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국공신 중 조준이라는 사람이 있었음
문벌귀족 출신이면서 조선 개국에 가담한 특이한 배경에
개국공신 중에서도 정도전 이상의 핵심인사였고
능력도 엄청나게 뛰어나서 사실상 조선이란 나라의 법치는
절반쯤 조준이 그린 그림에서 이어졌다고 해도 될 정도
그런 조준의 아들인 조대림은 이방원의 차녀와 결혼하여 왕의 사위가 되었고
아버지가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천재여서 저평가 받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관직 생활을 해나가고 있던 와중에
군사를 이끌고 왕궁을 습격하려다 걸리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부모 명성에다가 승진길도 탄탄하고 직장생활도 무난했던 조대림이
어쩌다 역모에 휩쓸렸나 하면 목인해라는 놈이 원인이었음
목인해는 원래 노비였는데
왕자의 난에서 이방원에 가담해 공을 세워 잘 나가게 된 인물로
거기서 만족 못한 목인해는 좀 어리벙벙해보이는 조대림을 꼬셔서
역모를 일으키는 척하면서 그걸 꼰질러서 상을 받자는 생각을 함
현대식으로 요약하면 '무고죄'
목인해는 일단 조대림을 찾아가
외척들이 정치적으로 몰려서 죽은 이야기들을 꺼내며 조대림을 불안하게 만든 뒤
조대림에게 "궁궐에서 반란을 일으키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막말로 누가 궁궐문 막고 대신들 죽이면 어케 막음?"하면서
관심+충격을 불러일으키고는
"나는 당신 편이며 이걸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알고있다"는 식으로
훌륭한 보이스피싱 레파토리를 선보임
그리고 이걸 들은 조대림은
"세상에! 얼른 숙번공(이방원의 오른팔)에게 알려야겠다 가즈아!!!"
당황한 목인해는
"누가 반란군인지 모르는데 아무한테나 말하면 안 된다"면서 막고
"그럼 폐하에게 알려야겠네?! 가자!!!"
"(ㅅㅂ)아 아직 증거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그런가?"
결국 낚인 조대림은 '나중에 군사 몇을 모아서 궁궐 근처에서 모인 뒤
반란군을 때려잡자'는 역모진압(?) 계획을 세워두고 목인해를 보냈고
그 뒤 곧바로 목인해는 그 이숙번의 집으로 달려가
'조대림 그놈이 딴맘먹고 대감 죽이려고 한다'고 얘기를 떠벌린다
이숙번은 전형적인 권력자 타입으로
의심이 많고 성격이 사나워서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마침 자기를 죽이려한다는 얘기를 듣자 곧바로 궁궐에 들어가
태종에게 자기가 들은 말을 전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태종 이방원은 곧바로 조대림을 불러서 말하는데,
"하늘에 제사 한번 올릴건데 사위니까 니가 맡아서 올려!"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는 숨기는 게 없고 부정을 씻어낸 뒤 올려야 하기에
반응을 보려고 떠본 것인데
조대림은 여기에다 "지금은 부정타는 일이 있어서 못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걸 보고 상황을 파악한 태종은 일단 조대림을 물러가게 한다
지금 자신이 누구에게 찍혔는지도 모르는 조대림은
목인해를 찾아가 순진하게 '역모진압계획' 얘기를 하는데
"근데 반란하는 애들이 엄청 쎄면 어떻게 하지?"
"친한 사람들이랑 한번 상의해보세요 (줄줄이 개이득ㅋㅋㅋ)"
"나 친구 없어....ㅠ"
"(하...)큰일 하는 건데 똑똑한 사람이랑 얘기해야지 궁궐에 아는 사람 없습니까?"
"나 아는 사람은 조용 밖에 없어"
(조용趙庸은 조선 개국공신으로 세자를 교육하는 세자좌빈객 직무에 있었음)
그렇게 조대림은 불쌍하게 조용 한명을 조용히 불러 계획에 대해 얘기해주었고
"???? 폐하에게 알려야지 뭐하고 있음"
당연히 이런 계획을 왕에게 보고도 안 했다는 사실에 경악한 조용은
조대림의 집에서 나온 뒤 궁궐로 달려간다
당연히 목인해는 계획이 다 들통날 위기상황이 되었으니
조용을 중간에서 납치해 가둬놓았다
하지만 조용은 감금장소에서 탈출하여 왕궁에 도착하는데 성공했고
묵인해가 무고사건을 꾸미고 있다고 고발하는데
"이미 다 알고 있다"
조용 : 네?
이미 태종은 이 '역모 모함'에 대한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었고
그냥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냅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아무것도 모르는 목인해는 자기 계획대로
조대림에게 군사를 모아서 대신들의 집으로 이동하도록 사주하고
이를 '조대림이 대신들을 죽이려고 군사를 이끌고 있는 걸 현장에서 잡는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려했지만
뿌~~~~~~~~~~~~~~~~~~~~~~~~~~~~~~~~~~~~~~~~~~~
군사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궁궐에서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고
이것은 '궁궐에 일이 생겼으니 얼른 들어오라'는 신호였기 때문에
조대림은 당연히 훈련받은대로 목적지를 궁궐로 바꾸었고
목인해는 무시하고 가자는 말이 통하지 않자
계획이 틀어진 걸 직감하고 궁궐로 달려가 태종에게
"조대림이 군사를 이끌고 궁궐로 오고 있습니다!"라고 고변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이후 조대림과 조용은 역모 혐의를 벗어나 풀려났고
목인해는 능지형을 당해 산산조각이 나서 죽는다
- 끗 -
그런데
대신들 : 근데 솔직히 조대림도 잘못한 거 아닌가?
그냥 처음부터 알렸으면 되는 건데...
정말 무고한지 조사는 해봐야 할듯!!!
오~!
결국 조대림의 조사가 시작되었으나 당연히 별 소득이 없었고 태종은
"목인해의 사형을 늦추고 무고한 왕의 사위를 모함하려한 의도가 무엇인가?
사실 왕친을 죽여서 왕실을 약화시키려 한 것이 아닌가?
"그들을 때려서라도 왕실을 능멸하려 했다는 자백을 받고, 말하지 않으면 죽여라"
결국 맹사성을 위주로한 신하들에겐 조사라는 이름으로 고문이 시작되었고
잡혀간 신하들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미 답이 정해진 조사였기 때문에
인정할 때까지 이어지는 매타작을 이기지 못한 신하들은
그렇게 '왕실을 약하게 하려했던 죄'를 인정하며 사형을 선고받는다
당시 사람들이 봐도 너무한 처사라서
영의정부터 태종의 측근까지 모든 신하들이 이런 결정에 반대했지만
태종은 이 사건을 왕권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써먹을 생각이었기에
끝까지 밀고나갔고, 그나마 처형 직전에 목숨만 살려주는 식으로
이 사건에 엮인 신하들을 죄다 나락으로 보내버렸다
수장인 맹사성은 아들이 고문 휴유증으로 죽는 걸 봐야했고
자신도 세종이 다시 찾을 때까지 유배지에 있어야 했다
사실상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다 꿰뚫어보고
그걸 왕실 강화에 이용할 판단까지 내려서 이득만 본 태종 이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