부터는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요지의 강론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주님을 믿지 않는 집안 어른들은 그렇게 고생하면서 가르쳐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하고 겨우 족보에서 빼어내는 신부를 만들었다고 집중적인 꾸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동생 신부님은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때는 그런 신부님이 섭섭하기도 하였고 힘들게 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사제서품 40주년을 보내고 은퇴한 동생 신부님을 보면서 예수님의 제자 되는 일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미련을 지워버리고 예수님과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세상의 좋다는 것을 모두 희생하고, 그렇게 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랍니다. '단기지계'(斷機之戒)란 말이 있는데 이는 예수님의 제자 된다고 나섰다가 중도에서 포기하면 <짜던 베의 날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이 아무런 공이 없다.>라는 말과 같은 꼴이 된다는 말입니다. 사제를 타락시키기 위해서 악마의 공격은 얼마나 치밀하고 계산적인지 오늘 주님께서는 계산적인 세상의 이치를 근거로 제자 되는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시는 것입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오직 그분에 의탁하고 살 때 참 제자 될 수 있다는 주님의 말씀이 오늘 더욱 새롭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고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약속한 그 많은 세월동안 세상의 많은 것에 매달려 있으면서, 많은 것을 세상적인 안목으로 대하면서, 주님의 제자들을 어리석은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입방아를 찧으면서 살았습니다. 피정에 참석하고 이제는 다르게 살리라 결심하면서 작심삼일의 행태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래서 중도에서 수도 없이 포기하고 좌절하고 그렇게 살았답니다. 교회의 일이나 세상에서의 일에서 이익을 따지고 손익 분기점(수익과 비용이 일치되는 점)을 분석하고, 평신도의 사명과 소명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분수에 넘치도록 다른 사람들을 지도한다고 나서면서 살아온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제자 되는 길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짚어 주시는 주님, 매일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의 제자로 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살지 못한 불쌍한 죄인을 용서하여 주소서. 이제 교만한 마음을 새롭게 깨우쳐 주시어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당신의 제자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리고 모든 성직자들이 예수님 닮은 참 목자가 되어 성인 사제가 되도록 성령으로 인도하소서. 사랑과 축복의 주님!!!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13,8-10
형제 여러분, 8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9 “간음해서는 안 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탐내서는 안 된다.”는 계명과 그 밖의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10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축일11월 8일 성고데프리도 (Godfrey)
신분 : 주교
활동 지역 : 아미앵(Amiens)
활동 연도 : 1066-1115년
같은 이름 : 고데프리두스, 고도프레도, 고도프레두스, 고드프리, 제오프루아, 조프루아
프랑스의 수아송(Soissons)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성 고데프리두스(Godefridus, 또는 고데프리도)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수도생활을 결심하면서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수아송의 주교로 있던 삼촌에게 맡겨졌다. 삼촌은 그의 교육을 위해 몽-생-켕탱(Mont-Saint-Quentin)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보냈는데, 그는 그곳에서 성장하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25살 때 누아용(Noyon)의 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고, 샹파뉴(Champagne)의 노장(Nogent-sous-Coucy)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다. 그는 다 무너져가는 수도원을 다시 세우고 순례자를 위한 숙소도 마련했으며, 무엇보다 수도원 규칙을 바로 세워 공동체를 크게 성장시켰다. 1104년 그는 아미앵의 주교로 선출되자 이번에는 교구의 규율을 바로잡는 노력의 하나로 성직자의 독신제 강화와 성직 매매 엄금을 명하고, 이를 위해 일생을 몸 바쳤다. 그는 조프루아(Geoffroy) 또는 고도프레두스(Godofredus)로도 불린다.
오늘 축일을 맞은 고데프리도 (Godfrey)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