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강릉 4
신라시대 때 법일국사가 태어나셨다는 학산.
감나무는 집집마다 서 있고, 들녘에서 일하다 허리를 펴는 저 순한 사람들은 마치 아름다운 학과 같다.
가는 도중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거나 밤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에 앉아 한 잔의 커피향을 마셔도 좋은 집!
그곳은 허브향이 가득한 정원, 오래된 나무로 만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숨결
장식장에 놓여 있는 예쁜 원두 커피잔, 직접 원두를 핸드드립하여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는 저 작고 아담한 기계들 비가 오는 날 풍경을 깔고 앉아 한 잔의 커피는 더욱 운치를 더해 주는 집
테라로사에 머물지 못하고 지나치니 가슴에 아쉬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지나가고 있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보면서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학산의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범일국사는 처녀의 잉태로 버림을 받았지만
학들이 버려진 아이를 감싸고 목숨을 지켜 주었다는 전설.
신이한 목숨, 하늘의 큰 뜻이 있으리라 믿으며 키운 아이가 훗날 신라에서 국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또 이분은 훗날 대관령 산신이 되었고, 세계 문화유산인 '강릉 단오제' 가 시작될 때 영신하여 단오가 끝날 때까지 모시고 축제를 연다는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드디어 도착한 곳, 송담서원!
강릉시 구정면 언별리에 소재한 송담서원은 조선의 대유학자요, 정치가, 경륜가이신 이율곡 선생님을 모신 곳이다.
얕은 산자락 아래ㅇ 자리잡은 송담서원은 고요히 서녘 햇살에 물들고 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문 틈으로 바라보는 송담 서원의 뜰에는 풀들이 우거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문 밖에서 합장하고 묵념을 한다.
매미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오래된 배롱나무가 서원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만물도 이율곡 선생을 그리워하며 서 있는 것 같구나.
다시 우리는 정동진으로 달려간다.
해안도로를 끼도 달리다 만난 안인바다,
해안가에 부서지는 포말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보면서 도착한 '낙가사'
동해를 바라보고 자리 잡은 풍광 좋은 절, 풍경소리 맑은 낙가사를 찾아 간다.
옛날에는 많은 승려들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승려가 많았으면 공양쌀 씻은 물이 바다를 덮었다고 하겠는가?
일주문을 지나 오르는 산길, 오르막길은 언제나 생각을 깊게 하는 힘의 길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게 하고, 또 내리막 길을 생각하며 삶을 성찰하게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무성하게 푸른 그늘 드리우고 있는 매화나무를 본다. 그 위에서 우는 매미 울음은 청량한 물소리 같다.
낙가사에서 마시는 약수, 특이한 물맛이다.
한 바가지 떠 마시고 흘린 땀 식히며 바라보는 동해.
먼 바다, 배가 한 두 척 떠 있고, 수평선 아득한 곳에 맞닿은 바다와 하늘, 그래서 옛 선인들이 건곤일색이라 했던가.
대웅전 앞 돌사자를 만져본다.
어떤 선사께서 '그대는 돌사자 울음을 들어보았는가?'라고 말했다는 그 돌사자가 여기에도 있구나.
불두화가 핀 날
돌사자 울음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경내를 나온다.
또 동해 해안선을 끼고 드디어 도착한 정동진!
수로부인께서 순정공 태수인 남편에게 꽃을 꺾어달라고 했을 때, 지나가던 노인께서 꽃을 꺾어 바치면서 불렀다는 '헌화가'
그 애틋한 이야기를 기리기 위해 우리가 달려가는 이 길이 바로 '헌화로'인가.
끌고 가던 암소를 놓고 꽃을 꺾어 바치겠다던 그 '헌화가'가 박혀 있을 절벽이 어딘지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정동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서서히 옮긴 발걸음 끝에 만난 바다, 정동진 바다!
김종학 PD가 제작한 '모래시계' 그 모래시계의 명장면 중 하나인 정동진 역에서 애틋한 눈빛으로 열연했던 여주인공 고현정, 그 배우와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고현정 소나무!' 이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추억을 찍기 위해 분주하다.
연인인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셀카를 찍고 있다.
"그 카메라 이리 주세요, 제가 찍어드릴께요."라고 말하니
활짝 웃는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을 몇 컷 담아 준다.
사위어가는 어둠이 땅 위를 드리우고 있다.
유쾌한 강릉 나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소소하게 적으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정동진을 떠난다.
여독을 풀기 위해 저녁을 먹어야 한다. 동해바다 밤바다가 보이는 횟집에 들러 맛난 회를 먹을까?
아니며 강릉에 가면 자주 들러 먹어보는 동인병원 앞 '동궁염소탕'에 들러 도시의 때를 벗기고 갈까, 분분한 의견을 나누며 식구들의 달 뜬 모습을 바라본다.
첫댓글 정동진~~
꼭 한번은 가고싶은곳~~ㅎㅎ
화이트1님 정동진 밤바다 풍경도 멋져요.
보고싶어용~ㅋ
겨울바다도 운치가 있어요.
우띠~
자랑질~~ㅋㅋ
자랑 많이 하고 이제 그리운 강릉 이야기가 끝났네요.
다음 기회가 닿으면 또 올리죠.....화이트님 계신 곳도 소개해 주세요.
배타고 울진으로 오니라
동현이 있는곳 정동진 귀경 시켜 줄깨
여기서 울진은
넘 멀엇~ㅋ
멀어도 왓
배탐 똑 같은디 뭘~
모래시계 정동진 고형정 ..고현정소마무가 정동진을 더욱더 유명하게 만들었지요..
얻그제 모래시계 를 감독하셧던 김종학 피디는 저세상으로 떠났어도 그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오래도록 이러지겠지요..
네 김종학 피디의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워요. 하늘나라에서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사계절 다 좋은곳 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하잖아요.
곳곳이 다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해요.
시리즈로 공부 잘 하네요.
그런데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당시 SBS가 전국방송이 되지않고 경인지방만 방송되어
지방에선 볼수없었지요. 감사합니다.
이제 4로 끝났어요. 다음 기회에 다시 여행하고 써야죠.
유홍준씨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에 버금가는 秀作입니다.
읽으면 읽어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과찬입니다. 좋은 추억 혼자 보기에 아까워 함께 하고자 쓴 글입니다.
좋게 봐주셔 고마워요. 즐거운 주말인데도. 비가 촉촉히 내리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1,2,3,4 다 읽어 보셨나 봐요. 쓰다 보니 뒤돌아보는 그 여정들이 무척 아쉽네요.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묘사가 참 부드럽고 아름답네요. 어제 보았던 꽃나무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않아
답답했는데 글을 읽다가 '아,배롱나무였지' 찬탄을 했고요.
배롱나무 이름도 예쁘고 꽃도 하 옙쁘죠.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멋진 기행문 즐감했어요.
부드러운 필력아래 풀어주시는 전설과 이야기
어느것 하나 그저~인것은 없네요. 사려심깊고 겸손한 지성에 감탄합니다
감사합니다 ^^
고운 말 고맙습니다. 더 낮은 자세로 삶을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