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규 시인의 시조 『목련꽃』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시를 넘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해석된다. 목련꽃은 여기서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정서를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시조의 초장인 “꽃잎의 진액에선 / 그리움이 검출된다”는 시적 화자가 목련꽃을 통해 느끼는 그리움과 같은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 ‘그리움’은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적 아픔과 고독에서 오는 감정일 수 있다. 이와 같은 그리움은 시조 전체에 걸쳐 중요한 정서적 배경을 이루며, 목련꽃은 그 정서를 시각화하는 중요한 상징적 도구가 된다. “동상으로 외진 세월 / 씻고 씻은 자폐의 날”이라는 표현에서는 화자가 고립과 고통의 세월을 회상하며 자아의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여기서 ‘동상’은 고통과 상처를, ‘자폐의 날’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벽을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은 상징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의 사용으로, 화자가 경험한 고통과 내면의 갈등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지막 종장인 “봄날에 / 촛불 켜드는 / 자살 같은 순수여”는 봄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속에 숨겨진 순수함의 비극적 양면성을 패러독스적으로 표현한다. 이 부분은 봄의 생명력과 동시에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절망감을 상징하며, 이는 곧 목련꽃이 지닌 순수함의 양면성—아름다움과 파괴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순수’라는 단어가 지닌 긍정적 의미와 ‘자살’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독자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석규 시인의 「목련꽃」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삶의 본질을 탐색하는 서정적 시도로, 목련꽃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인생의 깊은 상처와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는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정서적 공명을 이끌어내며, 삶과 죽음, 고통과 순수함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탐구한다. (리뷰: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