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오랫동안 준비되어 이 땅에 내려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신 주님,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이르실 수 있던 유일한
인간이신 주님, 당신이 약속하신 구원과 행복이 너무도 엄청난 것이기에
오히려 못 알아듣고 늘 믿음이 부족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해마다 성탄 때 저는 저 자신이 아닌 그 무엇을 당신께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저 자신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 자신보다 더 큰 선물은 없듯이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도 결국은 저 자신뿐인 것 같습니다. 이렇듯 초라하고 죄 많은
저 자신 말입니다.
수없이 당신을 부르면서도 생생한 감동이나 정성 없는 기도를 밥 먹듯이
되풀이했습니다. 당신만을 따르겠다고 서약한 제가 오히려 불충실과
배신에 빠졌던 적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자신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사랑의 이론가이면서도 남에겐 분명하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가가
되길 요구했던 저를 용서하십시오. 당신 앞에 저는 한 점 어둠이오나
저의 어둠은 당신을 기다리며 사는 빛나는 어둠임을 또한 기억하게
하십시오.
주님, 오늘도 기꺼이 사랑으로 오시는 당신을 사랑으로 반기오니 받아
안게 하소서. 당신을 낳고 키워서 인류에게 건네준 성모 마리아처럼
저도 매일의 삶 속에 말씀으로 태어나는 당신을 안고 키워서 이웃에게
줄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오신 날은 우리 모두의 생일 ㅡ.
부디 가까이 머무르시어 날이면 날마다 당신의 성탄이 우리 마음속에
이루어지게 하소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 절망과 고뇌로 신음하는
모든 이들도 당신께 희망을 걸고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아멘.
1982.12.23 『동아일보』
이해인 수녀님의 <두레박> 中
성탄 밤의 기도
낮게 더 낮게
작게 더 작게 아기가 되신 하느님
빛의 예수님
모든 이가 당신을 빛이라 부르는 오늘 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빛으로 오시는 당신을 맞이하여
우리도 한 점 빛이 되는
빛나는 성탄 밤입니다
첫댓글 자정이 가까워졌습니다.
깊은 밤을
더욱 엄숙하게 하는 글이네요 ......
성탄의 기도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글일것입니다. 부디 그런 성탄이길 기원해봅니다
사랑이 가득한 성탄과 연말이 되셨으면,,
행복하셔요,,