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김명희
오늘은 멀리 부산에서 고향 선후배님과
정겨운 만남이 있는 날이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최소한 여섯 시 전에 출발해야
평택 역에서 일곱 시 팔분 발
동대구행 열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나
선후배님 만날 생각에 한걸음에 평택 역까지
어떻게 달려갔던지..!
동대구행 열차에 간신히 몸을 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승객들이 많아
대전까진 입석으로
대전서부터 좌석으로 갈 수 있었다.
입석으로 잠깐 가야 하기에
미리 준비한 돗자리를 깔고
우리는 문 옆 빈 구석에 다리를 쭉 펴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기도 하며 동대구에 도착했다.
아뿔사" 간발의 차이로 포항행 열차를 놓쳤다.
하는수 없이 근처 동부 정류장에 올라가
아이들을 포항행 버스에 태워 보내고
금주 선배님과 합류했다.
선배님이 준비한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했다.
중학교 은사님이신 금락두 선생님이
경주 터미널에서 기다리시기 때문이다.
경주로 가는 내내
금주 선배님 서인순 선배님께서 준비하신 간식으로
공복을 채울 수 있었다.
경주에 도착해서 이십 년이 훌쩍지나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은 백발이셨지만
예전 그대로 젊음을 유지하고 계신 모습이
매우 기쁘고 감사했다.
대구서 경주로 경주서 부산까지
선생님과 여러 선배님 동행하는 시간에
금세 광안 대교가 눈앞에 들어왔다.
장소와 이벤트를 주관하시고 준비하신
부산 선배님들께서 미리 오셔서 반겨 주셨다.
이윽고 한분 두분 오시기 시작하고
장기 학당의 따스한 손길들로
풍성하고 정겨운 모임이 진행되었다.
얼굴 아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언니 오빠들 ...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던지!
여섯 시가 되어갈 무렵
포항 선배님들 가시는 길에 동행하여 포항으로 향했다.
철없어 보았던 포항은 너무나 많이 변화해 있었다.
포항 제철만 그대로인것 같고
여기저기 없던 건물들이 즐비했다.
학창 시절 놀던 곳 여기 저기 다녀보고
그리운 친구들 만나 옛 이야기에 추억을 곱씹어댔다.
모교 추억을 더듬어 계원 초교로 향했다.
학교에 다다랐을때
순간 학교 교문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교패가 뜯어져 나간 교문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운동장 한쪽엔 트랙터와 화물차가 떡 버티고 서 있고
철봉이랑 축구 골대는 녹쓸어 부식한지 오래되어
금방이라도 끊어질것 같았다.
우리의 꿈을 키우던 교실 안은 볼 수가 없었지만
학교 뒤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보니
교실 내부도 짐작이 갔다.
추억을 더듬어 학교를 감싸고 있는 노송 길을 걷는데
털이 하얀 복슬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쫓아오는게 아닌가
그 녀석 간만에 고향찾은 내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아무 의심 없이 마음을 열어 반겨주는데
고것도 고향에 산물이라 생각하니 정감이 갔다.
털털 거리는 버스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계원까지 통학하던
소봉대 두원 친구들이 그리워
시간이 잠시 멈춘듯하였다.
그리움 한 짐 가득 지고 찾은 고향
한나절이면 당도할 걸
강산이 바뀌어 찾아왔는데...
저 창문 너머로 똘망한 눈망울들이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명희야" 하고
누군가가 달려 나올 것 같은데...
수채화 처럼 곱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초췌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등대 아래 바닷가에 매끄러운 조약돌 오지랖에 담아
화단 경계석 만드느라 환경미화 시간이 즐거웠고
민방위 훈련한다며 학교 아래 반공호에 대피 하던 일
김송렬 교장 선생님 그때는 왜 그리 연설이 길었는지
조회시간에 쓰러진 친구
졸다가 꿀밤 맞은 일 이곳의 추억이 너무 많은데..
이제 정녕 부활 시킬 수 없는건지..
골목 구석구석 추억이 묻어나고
할머니의 환상이 스쳐지나 가는데....
코고무신 개구리 소리에 훌렁 벗어 뒤집고
그것도 자동차라고 부르릉"하며 놀았는데...
고무줄놀이 마대놀이에 땅따먹기
추억의 보따리 무거운데...
정작 풀어헤쳐 보니 가질 것이 없다.
비탈길 뜀박질에 코 깨지고
여름날 초저녁 부락케 오손도손 모여
모기가 물어도 즐거웠는데...
해삼 고동 잡아서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던 날
총 대가리 겨누던 군인 아저씨!
가슴 저 멀리 뒤안길에
언제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되새김질 할 것을
왜 이리 멀리 왔는 지...
포항서 친구들과 후배들 만나면서
하루만 더 머물기로 한 일정을 취소하고
이틀을 머물기로 했다.
친구가 예전엔 없던 신도시로 안내했다.
대이동이었다.
산길을 걸어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던 시골이었는데...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도시가 형성돼 있었다.
친구가 안내한 민속 찻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날은 저물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헤어졌지만
난 내 친구가 매우 고맙고 감사하다.
오랜만에 고향 찾았다고 좋은곳에 데려가
많은 정보도 제공해주고
언젠가는 나도 은혜를 갚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네 화장품가게에 들렀다가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 시절 육상부 출신에 달리기를 무지잘해
명성이 자자한 친구였는데
어쩜 중학교 때 모습이 그대로 있는지
참 싹싹하고 활발하게 사업 잘~하는 모습
보기에 아주 좋았다.
내 생애 사흘이란 시간을
이토록 소중하게 지내 본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사이버 속에서만 만나던 선후배님 만나고
고향의 향기 감상하고
보고싶은 친구 만나서 추억을 공유하고
죽천 신항만이 보이는 근아 한 카페에서
코흘리게 친구 미향이와 수평선 바라보던 시간은
색다른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여느 곳에서는 없는 고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불혹의 초입에 와서
지워지지 않는 독백이 되어
만추의 메아리로
귓전에 울리고 있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선배님 바쁘실텐데 아침 일찍 다녀가셨네요!
강산이 두번이나 바뀐 후 찾아온 고향 나들이 잊어버렸던 지난날이 새로웠겠습니다.
예...이렇게 시간이 소중하고 야속하게 느껴본적이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날들을 주워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닌가 봅니다. 선배님 고마워요^^
마음이 가는곳에 나도 가고 눈길머무는곳에 나도머문다,그러나, 아쩌면 어쩌면 그리도 기다리지 못했을까 나는지금 이곳에 섰는데 기억은 바람이되고 추억은 먼지가되어 저만치 멀어져 있는것을 가슴에 묻어둔 나의 감정이 눈물이되어 나를 붙잡고 추억은 날오라 부르는구나, 후배님, 참좋은 시간이 되었군요.
어쩌면 그리도 기다리지 못했을까 기억은 바람이 되고 추억은 먼지가 되어....선배님 저의 추억에 함께해주셔서 고마워요!
코흘리게시절의 모교를 찾으신 코아루님 고향은 역시엄마의품속같이 따뜻하지요,지워젔든 과거.잊혀젔든 코 흘리게친구.고향은 항시 가슴뭉클함이있더군요.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자주찾지못하는 요네맘이 짠하네요.
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되더라구요! 한나절이면 당도할 걸 말이지요! 불혹의 시각으로 본 고향은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곳이 아니면 어디서 저의 유년시절을 찾아볼까요! 항상 고운 말씀으로 공유해주셔 고맙습니다.
아~ 여기에 일케 추억 어린 글이 있었군요, 그날은 넘 미안하고 아쉬웠어요, 보고 싶었는데,, 저 역시 몇년만에 찾아간 고향 나들이 였거든여,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서도 어느 쪽으로 가야 되는지 모를 정도로 변해 있었어요, 고향집 찾는데 조금 헤멨답니당. ㅎㅎ
그렇게 몰라보게 변했으면 차라리 괜찮죠! 글구 저도 언니를 못뵈어 아쉬웠답니다. 저의 추억담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